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경실련에서 열린 조세개혁 토론회는 새삼스레 국회의원의 기본적 역할과 책무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시간이었다.
국회의원들이 국리민복과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애쓰기보다 개인의 입신양명과 소속정당의 당리당략 추구에 더 열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광범위하게 제기된 지 오래라 한 시민단체의 정책토론회 불참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는 지난 정기국회에서 부가세법개정안 심의시 발생한 해프닝이 잘 말해준다.
국회가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현행 4천8백만원에서 30% 인상하겠다고 했을 때, 시민단체와 일부 조세학자들은 이를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겨냥한 改惡으로 규정하고 이를 강력히 비판했었다.
그러자 재경위는 다음날 예정된 全體회의도 취소한 채 법안심사소위 명의의 해명문을 발표, `일부 시민단체의 비판은 개정내용의 본질과 실상을 잘 모르는 주장으로서 국회의원의 정당한 입법권 침해이자 명예훼손'이라며 성명취소를 요구하는등 강력히 대응했다.
따라서 올해 세법개정 내용을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이날 토론회에는 재경위원 전체는 몰라도 稅法小委 각당 간사나 혹은 小委를 대표해 초청받은 의원은 반드시 나와 당시 심의내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든가, 아니면 시민단체의 편협(?)한 지적을 반박했어야 옳았다.
이는 또한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民意 수렴을 통한 정책반영이 국회의원의 당연한 책무이자 국민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회기중이고 年末年始며, 내년 총선을 위해 지역구도 열심히 챙겨야 하는 등 몸이 두세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시기라 토론회에 못 나온 이유도 지금까지의 관행을 감안하면 일면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명예와 권위존중 ▲세비인상 ▲보좌관 증원 등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사안에는 국민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국회의원의 입장과 의사를 강력히 피력하며 관철해 왔다.
그러면서도 입법과정의 정당성 시비 등 비판이 우려되는 자리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참석 않거나 의견표명을 유보하는 것은 보장된 권리는 누리되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태도로서 그같은 그릇된 행태는 도덕불감증에 걸린 사회지도층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정계 학계 언론계 및 시민단체가 지속적인 정보공유와 토론회를 거쳐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는 한 토론자의 지적과, 부가세법 개정시 경실련 비판을 강력히 반박해 이날 난상토론이 있을 줄 알았다는 주최측 관계자의 쓸쓸한 멘트만이 허공을 맴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