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선 (鄭殷善) 세무사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규제개혁이 화두로 등장하였다. 제3공화국의 행정개혁위원회, 문민정부의 행정쇄신위원회, 국민정부의 규제개혁위원회가 그 방향을 결정하는 기구로 등장하여 많은 성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각종 규제는 지배적 통치구조에서 행정편의를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며, 일부는 이익집단의 요구를 정부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기득권으로 고착시켜 그 개선에 어려움이 많다. 국민정부의 규제개혁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여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실현하는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국민에게 홍보도 하였으나, 기득권의 벽을 뚫지 못하는 한계로 국민에게 실망을 주었다.
제3공화국의 행정개혁위원회와 문민정부의 행정쇄신위원회에서 결의한 세무대리 일원화는 해당위원회가 정부에 대하여 개선요구를 하여도 해당부처에서 관련단체의 반대에 부딪쳐 휴지조각으로 변하였고, 규제개혁위원회에서는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 변호사 공인회계사의 세무사 자동자격 배제 등이 검토과제로 채택되었으나,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는 변호사의 반대로 검토단계에서 제외되고 자동자격 배제는 개선과제로 채택하여 재경부에서도 입법을 추진하였으나 관련단체의 저항으로 좌절되고 말았다.
국민정부에서는 과거 정부의 규제개혁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규제개혁위원회의 위상을 격상시키고, 많은 민간 전문가를 참가시켜 힘을 실어 주어 의욕적인 개혁을 추진하였으나, 개혁과제를 대부분 정부에서 선정하여 건수 실적만 홍보가 되었지, 실지 국민의 불편을 제거하는 규제는 제대로 채택도 되지 않아 지금 국민들은 과연 규제개혁이 이루어 지고 있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96년에 국세청에서는 세무대리제도 선진화 방안에 대하여 조세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주어 필자가 조세연구원장의 요구에 의하여 2시간에 걸쳐 세무사법과 앞으로의 개선과제를 담당연구위원들에게 설명하고 토론하게 한 적이 있다. 그 때 필자는 세무대리제도의 개선과제로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와 중소기업에 대한 회계감사를 주장하고 조세법과 회계전문가인 세무사가 해당 전문가로서의 업무에 제한을 받는 것은 대리제도의 본질과도 맞지 않으며,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한 세무대리제도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하였다.
그 후, 연구위원들이 외국의 소송대리제도와 비교연구하였으나 외국제도를 소개하는 데 그치고 제도개선에 관한 결론은 내리지 않았다.
이와 같이 국책연구소 또는 민간연구소까지 단체간의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제도는 눈치를 보고 현상유지만 하려고 하므로 사실상 국민의 권리가 외면당하고 그 개선도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
정부의 진정한 개혁은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통치자의 결단에 의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세무대리제도도 본질적인 틀을 깨어 조세전문가의 기능을 최대한 보장하지 않으면 세무대리인의 경쟁력에 제한을 받게 되어 국제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까지 입지가 약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