과세관청 조사종결보고서 등 제공 거부로 납세자 방어권 침해 논란
세무대리인 "조세불복 제때 대응 못해 납세자 피해"
과세관청 "결정서에 조사종결보고서는 포함 안돼"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장 "과세관청 전향적 자세로 제공 내용·형식 표준화해야"
과세관청이 조사종결보고서나 조사복명서와 같은 세무조사 관련 서류를 제공하지 않아 납세자의 방어권이 침해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조사종결보고서 등의 제공 여부도 과세관청마다 제각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조사공무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자료제공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19일 국세청이 납세자 권익 보호 강화의 일환으로 세무조사 참관 확대 등을 담은 납세자보호사무처리규정 개정을 진행 중인 가운데, 세무대리계에서는 이같은 방안보다는 세무조사 관련 자료나 서류의 제공을 확대하는 것이 더 실질적인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조사종결보고서나 조사복명서와 같은 세무조사 관련 서류인데, 어떤 세무관서는 ‘공개’, 다른 세무관서는 ‘비공개’로 시행이 각기 다른 것으로 알려져 형평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비공개에 따라 납세자가 불복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 때에 대응할 수 없어 정당한 권리 행사에 지장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현행 국세기본법에는 납세자 또는 대리인이 요구하면 조사 관련 결정서를 열람 또는 복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16조) 있으며, 권리 행사에 필요한 정보를 납세자나 세무사가 요구하는 경우 세무공무원은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하도록 정하고(81조의14)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과세관청은 조사종결보고서 등을 납세자에게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세무사는 최근 “세무서에 재조사한 사실과 결정의 근거를 담은 결정서를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결정서의 범위에 조사종결보고서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 세무사에 따르면 과세관청은 국기법에 규정된 ‘결정서’에 ‘조사종결보고서’는 포함되지 않고, 제공할 수 있는 자료는 조사때 납세자가 제출한 서류와 납세자 본인의 참여 아래 작성된 확인서와 문답서라며 종결보고서 제공을 거부했다.
A세무사는 “국세기본법과 국무총리행정심판결정에서 조사복명서 등 관련 서류를 제공하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이 거부해 납세자는 불복 등 제때에 권리 행사를 할 수 없게 되고 방어권을 침해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는 국세청은 조세심판원에선 180도 태도가 달라져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을 더욱 허탈하게 하고 있다.
납세자가 과세관청의 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접수하면, 조세심판원은 조세심판관의 ‘질문검사권’ 행사를 통해 과세관청으로부터 조사종결보고서를 받고 있다.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은 과세관청이 조세심판원에 제출한 조사종결보고서 또는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대응에 나서고 있어 결과적으로 과세관청의 서류 제공 거부는 납세자의 권리 행사만 방해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해 한 납세자의 정보공개 청구 처리결과를 회신하면서 조사종결보고서의 경우 성명,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음영 처리해 공개하라고 결정한 점에 비춰볼 때 서류 제공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조세전문가들은 “납세자의 권익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의제기나 불복에 필요한 자료나 서류의 제공은 확대해야 한다. 국세기본법에 규정된 ‘결정서’의 범위를 시행령이나 국세청 훈령에 구체적으로 규정해 납세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업무 혼선을 없애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은 “불복을 제기하는 납세자는 세무조사 또는 과세처분 과정에서 대응하지 못한 점을 파악하기 위해 당연히 조사종결보고서 등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도 “과세관청 또한 내부 보고용 서류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에 적잖은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 회장은 그러면서 “조사종결보고서 내용과 형식을 검토해 표준화된 공개 틀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납세자의 항변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과세관청이 전향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