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사무소 직원등록 의무화'가 세무사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세무사회는 무분별한 직원이동에 의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무장을 비롯해 직원들의 신상을 등록하는 방안을 추진 중으로, 올 가을 쯤 직원 등록 및 관리전산시스템을 구축해 전면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세무사 사무소 직원 등록이 의무화될 경우 직원들의 반발과 개인신상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세무사 사무소 직원등록 의무화 '찬성'
'세무사 사무소 직원등록 의무화'는 지난 2월 치러진 '제27대 세무사회장 선거'에서 정구정 세무사회장의 핵심 공약사항 중 하나였다.
정 회장은 당시 "경력직원 인력난 해소방안을 강구해 추진하고, 직원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세무사사무소 직원의 세무사회 등록을 의무화하는 한편, 경력인증제를 시행해 경력 부풀리기 등의 폐해를 방지하겠다"고 회원들에게 약속했다.
찬성입장을 표명하는 이들은 "직원등록 의무화는 정 회장의 공약사항이므로 이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세무사회원들이 선거에서 정 회장에게 58%에 가까운 압도적 지지를 보낸 이유가 정 회장의 공약사항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인 만큼 앞으로 정 회장은 공약사항을 이행함에 있어 좀 더 강력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무사회는 최근 상임이사회에서 신규직원 양성 방안과 체계적인 직원관리를 위해 '직원 인력난 해소 및 직원등록 추진 TF팀'을 구성, 직원등록의무화 추진에 의한 직원관리 방안 등 전반에 대해 기획하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사회는 직원등록 의무화의 조기에 정착을 위해 법률적 근거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세무사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직원관리 근거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며, 시행령 개정작업과는 별도로 '세무사사무소설치운영' 규정도 손질해 시행령에서 담아 내지 못한 내용을 보완할 방침이다.
직원등록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직원에 대한 의무교육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며, 등록직원만 세무사 시험 일부과목을 면제해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등록된 직원만 직원교육 수강과 동영상 교육 시청을 허용함으로써 직원 등록을 유인한다는 계획이다.
한 세정가 인사는 "일부 세무사 사무실 직원은 신고납부 기간을 앞두고 높은 급여의 유혹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속출해 사무소운영에 직격탄을 맞는 사례가 발생하고, 일부 사무장의 경우 수임업체를 빼돌리는 경우까지 있다"며 "하루 빨리 '직원등록 의무화'를 통해 이런 폐해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세무사 사무소 직원등록 의무화 '반대'
이에 반해 '직원등록 의무화'는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직원등록 의무화'는 세무사 사무소 전 직원들의 반발을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유출의 문제까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일부 직원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전체 직원을 '앞으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예비 범죄자' 정도로 여겨 도매금으로 취급한다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직원등록 의무화'가 시행될 경우 세무세 사무소 직원들의 등록사항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최종학력, 경력사항, 자격증 취득내역, 현근무처, 직장전화번호, 휴대전화 번호, 자택주소 등이다.
세정가 한 인사는 이와 관련 "일부 세무사사무소 직원의 횡포로 사무소운영에 애로점이 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전체 세무사사무소 직원들을 관리하겠다는 해결 방안은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무사 사무실 한 직원은 "사회적으로 개인정보 유출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는데,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DB로 구축해 놓으면 악용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느냐"며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도 누군가가 내 개인정보를 볼 수 있고 다른 곳에 이용한다면 큰 문제"라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또 다른 직원은 "직원등록 의무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백분 이해하지만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은 썩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법무사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한편, 법무사협회는 1900년대 후반부터 '세무사 사무소 직원 등록 의무화'와 유사한 '사무원 승인제'를 운영하고 있다.
법무사법과 법무사규칙에 따르면, 법무사(합동사무소 및 법무사합동법인의 구성원과 구성원이 아닌 법무사 포함)는 세무사 사무소 직원에 해당하는 사무원(운전기사 등 법무사가 채용하는 일체의 직원 포함)을 5인 이하로 둘 수 있다.
법무사는 사무원을 채용하기에 앞서 승인신청서를 소속 지방법무사회에 제출해야 하고, 승인을 얻어야 한다.
소속지방법무사회는 승인신청서가 접수되면 사무원의 결격사유가 있는 지 결정하는데 필요한 신원조회 및 사실조사를 해 결격사유가 없는 경우에 한해 채용승인을 내주도록 돼 있다.
결격사유로는 ▷다른 법무사사무소의 사무직원 ▷공무원으로서 징계처분에 따라 파면․해임된 후 3년이 경과되지 않은 자 ▷징역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등이다.
법무사들은 이러한 '사무원 승인제' 운영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다.
18개 지방법무사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무원 승인제'는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우려가 없을 뿐만 아니라 '문제'를 야기한 사무원을 채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사협회는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각 지방회별로 사무원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DB를 비공개로 운영하고 있으며, 법무사가 소속지방법무사협회에 승인신청서를 제출한 경우에만 DB를 열람하고 결격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또한 사무원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DB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는 지방법무사협회장이 가지고 있으며, 회장이 교체되면 아이디와 패스워드도 바꾼다.
법무사협회 관계자는 "사무원을 채용하기에 앞서 고의로 경력을 속였는지, 결격사유가 없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무원들에 대한 DB를 구축해 놓고 있다"며 "법무사가 소속지방법무사협회에 사무원 채용 인가를 신청한 경우에만 열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개인정보유출을 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