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P 확산 방지, '세무관계인 처벌강화는 잘못'

2010.10.27 11:50:00

세무관계인, 반대 입장 표명

일부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등 세무관계인들에 의한 공격적 조세회피(ATP)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세무관계인들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세무관계인들은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26일 국세청 주관으로 서울 서초구 소재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된 'ATP 방지를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완일 한국세무사회 연구이사는 "조세범처벌법과 세무사법을 위반할 경우에는 징계를 하도록 하고 있다"며 "조세범처벌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 경우에는 형기 또는 벌금의 3분의 1까지 가중처벌까지 받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세범처벌법과 세무사법에서 엄격하게 규제를 하고 있어 세무사도 이에 따라 성실하게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처벌받는 숫자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현황에 대해 단지 처벌받는 숫자가 적기 때문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을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완일 연구이사는 이어 "은행과 글로벌 법무·회계법인들이 ATP를 조장하거나 그에 조력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은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격사간 차별적 규제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세무사의 처벌만을 주장하는 것은 규제대상을 잘못설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실제적으로 ATP를 시도할 가능성이 큰 세무관계인이 납세자의 성실한 납세를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의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덧붙여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로 앞으로는 외국에 본점을 둔 글로벌 법무·회계·세무법인이 국내에 진출하게 되는 데 이들의 목적은 국내 세무행정에 협조하고 조세정의를 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영리적 목적 때문에 오는 것"이라며 "앞으로 이들은 윤리적 또는 도덕적 해이와 관계없이 자본으로 진출한 국내의 세무법인 등을 ATP의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가 클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에 대한 관리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윤택 한국공인회계사회 국세연구위원장도 ATP 방지를 위해 세무관계인들의 처벌을 강화하는 것에는 반대했다.

 

오윤택 국세연구위원장은 "ATP를 방지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지지하고 찬성한다"면서도 "ATP를 기획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세무전문가의 전문적 지식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세무전문가 집단 전체를 조세회피를 하는 납세자와 동일시해 세무전문가를 규제하고 벌칙을 부여하는 데 제도 입안의 중점을 두어서는 안된다"고 못 박았다.

 

이어 "ATP를 효율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세무전문가가 수행하는 자문 및 대리업무 중 조세회피 결과가 초래되는 사항을 자발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둬 제도가 입안돼야 한다"며 "과세당국과 세무전문가 사이에 긴밀한 협조와 원활한 의견의 교류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윤택 국세연구위원장은 또한 "ATP에 해당되는 전략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주어져야 한다"며 "ATP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세무전문가에 대한 제재 방법과 수준은 이중 처벌이 되는 경우가 최소화 되도록 하는 범위 내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덧붙여 "공인회계사법, 세무사법, 변호사법 등 세무조력자들의 관련 전문가업법 및 전문가직업윤리규정에 ATP에 대한 조력 및 자문, 대리를 금지하는 규정을 반영토록 할 필요가 있다"며 "ATP 방지에 관한 제도의 적용범위를 명확히 해 제도를 입안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태(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는 "세무관계인으로서는 판결 등 명확한 판단을 받기 전까지는 ATP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역외 ATP를 도와준 세무관계인에게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명백한 경우에 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ATP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 과세당국은 ATP라는 시각에서 접근할 것이고, 세무관계인이나 납세자는 ATP가 아니라 정당한 거래라는 시각에서 접근하게 될 것이므로 서로 다른 입장에 서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과세당국과 세무관계인 또는 납세자들이 서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세무관계인의 협력을 통한 ATP의 규제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탈세와 ATP에 대한 명확한 개념 및 구별기준이 마련돼야 하고, ATP와 비공격적인 조세회피의 구별 역시 애매모호하다"면서 "이에 따라 세무관계인의 규제를 위한 ATP의 개념 설정 및 법규화 작업은 매우 어렵고, 가능하다고 해도 이는 또 다른 회피의 수단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ATP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세무관계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에 앞서 과세제도의 개선이 더 시급하다"면서 ▲법인세법상 납세의무 대상자를 조세피난처에 소재하는 해외현지법인까지 확대 ▲ATP와 관련된 입증책임을 납세자에게 부여 ▲ATP에 대해 납세자의 자진신고 제도를 도입하고 가산세를 감면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법인을 이용한 거래에 대해 법인격부인제도 활용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조규범 기획재정부 국제조세제도과장은 "역외탈세 및 ATP는 고도화된 금융산업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변호사·은행 등 세무관계인이 연관돼 있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일부 세무관계인이 ATP 확산에 조장자 역할을 수행한다고 해서 과세당국과 세무관계인의 대립관계로 설정하고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과세당국은 탈세와 관련한 처벌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의지 및 방향에 대해 충분히 홍보하고 상호 협력함으로써 세무관계인이 고객의 탈세유혹을 억제하게 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탈세 적발에 조력한 경우에는 적절한 보상과 철저한 비밀 유지를 해주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기태 기자 pkt@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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