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세를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방안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28일 재정경제부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재경부는 최근 카드업계 담당자들과 두 차례에 걸쳐 비공식 회의를 열어 국세를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방안의 타당성 및 실효성에 대해 논의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의원 입법으로 관련 법안이 발의돼 6월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도 이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검토를 시작했다"면서 "현재 단계에서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는 국세의 카드 납부 결제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국세기본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으며 정부는 신용카드 업계에서 청취한 의견 등을 참조해 허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도 "지방세 신용카드 납부 제도의 현황 및 문제점, 국세 신용카드 납부 방식 도입에 대한 카드업계의 입장 및 수수료 문제 등에 관해 정부와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2000년 초부터 신용카드사와의 개별 계약을 통해 지방세 카드 납부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국세도 신용카드를 통해 납부할 수 있다.
국세에 대해서도 신용카드 결제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을 누가 떠안느냐 하는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카드사와 지자체간 계약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지방세의 경우 통상 카드사가 가맹점(지자체)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대신 고객이 일시불로 세금을 결제할 경우 국세청에 이를 지급하는 시간을 늘리는 세금 납기일 연장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달 1∼31일 카드로 결제된 세금을 카드사가 국세청에 바로 지급하지 않고 다음달 13일까지 지급 기한을 늦추면서 카드사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카드 이용자가 할부 납부 방식을 택할 경우에는 카드사가 할부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통해 가맹점 수수료 면제에서 오는 수익 감소를 만회하고 있다.
반면 미국 등에서는 카드로 국세를 납부할 때 카드 이용자가 '이용 편의 수수료'(convenience fee)를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 정서상 세금 납부자에게 수수료를 내도록 하는 방식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고, 국세에 대해서도 가맹점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데 대해 카드사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국세의 경우 지방세와 비교해 규모가 크고, 카드로 결제된 국세가 연체될 경우 리스크가 고스란히 카드사로 전이되기 때문에 가맹점 수수료 면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게 카드업계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재경위 김호성 전문위원은 입법검토 보고서에서 "국가와 납세자간 국세 채권이 카드사와 납세자간 금전 채권관계로 전환해 결과적으로 국세 체납에 대한 국가 부담을 카드사에 전가하는 셈이 된다"면서 "실제로 많은 카드사들이 수익성 미비와 고위험성을 이유로 (지방세) 신용카드 납부제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국세 연체보다 신용카드 결제 대금 연체시 연체 이자율이 높으므로 현금 흐름이 불량한 납세자에게는 더 큰 신용불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국세 신용카드 납부제도 도입에 따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부와의 논의 과정을 거친 뒤 국세 신용카드 납부제도 도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