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 - 국세청 비화

2000.03.27 00:00:00

영동진흥개발사건 <8>-⑪

편법자금 유용으로 장부기록없어 애로
사투건 장기조사로 요원체력 한계

“영동진흥개발을 비롯한 13개 계열사와 거래처의 주요 입·출금내역을 하나하나 대사해 나가는 일은 거의 死鬪에 가까웠습니다. 특히 상가나 아파트 건설을 주력으로 하는 영동진흥개발같은 건설회사의 거래처는 수건이나 장갑도매상에서부터 공사현장 함바집의 식당에 이르기까지 수백여 곳에 이릅니다. 그러니 13개 계열사와 거래한 업체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이러한 업체의 특성을 감안해 주요 입·출금 내역과 불법어음 할인내용을 일일이 추적해 거래관계를 밝혀야 李 회장 일가의 탈세혐의나 자금유용을 밝힐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한 직원의 회고처럼 영동진흥개발사건 특별조사의 핵심이 어음의 불법할인을 통한 부정금융사고였던 만큼 수십개의 라면박스에서 쏟아진 입·출금내역 등 거래원장과 은행대출내역, 사채할인내역 등을 하나하나 밝히는 데 조사의 역량을 집중했다고 전했다.

3반장은 당시 영동진흥개발과 같은 특별조사때는 지방출장도 유난히 많았다고 전했다.
“가령 조사도중 영동진흥개발이 부산진세무서 관내에 있는 기업체와 거래한 내역이 발견되었다면 반장은 즉시 직원에게 해당세무서나 기업체로 출장을 보내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물론 해당세무서나 기업체에는 일체의 사실을 귀띔해 주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해당기업체에 담당공무원이 사전에 힌트를 주어 기업체에서 장부를 조작해 사실관계 확인을 어렵게하거나 또는 거래를 하지 않고 단지 필요에 의해 자금을 빌려 줬다거나 빌린 것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조사내용이 왜곡·축소될 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당시에는 특별조사요원과 일선직원의 조사능력에 많은 실력차이가 있어 지방출장 수요가 발생하면 일일이 쫓아다닐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직원들은 하루종일 시중은행 문서보관창고나 혹은 은행연합회내 상황실 한켠에서 조사를 한  뒤 밤 기차를 타고 출장가 새벽녘에 출장지에 도착해 해장국 한 그릇에 허기를 채우거나 근처 목욕탕에서 피로를 풀고 출장조사를 하는 것을 밥먹듯 했다고 밝혔다.

은행이든 기업이든 돈은 한번 들어오면 반드시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빠져나가게 돼 있고 또한 사용처가 있게 마련인 법이다. 조사베테랑은 회사의 입·출금내역 등 기초 장부만 봐도 기업체의 자금흐름을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지만 영동의 경우, 단시간내에 급성장한 기업이고 자금사정이 악화된 이후에는 편법으로 자금을 유용하거나 동원할 수밖에 없어 제대로 회계장부를 작성한 적이 거의 없어 조사의 어려움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이런 식의 조사가 한달을 지나고 두달이 가까워 오는 등 장기화되면 반장은 물론 조사요원 모두가 기력이 쇄진해 감기몸살을 앓는 경우도 허다했다.

결국 막바지에는 조사대상 기업체의 임직원이나 공무원 모두가 신경이 예민해져 어떤 때에는 서로 말도 제대로 못 건넬 정도였다는 얘기도 꽤 있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80년대 초반만 해도 자금세탁 개념이 아주 희박했고 경제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작아 1천만원이상의 고액의 입·출금 내역을 찾기가 다소 용이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특조요원들은 먼저 5백만원이상의 고액지출건의 자금흐름을 파악한 뒤 나머지 자투리 돈을 거래업체의 회계장부와 대사해 확인해 기업체 담당자로부터 확인을 받는 중노동을 연일 계속해야 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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