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을 맞은 강병규 한국지방세연구원 초대 원장<사진>의 책상위에는 아직까지 기관장이면 으레 있는 원장임을 알리는 명패가 없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방세연구원을 찾은 사람이 원장실에 들어오면서 원장을 알아보지 못하지는 않아 명패를 만들지 않았단다.
행정안전부에 근무할 당시 '격의 없고 활달하다'는 평을 받아 온 그답게 "왜 명패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간단하게 이같이 답했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초대 원장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과 자치단체를 생각하는 마음이 어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값은 얼마 나가지 않는 명패라고 해도 지방세연구원이 자치단체에서 출연한 기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연구목적 이외에는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다.
또 우선적으로 자치단체의 발전을 위한 지방세제, 지방재정(세출), 지역경제발전 등을 연구할 우수한 인재를 모집하고 ▷내부 규정․규칙 ▷결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한편, 지방세연구원을 알려나가는데 100일이라는 기간은 명패를 염두에 두기엔 촉박한 탓도 있었을 것이다.
강 원장은 또 관료적인 딱딱한 분위기를 벗어던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딱딱한 분위기에서는 좋은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내부 인테리어에서부터 의자·책상의 색상과 모양을 선택하는 부분에까지 신경을 썼다.
강 원장은 "지방세연구원은 행안부의 산하기관이 아닌 민간연구기관인 만큼 '관냄새'를 풍기지 않았으면 했다"며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의자는 주황색으로 테이블은 둥근 모양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금 지방세연구원은 시작단계지만 다른 연구기관보다 빠른 시일내에 누구나 인정하는 기관으로 만들겠다. 체계적인 지방세제 연구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강 원장은 인터뷰 내내 말투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지방세연구원이 자치단체의 '씽크탱크'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초석을 다져나가고 있는 강 원장을 최근 서울 여의도에 자리 잡은 지방세연구원장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강병규 원장과의 일문일답.
■ 지난 4월20일 개원한 지방세연구원이 29일로 개원 100일을 맞았습니다. 초대 지방세연구원장으로 소회는?
- 32년4개월 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지방에서도 오랫동안 근무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방세 분야를 관심 있게 지켜봐 왔습니다.
그러던 중 자치단체 공동의 이슈를 연구하는 '씽크탱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자치단체마다 연구기관이 있지만 각 자치단체에 소속돼 있다 보니 전 자치단체를 아우르는 폭넓은 연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중앙정부의 시각에서 벗어나 자치단체의 관점에서 전 자치단체의 이익을 대변할 연구조직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세연구원은 탄생만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지방자치를 한단계 진일보시켰다고 봅니다. 지방세연구원 간판을 달 때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지방의 관점에서 전문화된 연구를 하는 기관은 지방세연구원이 처음입니다.
현재 지방세연구원은 규모도 작고 관심도 적지만, 앞으로는 자치단체가 필요로 하고 수요도 많아 질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방세연구원은 244개 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금을 통해 운영되는 만큼 자치단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개원한 지 약 100일이 지났는데 그동안 9명(박사 4명, 석사 5명)의 연구 인력으로 연구 활동을 진행 중에 있으며, 내년 말까지 24명의 연구 인력을 단계적으로 확충할 계획입니다.
오는 9월28일에 지방세연구원이 주최하는 첫 세미나를 준비 중이며 내년에는 정기간행물 발간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방세, 지방재정, 지역경제·사회 분야의 당면 현안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연구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지방소득세·소비세 발전방안, 지방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지방세 정책방향, 지방세 비과세·감면체계 개편, 지방세 구조 개편 방안 등을 중점 연구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등 주요 경제사회 이슈를 지방의 시각에서 재해석하고, 지방세제·재정의 역할을 도출하는 등 지역 현안 분석·연구도 병행 추진할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순항을 위해 이제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성과를 기대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일련의 활동들은 앞으로 연구원을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탄탄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 초대 지방세연구원장인 만큼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연구원을 이끌어 가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 유능한 연구원을 선발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이제 막 생긴 연구원과 탄탄한 배경을 가진 연구원과는 경쟁이 안됩니다.
그러다 보니 지방세연구원으로 오려는 우수한 인재들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이들을 데려 오려면 더 좋은 대우와 조건을 제시해야 하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또 새로 창설하다보니 내부 규정․규칙과 결제시스템을 만드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관공서에 준하는 투명한 회계시스템을 만드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만드는 것은 하루아침에 안됩니다.
아울러 대외적으로 지방세연구원이 알려져 있지 않아 관계기관 섭외가 어려웠습니다.
이런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 지방세연구원은 시작단계지만 다른 연구기관보다 빠른 시일내에 누구나 인정하는 기관으로 만들겠습니다.
■ 지난 4월20일 우여곡절 끝에 지방세연구원이 개원을 했습니다. 하지만 10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지방세연구원의 필요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자치단체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그동안 지방세분야에 대해 관심이 미흡했고, 지방세연구원의 성격과 취지를 이해하지 못해 나온 얘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방세분야는 지난해 지방소득·소비세가 도입되고, 올해부터 지방세 분법이 시행되는 등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으며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영역으로서 향후 실질적인 지방자치 정착을 위한 초석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중심에 지방세연구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세연구원은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연구원, 학계, 학회, 정책실무가 등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지방소득․소비세 확대, 지방재정․세제 개편 방향 등 주요 이슈를 중점 연구하고 중장기적으로 비과세 감면 정비, 신세원 발굴, 교부세 체계 개편 나아가 지역상생발전, 지역 격차해소를 위한 연구를 폭넓게 수행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지방세 재정, 지역경제에 대한 거시적인 분석틀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방세제와 재정에 전문성을 갖춘 지방공무원 양성을 위한 교육, 자치단체에 대한 세제․재정 컨설팅 기능을 수행하는 중추적 기관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점차적으로 자치단체가 꼭 필요로 하는 연구원으로서 자리매김을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막상 지방세연구원이 개원했지만 '자치단체의 씽크탱크'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성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연구 실적이 미미한 이유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 분야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개원 100일을 앞두고 성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조금 성급한 것 같습니다.
박사 연구원들이 이전 근무지의 업무를 마무리하고 첫 출근을 시작한 것이 7월초부터입니다.
오는 9월28일 지방세연구원이 주최하는 제1회 세미나를 개최해 첫 작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품질 있는 연구결과를 선보일 것입니다. 그 때가서 평가를 해주십시오.
저희 연구원은 올해 연구과제로 지방소비세 확대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소비자원칙에 근거한 배분지표를 개발 중이며 올 초 논란이 됐던 취득세율 인하와 연장에 따라 지방세수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한 방안, 그리고 지역간 수평적 재원조정제도인 지역상생발전기금에 대한 개선방안도 모색 중입니다.
아울러 지방소득세를 독립세로 전환하기 위해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지방소득세 도입 모델을 연구 중입니다.
무엇보다 열악한 지방재정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다각적으로 모색 중입니다.
자치단체 과세자주권과 재정분권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주요국과 우리의 지방세 조세부담율을 비교해 그 개선사항을 찾아내며 또 경제나 인구구조 변화가 지방세입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등도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방재정지출과 지방세지출의 문제점을 찾고 지방재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출하고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도 찾을 계획입니다.
■ 지방세연구원은 연구 조직인 만큼 정치적 중립이 요구됩니다.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 여야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당의 성격에 따라 연구결과가 왔다 갔다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특정한 정파를 대변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다만 연구결과가 어느 정당과 비슷하게 나올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또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입장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특정지역의 입장에서 연구결과를 내놓지는 않겠습니다.
'정치적이다'는 비난에 유의해 균형을 잘 잡아 나가겠습니다.
■ 지방세연구원은 244개 자치단체가 전년도 지방세수의 0.01%를 출연한 지방세발전기금으로 운영됩니다. 그런 만큼 지방재정 확충 방안에 대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방재정 악화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신다면.
- 지방세연구원은 244개 자치단체가 조달하는 재원으로 운영되는 만큼 자치단체 발전을 위한 연구 활동을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중 41.1%인 58조원이 의존재원으로 구성되는 등 지방재정이 중앙정부의 국고보조사업이나 교부세 수입 등 국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재 재정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 활동을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우리 연구원은 자치단체들이 재정지출구조를 효율화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향후 지방자치 선진국 수준으로 지방의 경제활동이 지방재정 확충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소득․소비과세 비중을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연구하겠습니다.
나아가 국가와 지방간 재원배분구조 개선과 자주재원 확충을 통해 지방이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도 지방 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습니다.
■ 체납지방세 징수업무와 관련해 민간위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체납지방세 징수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그런 만큼 민간에 위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민간에 위탁해야 한다는 주장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민간에 위탁할 경우 체납 세금을 받기위해 사생활까지 침해될 수 있고 남용할 소지도 높습니다.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민간위탁업체의 경우 보다 효과적인 체납징수를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마련하려고 할 것이고 그러한 과정에서는 납세자 권익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도 물론이거니와 국가가 추구하는 조세의 목적이 왜곡될 우려도 큽니다.
한 사람의 악인을 잡기위해 열 사람의 선량한 사람의 권리가 침해되면 안됩니다.
체납지방세를 효율적으로 거둬들이기 위해서는 징수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 파격적이고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고, 사법 경찰과 같은 권한을 줌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초대 지방세연구원장으로서 임기동안 '이 일만은 꼭 하겠다'고 다짐이나 약속을 하신다면?
- 행안부 2차관 시절 2가지 관점에서 자치단체 공동의 이슈를 연구하는 '씽크탱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첫째는 지방자치 시대가 시작됐지만 자체재원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하려면 자체재원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지방세 분야에는 전문가 소리를 듣는 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과거 내무부 시절 다른 분야에 비해 세제파트는 승진과 수당에서 혜택은 없으면서 '잡히면 안놔준다'는 인식이 강해 똑똑하고 장래가 있는 인물들은 세제분야를 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방세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고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인물이 없습니다.
그런 만큼 앞으로 체계적인 지방세제 연구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지방세연구원의 설립목적이 낙후된 지방재정 상황을 개선하고, 신세원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방자치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연구하는 조직입니다.
3년 임기 동안 이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지방세 자료, 리서치 자료, 로데이타, 연구물을 축적해 체계적인 연구기관으로 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자치단체는 지방세연구원을 출자한 곳이자 고객입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자치단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직원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 지방세연구원이 명실상부한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외압과 간섭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또 특정지역의 이익을 대변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이 연구원의 생명입니다.
이해관계를 떠나 가장 객관적인 연구 성과와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는 자긍심과 사명감이 필요합니다.
연구원 개개인의 능력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능력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열정과 의지입니다.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연구에 임해주길 바랍니다.
또 지방세연구원은 타 연구원보다 규모가 작다보니 무엇보다 소통, 신뢰, 단결, 양보가 중요합니다.
규모가 작으면 한 사람 한사람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모두가 이런 분위기를 조성을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율과 창의를 최대한 발휘해 줬으면 합니다.
■ 지방세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십시오.
- 지금 자치단체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중 41.1%인 58조원이 의존재원으로 구성되는 등 지방재정이 국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재정구조입니다.
우리나라의 조세규모는 237조3천억원으로 국세는 187조6천억원(79%), 지방세는 49조7천억원(21%)이며, 지방자치가 정착된 외국에 비해 지방세 비중이 낮은 상황입니다.
향후 지방자치 선진국 수준으로 지방세 비중을 확대해 나가고, 지방의 경제활동이 지방재정 확충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소득․소비과세 비중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세연구원 로고 의미는?
흰색 바탕에 주황색으로 수놓인 지방세연구원 로고는 세 개의 원형과 세 개의 직선이 서로 어우러져 있다.
세 개의 원은 자치단체를 의미하고, 원들을 이어주는 직선은 긴밀한 네트워크를 상징한다.
아울러 세 개의 원 중 큰 하는 중앙정부를, 두 개의 작은 원은 자치단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 세 개의 원은 지방세연구원의 설립목적이자 향후 추진해 나가야 할 과제인 지방세제, 지방재정(세출), 지역경제를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