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비화-<8〉영동진흥개발사건-⑦

2000.02.14 00:00:00

자체감사 1천6백71억 변칙유용 적발

중앙지점내 영동특별팀 한달가까이
매일 4~5개 은행돌며 어음변칙결제



인간지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조흥은행 중앙지점의 고준호 지점장, 박종기 차장에게 포섭돼 본점 승인없이 지점장 직인을 위조·도용해 하루하루 만기도래한 어음을 편법으로 결제해 주며 영화를 누리던 직원들도 머지않아 이 일이 발각돼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란 두려움에 떨고 있었으나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朴모, 李모, 宋모씨 등 당좌담당대리들은 어음결제시 현금이 들어오지 않고 다른 은행이 발행한 당좌수표가 들어오면 이 수표는 다음날 어음교환소에서 결제가 돼야 어음결제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당좌수표를 현금과 같이 자기앞수표가 입금된 것처럼 변칙처리해 당일 결제자금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이 때 양쪽 은행에 들어간 당좌수표는 다음날 어음교환소에서 현금거래 없이 상계처리돼 상대은행은 일종의 정류장 역할만 한 셈이다.

이같은 방법으로 조흥은행 중앙지점내 영동개발지원특별팀(?)과 영동진흥개발은 부도를 내지 않고 하루하루 피를 말리듯 힘겨운 어음결제를 해 나가고 있었다.

거의 매일이다시피 이런 변칙방법을 쓰면 적어도 3∼4일간은 결제자금이 없어도 부도가 나지 않을 수 있고 또 다행히 영동측이 상가나 아파트분양대금이 어느 정도 모아져 이를 갚아 버리면 그간의 범행은 감쪽같이 은폐될 수 있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속담은 여기에서도 예외일 수 없었다.

정권의 고위층과 관련된 이철희·장영자사건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터진 명성그룹사건이 상업은행 혜화동지점의 金모 대리와 社主가 결탁해 벌인 금융부정사건으로 결말이 나자 가뜩이나 자금사정이 안 좋던 영동진흥개발은 치명적 위기를 맞았다.

정권의 기류나 정책흐름 또는 미확인 루머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채시장의 錢主들은 영동측이 발행한 어음을 대량 돌리게 됐고, 조흥은행외에 다른 은행은 영동측의 자금사정을 파악하고 이미 신규대출을 제한하고 있었다.

雪上加霜으로 부동산경기 침체와 경직된 사회분위기로 인해 영동진흥개발이 지은 상가나 아파트의 분양이 극히 저조해 자금줄이 완전히 막힌 이복예(李福禮) 회장측도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빠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급격히 악화되자 몸이 단 것은 이복예(李福禮) 회장의 영동개발 못지 않게 조흥은행 중앙지점내 영동지원특별팀 소속 직원들이었다.

이들은 이같은 불법·편법행위가 본점 감사팀에 발각되거나 제보되는 날이면 신분상의 불이익은 물론 형사처벌을 모면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9월15일 조흥은행도 더 이상 중앙지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묵인하지 못하고 자체조사를 실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될 때까지 은행원들은 거의 한달동안 매일 4∼5개 은행을 뛰어다니며 만기도래한 어음의 변칙결제에 매달렸으나 하루가 다르게 결제규모는 늘어나 마지막에는 결제액이 4백17억원까지 늘어났다.

10여일간에 걸친 자체감사를 통해 조흥은행은 26일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헌승 조흥은행장은 26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80.2월부터 시작된 이번 사건은 영동개발진흥과 중앙지점 고준호 지점장 등 11명의 직원이 결탁해 본점 승인없이 지점장 직인 및 보증인을 도용해 영동진흥개발관련회사 어음 1천6백71억원어치를 불법보증해 금융자금을 변칙유용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 행장은 총 사고액 중 4백17억원은 이미 은행에서 결제됐으며 나머지 1천2백억원 중 1천억원은 영동진흥개발, 2백억원은 신한주철의 변칙적인 어음지급보증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동진흥개발이 이렇게 불법으로 조성한 1천4백71억원의 자금은 ▲부동산 매입 5백억원 ▲계열기업 투자 1백30억원 ▲사채이자 지급 6백억원 ▲주식투자 2백40억원이었다고 밝혔다.

또 신한주철의 불법조성자금 2백억원은 ▲사채이자 지급에 80억원 ▲경영손실보전에 90억원 ▲주식투자에 30억원을 각각 사용했다고 감사결과를 밝혔으나 사건의 파장은 이미 조흥은행내에서 자체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떠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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