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 論]근거과세의 길

2000.06.29 00:00:00

오재선(吳載善) 세무대학 교수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세금은 나라를 지키고 국민 모두가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해 나가기 위한 국민 공동의 비용인 것이다. 따라서 세금의 부과는 국민들 사이에 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부담토록 하여야 하는 것으로 이에 맞는 합리적인 조세제도를 마련함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아무리 공평하고 합리적인 조세제도를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과세에 있어 불공평한 과세가 된다면 이러한 조세제도는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조세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근거과세이다. 즉, 모든 세금의 과세는 납세자의 장부나 증빙에 의거해 정확하게 과세되어야 한다. 어떤 사업체의 경우 수익이 얼마인지 소득이 얼마인지 그리고 이에 따른 세금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것은 사업을 하는 납세자가 자기의 기록이나 증빙을 근거로 가장 먼저 또 가장 정확하게 알 수가 있다.

따라서 납세자의 성실한 신고에 의해 과세하는 신고납세제도만이 근거과세의 길이 되고 공평과세를 기할 수 있다.

납세자는 비단 세금 계산을 위해서만 아니라 사업을 함에 있어서 장부를 기록하고 일정기간 보존함은 자기를 위하여 기본적으로 필요함은 말할 것도 없고 채권자나 일반 국민들에 대하여도 자기 사업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 세법은 사업자에게 장부의 기장의무와 일정기간 보관의무를 지우고, 다른 한편으로 장부기장에 어려움이 있는 중소사업자가 성실한 기장을 하는 경우 기장세액공제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에 있어서 개인 사업자의 기장비율은 그리 높지 못하다. 통계에 의하면 개인 사업자의 약 15%('98년 14.1%)만이 장부를 비치기장하고 있고, 이 중 과세미달인원을 제외한 소득세 확정신고대상인 사업자의 40%만이 장부를 비치하고 있음이 현실이다.

이와 같이 기장 사업자의 비율이 적은 이유는 기본적인 기장능력부족에도 원인이 있지만 종래 잘못된 과세행정과 조세제도, 행정에 대한 잘못된 납세자의 인식에 연유된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세법대로 과세를 당하면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인식에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정부는 꾸준히 세율의 인하에 노력해 왔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성실한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납세자가 세금 외의 각종부담(이른바 준조세)을 같이 고려하면 세금의 부담이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세금 외의 부담들을 줄이는 노력이 더욱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신뢰할 만한 기장을 하여도 기장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지난날 세무공무원이 기장에 의한 실지조사 결정을 함에 있어서 많은 인력 시간이 소요되어 업무량이 많아 어려움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 과세에 따른 근거가 남기 때문에 감사의 지적대상이 된다는 이유로 손쉬운 추계과세로 가는 경향이 있었음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세무공무원의 이러한 자세는 있을 수 없고 납세자가 기장을 함에 있어서 세무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기장의 어려움이 덜어지고 있어 이러한 인식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셋째는 기준율과세제도의 문제점이다. 납세자가 장부를 비치 기장하지 않은 경우에 수입이나 소득을 추계하여 과세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한 표준소득률 등은 정부가 추계과세를 위한 기준으로 마련한 것이나 이러한 기준은 아무리 정밀하게 마련한다 하더라도 획일적으로 마련되는 것으로 개개의 납세자의 사업성과와는 거리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 경우 실제보다 높게 과세되는 경우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되고 반대로 실제보다 낮게 과세되는 경우는 오히려 기장을 하지 않는 유인이 되는 것이다. 또 행정적 측면에서 볼 때 기준율과세제도는 납세자에게는 가산세를 물더라도 기장, 신고에 따른 업무상의 부담을 덜게 되고, 세무관청도 기준율에 의하여 간편하게 과세하는 편이한 방법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경우 근거과세의 길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늘날 정보화 사회에 있어서 사회의 각 분야가 투명해지고 있으며 전산화의 발달로 많은 거래자료들이 자동으로 기록되고 있다. 납세자가 거래자료를 감추려고 하여도 많은 부분 불가능하고 설령 일시적으로 가능하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적발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근거과세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앞서 모든 납세자는 조세제도를 신뢰하고 자기의 사업에 따른 수익과 비용에 대하여 정확하게 기장을 하고 이에 따라 신고납세하는 것이 불필요한 세금부담을 하지 아니하고 절세하는 길임을 확실히 인식함이 필요하다. 이렇게 할 경우 어떠한 세무조사에 대하여도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둘째는 추계과세를 위하여 필요한 기준율은 더욱 연구하고 합리적으로 마련함이 필요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이는 정부만이 활용하여 납세자가 이의 적용에 따라 반사적 이익을 가질 수 있음을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을 해서는 안된다. 셋째는 세무조사 기능의 강화이다. 과세관청은 세무조사를 철저히 하고 더욱 정밀하게 하여 납세자의 탈세를 사전에 방지하고, 탈세가 있을 경우 이는 언젠가 반드시 적발되고 이 경우 고의적인 범칙인 경우 처벌된다는 인식을 납세자가 기본적으로 갖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조사과정에서 일부 근거자료의 불비 등이 있을 때 무조건 추계과세로 갈 것이 아니고 근거를 보완하여 실액과세를 하여 기장능력의 부족에 따른 실수는 보완해 주어야 한다. 끝으로 정부나 세무공무원 뿐 아니라 각종 동업자 조합, 단체들의 세무행정에의 적극적인 협조와 세무사 등 전문가들의 바른 지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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