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紙 창간40주년기념 특별인터뷰
이건춘 前 국세청장(11대, 前 건설부장관)

2005.09.29 00:00:00

한국은행 등'聖域'세무조사 사상 처음 단행


"IMF체제하의 세무행정은 단순히 세정차원에서만 접근할 수 없는 특별한 변수가 많았습니다. 기업을 살리면서 세무상 적정관리도 함께 해야 하는 대 전제가 깔려 있었는데 이를 세정현장에 반영하는 일이 그리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국가 부도위기라는 극한환경에서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세정운영을 책임졌으며, 그 어려운 상황을 '범 세정협조체제'로 반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건춘(李建春) 前 국세청장(10대·전 건교부 장관)은 '난관을 헤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국세청 조직의 전통적인 우수성 때문'이라고 정의했다. 당시 함께 고생해 준 모든 분께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인다.

"당시 나라 형편이 어렵다 보니 세금 한푼이 금쪽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세무행정을 세수확보에만 둘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세원을 배양해 놓지 않으면 결국 기업도 죽고 나라살림도 더 어려워진다는 판단에서 '양동작전'을 전개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음성 고소득 탈루자에게는 강력한 세무조사를 펴되, 영세사업자나 장래성이 있지만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은 세무관리를 최대한 하지 않고 대신 지원책을 찾아 각종 세무혜택을 투여했다.

李 前 국세청장을 두고 취임 초기 더러는 '문민성'이 너무 짙어 정치성이 강한 국세청 업무를 잘 관리하겠느냐는 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이 공기업(公企業)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로 입증됐다.

"일반 대기업들이 부도위기에 몰리고, 많은 중소기업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자료를 검토해 보니 공기업이 상대적으로 세금을 적게 낸 것이 포착됐습니다. 최우선적으로 공기업부터 세무조사를 시작했지요."

그는 한국은행을 비롯한 전 공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단행했다. '한국은행법'에 의해 독립이 보장된 한국은행을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한다는 것은 과거에는 꿈도 못 꿨던 사상 초유의 일. 또 당시만 해도 성역(聖域)으로까지 인식되던 공기업에 대해 국세청이 드러내 놓고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벌인다는 것은 국민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규모를 밝힐 수는 없지만 상상 외의 세금을 추징했습니다. 반발이 왜 없었겠습니까. '공기업이 이래서는 안된다'는 소신 하나로 밀고 나갔고 그 충정을 얼마후 다 이해하더군요."

당시 공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시키는 근거자료가 됐을 뿐만 아니라 비리기업에 대한 사법처리의 단초가 됐으며, 국민 법감정까지 순화시킨 것으로 한 연구보고서가 평가했다. 특히 공기업의 투명경영 확립에 시금석이 됐다고들 말하는 사람이 많다. 

"미국의 경우는 조그마한 기념식 때도 성실납세자는 상석에 모십니다."

우리나라도 성실납세자에게는 공공시설 이용때 우선권을 주는 등 실질적인 '납세자 긍지'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세청 직원들의 우수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욕심을 좀더 내자면 주인의식을 더 가져줬으면 합니다." 

'적어도 국세청 과장급 정도 되면 내가 국세청장이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그는, 국세청장 재임시절 아쉬웠던 일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국세공무원법' 제정을 추진하다 성취 못 시킨 것을 꼽았다.

"흔히들 국세청 독립을 말하는데 그것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닙니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되는데, 재임 중 이 법이 추진되다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정치권이 표면적으로는 국세청의 독립에 대해 긍정적인 제스쳐를 보이지만 막상 일을 추진하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뒤로 빼는 경향이 있다'면서 정치권의 실질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온화하면서도 깔끔·담백한 이미지로 재임때 '국세청 신사'로 통했던 그는 현재 태평양법무법인 고문으로 활약하고 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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