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개혁 성과에 대한 평가

2000.05.01 00:00:00





김영생(金榮生) 변호사


최근 국세청이 정부부처 가운데 개혁을 가장 모범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평가되어 정부부처로서는 처음으로 공공부문 우수관서로 선정되었다는 언론보도와, 한편에서는 직원들의 사기가 날로 저하되어 우수한 중견 세무공무원들이 줄줄이 세정가를 떠나고 있다는 이율배반적인 소식을 들으면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국세청에서 시작한 이래로 13년이라는 적지 않은 세월을 몸담아 오다가 최근에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필자로서도 이러한 국세청의 개혁성과에 한편으로 박수를 보내면서도 현직에서 고생하는 선·후배 동료들을 생각하면 웬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 옴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혹자는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하여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느니 심지어 어떤 이는 다시 과거의 세목별조직으로 회귀하여 지역 담당제를 부활하여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 떠나는 동료들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하지만 흐르는 물줄기를 바꿀 수 없듯이 개혁의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일전에 현직에 근무할 때 기회가 주어져 미국 국세청 시찰을 한 적이 있는데 자본주의의 선진국인 미국의 공무원 사회는 사실은 미국 사회에서는 우수한 인재들이 근무하는 곳이 아니라 보통수준의 평범한 사람들이 근무하는 조직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미국 공무원 조직이 효율이 떨어진다느니, 3류 조직이니 하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최근의 현상을 보면서 이제 국세청도 선진국형 조직으로 가는 과도기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선진국 공무원 조직이란 개개인의 구성원이 결코 우수하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전체 조직은 굉장히 효율적이고 강력한 조직이다.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가 고도화되면 직업선택의 기준도 `연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공무원 연봉이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민간부문보다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앞으로 국세청을 포함한 공무원 조직으로 과거처럼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들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할 수 있다. 또 기능적으로 볼 때도 과거 공무원 조직의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을 때에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 우수한 구성원들이 필요했지만 조직이 성장·안정화되고 시스템이 구축된 현재는 과거처럼 우수한 구성원의 필요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러한 조직의 시스템에 따라 주어진 업무를 기능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화려하지 않지만 성실한 구성원이다. 그렇다면 최근의 국세청의 이직현상은 자연스런 발전의 과정이라고 보여지며, 국세청 조직도 이제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이 아닌 제도와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체제로 재편되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생각되며, 앞으로도 국세청 전체 조직의 역할은 더욱 더 커지고 화려해지겠지만 구성원 개개인의 역할은 점점 더 축소되리라고 본다.

이러한 국세청 개혁의 성과는 어느 한두 사람이 아닌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희생 위에 이루어진 것이며 이제 어느 정도 개혁의 성공을 이룬 현 시점에서 이러한 희생을 감수하고 묵묵히 성실하게 일해 온 구성원들에게 개혁성공의 과실을 일부 돌려주어야 할 것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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