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결과에 납득가지 않거나 승복할 수 없으면 심사·심판청구한 뒤 소송해 이기면 될 것 아니오.”
K기업 L某부장은 지난해 지방청 정기법인조사가 끝나갈 무렵 한 세무공무원으로부터 이 말을 듣는 순간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조사기간중 식사대접을 극구 사양하며 조사업무에 충실해 왔던 그 세무공무원의 얼굴이 다시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는 “추징결과에 납득을 못해 이의를 제기한다면 최종 결론이 날 때 까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동안 납세자가 물심양면으로 겪어야 하는 고통을 국세청 직원들은 課稅만 해서 잘 모르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국세청이 제2의 개청을 내세우며 대대적인 세정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요즘, 세무공무원이 예전보다 한결 친절해졌다고 납세자나 세무대리인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일선관서 납세지원센터나 납세자보호담당관실을 찾은 민원인들은 과거보다 크게 달라진 세무공무원들의 친절한 응대와 설명 또는 안내에 어리둥절해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 역시 아직도 산적해 있다는 게 기업체관계자나 납세자들의 시각이다.
먼저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은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신교육체계를 마련해 수뇌부의 세정운영철학이 일선 말단직원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직도 일부직원은 조직개편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인식하지 못해 문의를 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납세자에게 `이것도 제대로 못하느냐'면서 불평을 터트리거나 핀잔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담당공무원의 판단이나 설명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납세자가 심리적으로 위축돼 세무관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각인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또한 똑같은 지시나 시책이라도 직원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하느냐에 따라 세법에 무지한 납세자의 재산권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업무에 관한 직무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부가세나 소득세 등 각종 신고 부속서류 보완 및 사실관계 입증책임을 납세자에게 미루는 것도 납세자 만족서비스 구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민원행정이 마찬가지겠지만 공정하고 신속한 업무처리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재산권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국세행정이 지향해야 할 지고지선의 납세서비스라는 게 조세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