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명지대 교수, 20회 감사인포럼서 주장
일정규모 이상 민간위탁사업 외부감사 받아야
지방보조금 검증대상도 3억원→1억원으로 강화
민간위탁사업 회계감사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문제 해결방향을 살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감사인연합회(회장·김광윤)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공공부문의 회계투명성 제고방안-민간위탁사업 등의 회계감사 관련 최신 법원판례의 비판적 분석과 파생과제’를 주제로 제20회 감사인포럼을 개최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25일 지자체장이 사무를 민간위탁한 경우 수탁기관이 작성 제출한 결산서에 대해 반드시 공인회계사법 제2조의 ‘회계에 관한 감사·증명’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며, 조례안의 ‘사업비 결산서 검사’는 공인회계사법 제2조의 ‘회계에 관한 감사·증명’으로 볼 수 없고, ‘사업비 결산서 검사’를 세무사 또는 세무법인이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공인회계사법 제50조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김기영 명지대 경영대학 교수(차기 한국회계학회장)는 대법원의 판결근거로 3가지를 꼽았다. △지방의회의 자치사무 관련 조례 제정권한 보유 △수탁기관에 대한 감사요구 관련 법령 부존재 △광범위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수탁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재량권이다.
김 교수는 “민간위탁사무의 사업비에 대한 검증을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령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민간위탁사무 관련 법령 어디에도 지방자치단체장이 사무를 민간위탁한 경우 관리·감독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데서 비롯한 만큼, 관련 법령에서 민간위탁금에 대한 검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인 민간위탁금 검증 개선방안으로는 “사업비에 대한 간이한 검사가 아닌 독립성을 가진 제3자의 인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업별 검증과 수탁기업에 대한 검증을 모두 규정해야 한다고 봤다.
사업별 민간위탁금이 일정금액 이상인 경우 외부 회계감사를 받도록 개정하고, 연간 일정금액 이상 민간위탁금을 수탁한 수탁기관 자체에 대한 외부회계감사를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수탁기관의 부담을 덜기 위해 다른 법령이나 규정에 따라 외부 회계감사를 받은 경우는 대체토록 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상위법령에 민간위탁금에 대한 외부인증조항을 신설할 것도 주장했다.
보조금 검증 개선방안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지방보조금 정산보고서 검증대상 기준도 현행 3억원에서 1억원으로 국가보조금과 동일하게 강화하고, 보조사업자에 대한 회계감사 기준 금액은 연간 사업비 총액 10억원에서 3억원 이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특정사업자에 대한 회계감사 예외 인정 단서조항은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일정금액 이상 보조사업은 감사의견을 표명하는 회계감사로 변경하고, 일정규모 이하 보조사업자는 감사인 선임비용을 보조금 범위 내에서 지출할 수 있도록 하여 비용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방법론 시각차…외부감사 일원화는 규제 강화, 내부감사조직 강화 바람직
토론자들은 민간위탁사무 및 보조금 사업의 투명성·공정성 확보 등을 위한 제도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다만 방법론은 시각차를 보였다.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의 판결은 공인회계사법과 세무사법상 각 자격사의 고유 직무를 혼동한 법률로 잘못된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세무사법상 세무사의 직무는 ‘세무대리’에 국한되는 만큼 사업비 결산서 검사를 세무사 직무범위에 포함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판결문의 법리에 일부 오해가 있다고 봤다. 조례에서 종전 회계감사를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변경했더라도 이 직무는 공인회계사법에 의한 공인회계사 직무라는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결산의 ‘감사위원’은 위원회 위원 중 한 사람으로 영리목적으로 독립해 검사용역을 수행한 것이 아닌 만큼, 사업비 결산서 검사의 ‘감사인’과 지방자치단체 결산의 ‘감사위원’을 동질로 본 후 세무사를 사업비 결산서 검사의 ‘감사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근거로 삼은 것은 법리적 오해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무사와 공인회계사간 통합을 제안했다.
반면 일정금액 이상은 내부감사를 폐지하고 외부감사로 일원화하는 것은 일종의 규제 강화라는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김세형 매일경제 논설고문은 “민간위탁사무 결산에 대해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민간위탁사무가 서울시 조례에 의해 회계감사를 받는 경우에도 회계처리기준 또는 회계감사 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감사의견이나 증명자료 표명이 없었다는 점의 비판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대법원 판례대로 회계사, 세무사 구분을 두기보다 서비스 능력에 의해 재량권 범위를 넒히는 방안, AI기능 활용을 접목하는 방안도 모색해 보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보현 변호사(아이센스 상근감사)는 회계검증의 실효성 확보와 회계투명성 제고라는 관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공부문 회계투명성 확보를 외부전문가에 의한 회계검증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수탁기관의 자율적 회계관리 능력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 내에 이를 감독·검증할 수 있는 내부감사조직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험 기반의 내부통제 설계와 사후 모니터링 체계 정립, 검증체계의 객관성·독립성·연속성 확보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