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友論壇-로비스트와 세금

2000.05.29 00:00:00



고지석(高智錫) 한국세무사고시회장

어떤 교수가 우리 나라 사람들은 같은 것이라도 외래어로 얘기하면 좋은 것이고, 우리말로 얘기하면 나쁜 의미로 느끼는 경향이 많다고 하면서 `땅굴'을 그 예로 들었다.



이제는 남북정상회담까지 하는 시절이므로 모두들 그 감각이 좀 무뎌지기는 하였지만 한동안 매스컴을 떠들석하게 했던 `땅굴'을 영어로 얘기하면 `터널(Tunnel)'이다. 땅굴이나 터널이나 결국 같은 것인데도 영어로 터널이라고 하면 어쩐지 좋고 이로운 것으로 느껴지고, 땅굴이라고 하면 안 좋은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요즈음 신문방송에서 떠드는 `로비스트'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로비스트(Lobbist)는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보수를 받고 원외활동을 대행해 주는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합법적으로 그런 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적절한 우리 나라 말이 없다. 그래서 매스컴에서도 계속 `로비스트'라는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도 분명히 로비스트는 있다. 그렇지만 그런 일을 대신 해 주고 돈을 받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변호사법 위반이 되어 형사처벌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뇌물공여에 대한 의혹만 사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그런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도 없겠지만 만약 있어서 `알선업자' 정도로 호칭을 하여야 한다면 그 어감부터 어색하고 이상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국문학을 연구하자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그런 직업이 존재하고 또 상당한 수입이 있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그에 대한 직업이나 수입자체를 위법으로 보고 제도권 밖으로 몰아내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음성적인 수입이 되고, 또 세금마저도 징수를 못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거래가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런 비용을 지급한 회사에서는 합법적으로 회계처리를 못 하고 비처리를 하기 위한 또 다른 불법거래가 발생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요즈음 우리 나라에서도 차라리 `로비스트'를 정식으로 인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에 동감한다. 개인 과외 교습비도 연간 1조원이상의 돈이 지출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그에 대한 세금부과는 전혀 못 하고 있지 않는가.

시대에 따라 적절히 규제를 철폐하여 그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을 모두 범법자로 만들지 말고 관련법을 개정하여 제도권으로 양성화시켜 주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음성거래와 탈법적인 세무처리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수입에 대해서 소득세도 부과할 수 있어 세수도 증대될 것이므로 결국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일석이조삼조의 득이 될 것이며 나아가 투명한 사회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본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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