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화 (金鍾華) 세무사
해마다 정부에서는 납세자의 날을 맞이하여 성실납세자와 세정협조자에게 감사의 뜻으로 훈장과 표창을 수여하고 건전한 납세의식을 고양시킨다는 취지에서 전국의 세무서별로 관내 납세자와 세정협조자를 동원하여 1일 명예서장제와 1일 명예납세보호담당관제 등 각종 행사를 해 오고 있다.
금년에는 `조세의 날'을 `납세자의 날'로 改名하고 행사도 다채로워졌지만 이것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일회성 행사가 과연 국민의 납세의식을 얼마나 높일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전체 납세자 중 극히 일부만이 참여하는 `순간 행사'에 그치기 때문이 아닐까.
정부는 과거도 그랬고 현재도 국민납세의식은 국민 스스로 알아서 해 줄 때를 바라는 것처럼 법과 행정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고 있을 뿐이다.
기업의 경우를 보라. 어떠한 새로운 상품을 판매하기 위하여 그 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알리려고 노력하고 그에 대한 광고비로 많은 지출하고 있는데 하물며 반대급부가 직접적으로 없는 세금을 거두어 들이기 위하여 정부에서 과연 얼마의 홍보비를 지출했는지, 아마 전체 조세수입의 10만분의 5미만의 미미한 수준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부에서는 납세자의 납세의식을 먼저 높이려 노력하지 않고 납세자로 하여금 법이 정한 대로 따라오지 않을 경우 세무행정력으로 제재를 가하여 모든 것을 해결하려다 보니 세무행정의 인력과 비용이 해마다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납세자의 조세 저항만 불러오게 된 것이다.
특히 집단화된 상가 등 세정 취약지대는 세무행정력과는 관계없이 세금 많이 내는 자가 바보이고 적게 내는 자가 현명한 자로 인식되어 버린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납세자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 국민의 납세의식 수준은 후진성을 면할 수 없으며, 국민성 또한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다. 남이 세금 포탈했을 때 탈세이고 범죄자이면서 내가 세금을 포탈한 것은 절세라고 미화시키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인 것이다.
이렇게까지 된 것은 어릴 적부터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납세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며 결과적으로 OECD의 일원이 된 지금까지 세금문제에 관한 한 지식인 재벌 중산·서민층 너나 없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를 대신하여 시민·사회단체들이 납세의식을 높여 투명성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정부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을 촉구하고 있으며, 탈세에 대한 감시 뿐만 아니라 영수증 주고받기 운동 등 납세의식 함양을 위한 운동을 펼치고 있으므로 점차 납세의식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21세기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정부는 다시 한번 과연 국민 납세의식의 함양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 반성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국민의 선진 납세의식을 위하여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여 납세의식에 관한 홍보와 교육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할 때 국민의 납세의식은 선진화되고 회계가 투명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