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중에서 가장 무서운 새는?"
몇해 전 한 조폭영화에서 여주인공은 이 질문에 망설임 없이 '짭새(경찰)'라는 엉뚱한 답을 내놔 관객의 폭소를 자아냈다.
전북 익산경찰서 이영일(34.생활안전계) 경장이 19일 '짭새'나 '순사' 등 경찰관을 비하하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용어 사용을 자제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 경장은 경찰 창설 62주년을 앞두고 언론사에 보낸 기고문을 보내 "조폭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경찰관을 '짭새'로 부르는 등 등 비속어가 만연해 있다"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담은 경찰관련 은어나 비속어에 대해 국민 모두가 한번쯤 다시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초등학교 학생들까지 경찰관을 '짭새'로 부르는 바람에 사기가 떨어지고 부끄럽다"면서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 달리 시민의 안전을 위해 봉사하는 등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공정한 법집행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경찰관을 인격적으로 존중해주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런 비속어 등이 만연하면서 일부 시민들이 술에 취해 경찰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리고 경찰관들에게 폭언과 폭행까지 일삼고 있다"면서 "공권력 확립 차원에서도 제대로 된 명칭 사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짭새'라는 용어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역사적으로 검증은 안됐지만 조선시대의 경찰서격인 포도청(捕盜廳)에 소속돼 도둑을 잡던 포졸(捕卒)에서 비롯됐다는 통설이 경찰관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잡다'라는 의미를 가진 포졸의 '포'(捕)와 마당쇠나 돌쇠처럼 남자를 뜻하는 접미사 '쇠'가 합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둑을 잡는 남자'라는 뜻의 '잡쇠'가 된소리를 내다 보니 '짭쇠'가 되었고 모음동화 현상이 겹쳐지면서 지금의 '짭새'로 변했다는 것이다.
또 일제 강점기 경찰관의 가장 낮은 계급을 뜻한 '순사'도 시대적 변화에 맞게 '순경'으로 불러 달라고 이 경장은 부탁했다.
이 경장은 "대한민국 경찰을 상징하는 새는 '짭새'가 아니라 '독수리'"라면서 "경찰 뿐 아니라 철가방(중국요리 배달원), 깍쇠(이발사) 등 특정 직업을 비하하는 용어도 함께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북경찰청의 한 간부도 "민주화운동을 억압했던 70-80년대 암울했던 시대에는 '짭새'라는 말을 들어도 스스로 부끄러워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면서 "사회.문화적으로 급격한 발전이 이뤄진 만큼 이 용어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이 경장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