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코리아 신고 매출, 국내 IT기업의 3~5%에 불과
애플코리아, 매출원가율 95% 수준 유지하다 88%로 축소 조정
"디지털세 도입 전이라도 다국적기업 조세회피 방지 대책 세워야"
구글코리아 "국내법‧국제조세협약 따라 성실하게 세금 납부"
애플코리아 "정기적 세무감사 조사 받으며 투명하게 자료 제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28일 종합 국정감사에서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행태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구글코리아는 매출을 축소해 세금을 적게 내고, 애플코리아는 매출원가율을 높여 법인세를 적게 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8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구글‧애플 등 다국적기업들의 조세회피 행태를 질타하며 정부에 디지털세 도입을 조속히 앞당길 것을 촉구했다.
정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은 2023년 국내 통신망 사용비중이 28.6%로 국내 IT기업인 네이버나 카카오와 비교해 10배 이상 높았다. 사용비중별로 보면 구글 28.6%, 넷플릭스 5.5%, 메타플랫폼(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4.3%, 네이버 1.7%, 카카오 1.1% 순이었다. 통신망 사용비중이 많다는 것은 이용자가 많고 사용자들의 접속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구글코리아가 신고한 매출은 국내 IT기업들의 3~5%에 불과했다. 정 의원은 구글코리아의 회계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의 경우 2022년 3천448억원, 2023년 3천652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각각 277억원, 233억원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법인세는 각각 155억원, 169억원으로 나타났다.
통신망 사용비중이 구글에 비해 현저히 낮은 네이버, 카카오의 실적을 보면 네이버가 2022년 8조2천201억원, 2023년 9조6천70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카카오도 같은 기간 각각 6조7천987억원, 7조5천5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법인세는 네이버 4천963억원, 카카오는 1천684억원을 납부했다. 구글에 비해 네이버는 약 30배, 카카오는 약 10배의 법인세를 낸 것이다.
매출 축소에 대한 구글코리아의 공식 입장이 나온 적은 없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구글코리아의 업무대행 수수료 이외 매출이 모두 싱가포르 법인으로 귀속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고 정 의원실은 밝혔다. 올 9월 한국재무관리학회에서 구글코리아의 2023년 감사보고서를 기반으로 국내 매출과 법인세 추정치를 추산한 결과, 매출은 최대 12조1천350억원, 법인세는 최대 5천1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매출과 법인세 모두 현재의 약 33배에 이르는 셈이다.
정 의원은 애플코리아의 경우는 매출 대비 원가비율을 높여 영업이익을 축소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2020~2023년까지 4년간 애플코리아의 매출원가율을 보면, 2020년 95.1%, 2021년 95.5%, 2022년 95.3%, 2023년 88.8%로 나타났다. 2022년까지 매출원가율을 95%선에 맞춰오다 지난해 조세회피 논란이 거세지자 원가율을 88.8%까지 하향 조정했다고 정 의원실은 분석했다.
또한 매년 90% 이상을 유지해오던 미국 본사‧아일랜드‧싱가포르 등에 있는 주요 상위 지배기업과의 거래율도 지난해 76.4%로 하향했다. 이로 인해 법인세 과세의 기준이 되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폭 증가했다. 2020~2022년 영업이익률은 1~2% 수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매출원가가 조정되고 특수관계 거래율이 감소하면서 영업이익률이 7.4%까지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법인세도 2%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정 의원을 설명했다.
정일영 의원은 “해외 빅테크, 다국적기업들의 한국법인들이 높은 성장세를 누리면서 국내기업 같이 조세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국제적으로 다국적기업들의 조세회피가 문제가 되고 있어 디지털세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있지만 다국적기업의 약 40% 이상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어 미국이 반대할 경우 사실상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세수확보를 위해 서민들의 허리끈만 졸라맬 것이 아니라 디지털세 도입 전이라도 글로벌 빅테크기업의 조세회피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종합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는 “어떤 우려가 있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저희는 국내법과 또 국제조세협약에 따라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인터넷 이용량 대비 매출이 적은 부분은 해당 서비스들은 구글코리아가 계약의 주체가 아니고 또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다 보니까 구글코리아의 매출이 아닌 부분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피터 알덴우드 애플코리아 대표는 “애플은 한국의 여러 세금 관련법 그리고 국제적인 조세조약에 따라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세무감사 조사 등을 받으면서 투명하게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면서 “저희는 신고해야 하는 이익 그리고 납부해야 되는 세금을 계산함에 있어 한국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기준을 따르고 있고 이 기준이 한국에 있는 다국적기업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