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인 접촉 없이 사고를 유발하는 '비접촉 교통사고'가 뺑소니로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9시32분께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회덕분기점 인근(부산 기점 278㎞)에서 3차로로 주행하던 관광버스 한 대가 옆으로 넘어지면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4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다.
사고는 2차로에서 주행하던 승용차가 갑자기 앞으로 끼어들면서 이를 피하려고 관광버스 운전기사가 핸들을 급하게 틀면서 발생했다.
경찰은 승용차 운전자 윤모(76)씨가 차로 변경을 하는 과정에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등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판단,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버스의 단독 사고로 지나칠 수 있었지만, 버스에 설치된 블랙박스와 주변 CCTV 등을 통해 윤씨의 차량이 사고를 일부 유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고의 경우 윤씨에게 뺑소니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다른 유사 사고의 경우 그렇지 않았다.
앞서 지난 7월 28일 경기 수원에서도 전방 옆 차선에서 주행하던 차량이 갑작스럽게 끼어들자 1.4t 트럭이 이를 피하려다가 낭떠러지로 추락해 트럭 운전자 A(37)씨가 숨지기도 했다.
가해 운전자인 차모(43)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차량(뺑소니)으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3월 20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의 한 사거리에서도 신호를 위반해 좌회전하던 택시를 피하려던 오토바이 운전자 B(24)씨가 넘어져 크게 다치기도 했다.
신호가 바꿔 직진하던 오토바이는 택시를 보고 급제동을 하면서 넘어졌고, 택시 운전자는 현장을 벗어났다가 뒤늦게 붙잡혔다.
이들 사고는 관광버스 사고와 마찬가지로 모두 직접적인 접촉 없이 발생했다.
가해 차량 운전자들은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다는 이유로 '사고를 유발한 게 아니다'는 생각으로 현장을 벗어났으나, 사고 원인을 조사하던 경찰에 의해 뒤늦게 검거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차량은 피해 차량 운전자가 사망하면 최대 무기징역 형에 처해질 정도로 엄격하다.
경찰 관계자는 "비접촉 사고의 경우 본인들이 몰랐다고 진술을 해도 수사 과정에서 블랙박스, CCTV 등 객관적인 자료가 확보될 경우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판단돼 더욱 엄격하게 처벌될 수 있다"며 "조금이라도 사고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이 들면 주저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남부지역에 발생한 뺑소니 사고(비접촉 사고 포함)는 2014년 1527건(33명 사망), 2015년 1708건(21명 사망)에서 올해의 경우 지난 9월 말까지 1194건이 발생해 11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