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기 행정자치부 지방세제팀장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중복과세 금지원칙을 규정한 국세와지방세의조정에관한법률 제4조는 전향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세계적인 추세로 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세원 공유현상이 보편화되고 있고, 소득·소비에 대한 과세가 국세에 편중돼 있는 우리나라 실정에 비춰 순수한 새로운 지방세원 개발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신세원 개발을 위해서는 신세원 개발의 주체로서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하나의 새로운 세원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들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세원으로서의 정통성이 인정돼야 한다. 세금은 아무 데나 과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원으로서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조세이론상 하자가 없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용역보고서 등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따라 조문화해야 한다. 조세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반대급부없이 세법규정에 의해 조세채권과 조세채무가 성립된다. 따라서 세법의 조문은 법률체계에 비춰 조그마한 하자도 없이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 세법의 구성은 아무에게나 의뢰할 것이 아니라 법제전문가에게 의뢰, 구성해야 할 것이다.
셋째, 조세는 현실에서 과세권자가 납세자와 별다른 마찰없이 정확하고 공평하게 징수할 수 있어야 한다. 세금을 정확하게 과세하기 위해서는 과세표준액 산출, 세원 포착 등의 과세기술이 필요하다.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가급적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므로 세무공무원은 거기에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대응은 대부분 세무행정적인 사항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세법제도가 빈틈없이 만들어져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 납세자의 의식, 세무공무원 수준 등을 고려해 최선의 운용이 가능한 세법이 되도록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넷째, 국민들의 충분한 여론수렴과정을 거쳐야 한다.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핵심은 국민의 뜻에 따라 행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국가가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하여 재원만을 중요시해 국민들의 의사에 반한 세금징수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새로운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세금 납부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겠지만 반대하지 않는 정도로라도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과거처럼 중앙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결정으로는 안될 것이다. 지방세의 경우는 지방자치단체의 몫으로 돼 있기 때문에 시·도지사, 지방의회 차원에서 충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국가재정, 지방재정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세금은 재정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기본목적이다. 세금을 징수해 어떻게 사용할 것이며, 얼마가 필요하다는 설명이 필요하다. 지자체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인 세금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새로운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국가재정과 지방재정의 관계와 그 재정사정도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 목적세의 경우는 특별회계로 설치하고 몇년간 징수해 어떻게 사용된다는 계획도 필요하다. 또한 세금은 재정수요를 충족시키지 않으면 안되는 제도라는 점과 불가피성에 대해 설명돼야 한다.
새로운 세원을 개발하는 문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재정현실이 충분히 설명돼야 하고, 새로이 받을려고 하는 세원의 정통성이 충분히 인정돼야 한다. 특히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들도 커다란 불평을 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여러가지 조건 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세제라는 평가가 가능할 때 새로운 세원은 국회를 통과해 입법화될 수 있다.
이러한 일은 어느 누구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협력해서 추진해야 하는 과제임을 충분히 이해하고 적극 노력해야 신세원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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