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조세문화 이렇게 달라져야 한다

1999.11.04 00:00:00

“납세자 스스로 정확한 기장 납부기회줘야”




국중호박사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 조세문화의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으로서는 사업소득이나 부가가치의 탈루 문제, 부정확한 기장문화에 따른 근거과세의 미정착, 정책당국의 책임 있는 공공서비스 제공의식의 결여와 공공서비스의 대가에 대한 납세자의 조세부담 의식의 결여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바람직하지 않은 조세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보다 설득력과 호소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 문화를 형성하게 한 제도나 여건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도 함께 논의하여야 할 것이다. 필자는 위에서 지적한 조세문화의 현상치료를 위해서는 그 원인치료가 절실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개인이나 법인납세자의 경우, 주어진 제도하에서 자신의 만족(효용)이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행동을 한다. 납세자가 주어진 제도를 악용하여, 예컨대 세무공무원과의 결탁을 통한 탈세행위 등을 근절해야 한다고 하는 데 대하여 적어도 현상적으로는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버티고 있는 제도나 여건이 이러한 행동을 유발하기 쉽게 하고 또 위에서 언급한 바람직하지 않은 조세문화를 빚어내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하면, 그 원인을 제공하는 틀의 개혁이 없이 조세문화를 개선하고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주지하듯이 조세수입은 중앙 및 지방정부가 공공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재원을 형성하며, 과세는 공공지출의 수단과 함께 자원배분, 소득재분배, 그리고 경제안정화 기능을 담당한다. 이때 과세되는 원천인 과세대상은 소득, 소비, 그리고 재산이다. 이 중 소득 및 소비과세는 플로우(flow, 유량)에 대한 과세이며, 재산과세는 스톡(stock, 저량)에 대한 과세이다. 이하에서는 플로우 과세문화와 스톡 과세문화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논의하고 이에 기초하여 달라져야 할 과세문화에 관해 언급하기로 한다.

플로우 과세문화

우선 소득 및 소비과세, 즉 플로우과세에서 나타나는 탈루문제와 기장문화의 미정착 등이 왜 우리의 조세문화로서 형성되었는지를 보기로 하자. 소득 및 소비과세의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그 세원이 되는 소득과 소비행위가 제대로 파악되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사업소득이나 부가가치의 파악에 있어 세원의 탈루가 심하여 수직 및 수평적 불공평과 더불어 효율적인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하고 있음은 여러 연구의 결과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가 주변에서 느끼고 있는 실상이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플로우 과세문화가 제대로 형성될 리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 및 소비과세가 국세의 중심이 되어 있으므로 이는 국세문화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원인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납세자는 기본적으로 세금을 적게 내려고 하기 때문에 기장을 하지 않고 무기장 추계과세나 간이과세제도를 적용받아 납세를 하는 경우의 세액과 기장신고납부를 하거나 일반납세를 하는 경우의 세액을 비교하여 낮은 경우를 선택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기장사업자의 소득금액을 추계하는 방편으로 소득세율을 결정짓는 표준소득률제도나 부가가치세의 간이과세제도 등은 합법적으로 세원탈루를 조장하는 조세문화를 형성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직종간의 불균형이나 탈세의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 국세통계연보를 보아도 무기장 추계신고에 의하여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인원이 10명 중에 6명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공식자료로부터도 성실한 기장에 따른 납세제도가 정착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세원탈루에 따른 직종간의 불공평과 기장문화를 방해하는 표준소득률제도 및 간이과세제도 등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을까. 그 화살은 납세자에게도 돌아온다. 만약에 납세자가 그 근거가 되는 기장을 정확히 하여 제대로 자신의 소득이나 부가가치를 신고하면 표준소득률제도나 간이과세제도는 전혀 필요없는 제도이다. 과세당국으로서는 납세기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징세비용 등을 감안하여 비록 대체적이나마 소득이나 부가가치를 파악하고자 하는 방법으로 이들 제도를 만들어 대응하게 된다.

이처럼 (플로우)과세문화를 바르게 정착시키기 위한 책임은 과세당국과 납세자라는 쌍방에 귀착된다. 세원탈루에 대한 단속의 강화가 있다해도, 단속의 기준이 되는 표준소득률제도나 간이과세제도 자체가 이미 세원탈루를 내재적으로 인정하여 직종간의 수평적 불공평과 부담능력에 따른 수직적 불공평, 그리고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지는 제도로 되어 있기 때문에 조세문화의 개선은 세무단속의 강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어째서 세원의 탈루문제를 제공하는 이들 제도가 우리의 조세문화로 정착되어 지속성을 갖고 나타나고 있을까. 그 이유로서 과세당국의 지대추구와 납세자의 이익추구와의 일치에 따라 개혁의 유인이 작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납세자는 가능한 한 세금을 적게 내려는 속성이 있다. 이때 과세담당 개인이나 부서가 경제전체의 후생을 최대화하기보다는 자신이 어떤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그 자리를 이용하여 자신의 사적인 이익추구(지대추구, rent-seeking)를 한다면, 이에 따라 표준소득률이나 간이과세제도의 개혁에 소극적으로 되고 이 제도는 지속성을 갖게 된다. 그 결과 올바른 근거과세의 기초가 되는 기장문화는 뿌리내리기 어렵게 되고, 합법적인 탈루와 그 도를 넘어 탈세행위로 이어져 바람직하지 않은 조세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스톡 과세문화

우리나라에서 스톡과세인 재산과세는 지방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이는 주로 지방세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재산과세의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으로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재산가치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과 한 과세 대상에 여러 세목이 중복적용되는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첫머리에 언급한 정책당국의 책임있는 공공서비스의 제공의식 결여와 공공서비스 대가에 대한 납세자의 조세부담의식의 결여와 직결되어 있다.

왜 이러한 스톡 과세문화가 형성되어 나타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지방자치단체에 세율결정권 등을 비롯한 재정결정권한이 극히 제한되어 있어 스톡과세의 기본원칙인 편익에 따른 부담(즉 응익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어째서 이 원칙이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물론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컨트롤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지방정책당국이나 주민의 근시적 입장에서 보면 재산과세 강화보다는 교부세나 보조금 등을 통한 재원조달이 득이라는 생각이 있다. 정책담당자로서는 재산과세를 강화하여 주민에게 직접적으로 세금부담의식을 강하게 하면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다. 주민입장에서도 당장 직접적으로 자신의 재산크기에 따라 제대로 세금을 내는 것보다는 중앙으로부터의 교부세나 보조금을 많이 받아내는 것이 부담이 적다고 느낀다. 지방정책담당자로서는 공공서비스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 주민의 비난을 중앙정부가 교부세나 보조금을 적게 주고 있다는 이유를 대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그 결과 재산과세의 개선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어 소극적으로 되고, 또 과세체계의 복잡성이 주민의 편익에 대한 부담의식을 희석시킨다. 한편으로 주민은 주민대로 직접적으로 조세부담을 크게 느끼게 하는 스톡과세의 강화보다는 중앙으로부터 교부세나 보조금을 많이 조달하는 정책당국자를 선호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유감스럽게도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왜냐하면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생각하면 한계편익이 높은 순서대로 투입되어야 하는데 한 곳으로 집중되는 것은 이 효율적인 사용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이 때 규모의 경제도 생각할 수 있으나 정치적 협상에 의해 가져간 보조금이 통상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큰 곳에 사용된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비록 어느 지방의 정책담당자가 영향력을 발휘하여 자신이 속한 지방에 많은 보조금을 유치한다고 하더라도 그 부담은 보조를 받지 않는 다른 지역의 부담으로 희석되어 나타난다. 이렇게 희석되어 감소된 전체국민의 부담합계는 이익을 받는 해당 단체의 편익보다 크게 된다.

이것이 응익원칙에 알맞는 지방세의 스톡과세에 대한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게 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작용하는 현재와 같은 재정시스템하에서는 스톡과세문화를 개선하고자하는 인센티브가 작용하지 않아 재산과세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즉 정책당국의 책임있는 공공서비스 제공의식이 싹트기 어려우며 납세자로서도 스톡과세의 근거가 되는 공공서비스 대가에 대한 세금부담의식이 자리잡기 어렵게 된다.
이렇게 달라져야 한다 우선 플로우과세에 대해 보기로 하다. 플로우과세문화를 정책의 문제로서 올바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 우선 당근, 즉 인센티브정책으로서 납세자에게는 정확한 기장에 따른 세금납부가 합법적인 탈루를 가져오는 표준소득률이나 간이과세적용에 따른 세금납부에 비해 메리트가 있다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국세청이 내놓은 간편장부기장제도 등은 인센티브를 준다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표준소득률이나 간이과세제도의 폐지로 이어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세무공무원에 대한 인센티브정책으로서는 전문지식과 위험이 따르는 직종에 대해서는 특별수당제도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위험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경제원리에 부합된다.

채찍, 즉 벌칙정책으로서 납세자에게는 세무조사의 확대나 정확한 기장이 아닌 경우 가산세의 강화 등이 요구된다. 현재 세무조사비율이 소득세 0.3%, 부가가치세 0.1%로 되어 있고 가산세율 10%로 되어 있어 납세자의 세원탈루에 대한 달콤한 유혹을 저지시킬 수 없다. 더불어 근거과세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세무전문가의 대폭 양성이나 일본의 청색신고회와 같은 기장 인프라트럭쳐의 조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존 세무사의 기득권익에 따른 지대추구를 막는 세무사의 확대조치나 성실신고를 통한 개인이나 단체의 납세결정 참여유도 등은 매우 중요한 정책결정문제이다.

한편 스톡 과세문화, 즉 현재의 지방세문화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정책당국이나 주민에게 공공서비스에 대한 편익과 비용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편익과 비용에 맞는 지방재정의 여건이 갖추어 있지도 않으면서 지역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시장기능이 갖추어 있지도 않으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기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의 경우 지방의 세입 및 세출에 관한 자율성이나 책임성이 거의 없으므로 지방세문화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 지방공공서비스에 대한 `고부담, 고편익'을 선택할 것인가, `저부담, 저편익'을 선택할 것인가를 지방주민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 정책당국의 책임있는 공공서비스 제공의식과 주민의 서비스 대가에 대한 세금부담의식이 제고될 것이다. 이에 따라 재산가치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스톡 과세문화는 달라진다. 나아가 지방공공재의 편익에 따른 소득과세분도 지방세로 부과하고자 하는 문화가 자연히 형성된다.

지난 10월, 세계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경제학회 회장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강연에서 인상에 남았던 예를 소개하며 이 글을 맺고자 한다. 하나의 케익을 세명의 자녀에게 나누어 주는 방법으로 부모가 3등분을 하여 한쪽씩 나누어 주는 방법과 케익을 자녀에게 주고 서로 상의하여 나누어 먹으라고 하는 방법이 있다. 이 때 자녀가 상의하여 나누어 먹는 경우에도 3등분해서 나누는 방법을 취했다고 하자. 두 방법에서 결과는 같았다고 하더라도 후자의 경우 민주적인 기회(과정)를 거쳤다는 점에서 부모가 임의로 3등분하여 나누어주는 방법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조세문화의 경우에도 스스로 정확한 기장에 근거하여 납부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고 있는가' 공공서비스의 편익에 대한 부담이 바로 조세 부담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기회를 갖도록 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그 대답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국중호박사 - 약 력

서강대학교 경상대학 경영학과 졸/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석·박사과정 수료(경제학 박사)/일본 히토츠바시대학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박사과정 수료(경제학 박사)/히토츠바시대학 경제학부 특별연구원/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現 일본 요코하마 시립대학 상학부 경제학과 조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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