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우(포항서)
"예까정 웬일이오? 힘들게스리."
생사를 무릅쓰고 있는 힘을 다해 헤엄쳐 구출하러 온 사람을 보고 첫마디가 '할 일 없이 뭣 때문에 왔느냐'는 힐난섞인 소리를 듣고 돌아올 때는 맥도 빠지고 지쳐서 몇번이나 파도에 휩쓸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꾸 안쪽으로 밀리니까 오히려 그 여인네들이 구조원을 뒤에서 붙들어줘 겨우 육지까지 나왔다고 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다 생사람 잡을 뻔한 것도 모르고.
작년 8월 셋째주 일요일 해질 무렵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바닷가 신라 제30대 문무왕의 수중 왕릉인 대왕암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백사장내 햇빛을 가리는 간이 차양막이 쳐있는 방갈로형 평상에 앉아 인적이 드문 철이 지난 해수욕장의 횟집에서 사내들 여섯은 느긋하게 앉아 술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마음맞는 동네 친구들과 해마다 여름이면 산이나 강, 계곡으로 가서 주로 천렵을 하는 등 친목을 다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모임을 하고 있는 중이였다.
바로 그때 순경 한 사람과 대학생 알바 한 사람이 우리가 앉아 있는 방갈로 앞으로 뛰어오더니만 바다를 향해 호각을 불고 뭐라고 고함을 치며 손짓발짓을 다 하는 게 아닌가!
무슨 일인가 싶어 바다쪽으로 쳐다보는데 바다 한복판 바위섬에 사람 형체가 어른거렸다.
몇번이나 고함을 치다 안 되니까 어디 가서 핸드마이크를 갖고 와서 '삑-삑' 거리면서, "아, 아, 바다 한가운데 계신 분들, 빨리 빨리 나오시오 (나오시오----나오시오---:울림소리), 지금 곧 일몰이고, 당신네들은 경계선 밖에 나가 있어 대단히 위험하오니 좋은 말로 할때 빨리 나오시오---"라고 떠드는 바람에 무슨 큰일이 벌어진 알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우리 방갈로 앞으로 모여들었다.
사연인즉은 행락객들이 바다에 몰래 들어가 공동 어장의 생산물인 전복, 성게, 해삼 등을 무단으로 채취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마을 어촌계 직원이 쌍안경으로 전방의 동태를 살피다 수상한 사람 둘이 바다 가운데 미역 바위섬에 붙어 나오지 않고 장시간 그렇게 있으니, 수산물을 훔치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파도에 밀려 조난을 당해 뭍으로 헤엄쳐 나오지 못하고 바위를 붙들고 있다고 판단해 바다 파출소에 신고한 것이다.
아무리 고함을 쳐봐도 꼼짝하지 않자 사람들은, '큰일났다, 아무래도 누가 구조하러 들어가야겠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하고, 이에 열받은 경찰과 대학생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다가, 경찰이 학생에게 눈을 껌벅거리자 대학생은 주섬주섬 준비운동을 한다면서 맨손체조를 하자, 사람들이 '사람이 죽어가는데 무슨 준비운동이냐'고 비난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울상을 지으며 어슬렁 어슬렁 바다로 들어가 가슴에 물을 찍어 바르면서 미적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는, 우리 일행 중 수중인명구조대원 자격증을 소지한 수영도사인 체육선생 친구녀석이 "야들아! 저리 물러가라, 다친다"면서 구조대를 허리에 차고 힘차게 뛰어들어 능숙한 솜씨로 헤엄을 치며 앞으로 나아가니 그때서야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잘한다", "힘내라"면서 박수를 치고 격려했다.
여울(조류)이 심한 탓인지 직선거리는 한 200미터 정도 되는데 헤엄쳐 나오는 시간이 30여분이나 걸리는 통에 지켜보던 친구들 모두가 가슴이 조마조마해 '혹시나?'하고 쫄며 무사히 구조해 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왠걸 뭍까지 거의 다 와서 보니 두 사람의 여인이 조그만한 튜브를 잡고 유유히 헤엄쳐 나오고 친구는 그 뒤에서 이끌려 따라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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