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다면…

2000.05.25 00:00:00



○…일본의 저명한 작가인 다테이시 가쓰노리가 지은 논픽션 `침묵의 함대 동경국세국 사찰부'에서 “국세청 사람들은 입이 없는 사람들 같다”며 사찰부를 `침묵의 함대'라고 표현했다. 사찰과 관련하여 어떤 것도 말해서 안되며 말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국세청 사찰부가 일본 자민당 부총재인 가네마루에 대해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자금 추적과 압수수색, 검찰 고발과 체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한 정계 거물의 추락을 잘 그리고 있다. 작가는 “정치헌금을 유용해 비자금을 만들고 거액의 탈세와 재산불리기를 계속해 온 킹 메이커가 있는 나라의 국민이 가엾다”고 지적하고 검찰의 이면에서 드러나지 않은 그림자 역할을 해 온 `침묵의 함대'를 사회정의 바로세우기의 `최후 관문'이라고 적고 있다.

○…국무총리가 부동산 명의 신탁 파문으로 물러났다. 그 단초는 세금 문제가 걸린 재산에 대한 법적 절차에 따른 것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정부 기관인 과세청과의 송사에서 불거진 일이었기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국세청 검찰 그리고 공직자재산등록 관련 부처등간의 정보 교류 문제다. 총리 임명전에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사안에 대한 검토와 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물론 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기 전 섣부른 예단을 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과세청은 이미 수년전에 관련된 사안에 대해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었고 해당 재산에 대한 납세의무자를 가리는 법원 판결에 따라 그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도 미루어 짐작해 본다.


○…침묵은 금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작가 가쓰노리의 표현대로 `침묵의 함대'인 국세청이 혹 `입의 무거움'을 너무 중시한 게 아닐까? 류시화 시인이 엮은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의 표제가 떠오른다. 그때 그 시점에서 일파만파의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었다면 한 공직자의 영과 욕이 교차되는 고단함이 일어나지 않았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이 파문으로 인사청문회 실시에 대한 논의가 본격 제기되고 있다. TJ 부동산 명의 신탁 파문을 반면교사로 삼아 고위 공직자 임명시 `침묵의 함대'와 함께 정보 교환이나 어떤 검증을 해 보는 것도 필요할 듯싶다. 합법적인 절차와 방법을 마련해서 말이다. 왜냐면 중도하차가 빈번할수록 공직사회와 국민간의 불신의 골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아둔함 가운데서도 단상으로 감히 적어 보았다.

지형길 출판국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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