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도 지정체 없이 뚫리는 길이 있었구나!
제 물갈퀴로 팍 팍 팍 길을 갈퀴질해 나가는 새의 스퍼트
심한 정체의 천변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나도 저 가마우지처럼 마음껏 속도를 갈퀴질 할 수 있는
길을 하나쯤 갖고 싶다는 생각이
청계천 물길에 반짝이는 순간,
새는 이미 빌딩숲으로 길을 내고 있다
지금이 한여름인데 겨울 철새인 민물가마우지는
제 날개에서 수천 킬로의 이동경로를 지워버리고
네비게이션도 떼버리고
내키는 대로 이 청계천으로 와 몸을 식히고 간다
놈은 날개에 자유자재의 방향키를 달았음인가
눈엔 익었어도 마음엔 늘 서름한 주행코스를 미적거리고 있는
나를 향해 유혹처럼 깃털 하나 던진다
이륙을 위한 그 전력질주, 힘찬 비상,
이동경로며 주행코스는 익숙할수록 발목에 채운 사슬 같아
몸에서 그 길 떼버리고 스스로 길이 된
청계천 손님, 철새도 텃새도 아닌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