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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6.10.05. (월)

정운기의 '대한민국 관세의 선택'

9월 미·중 정상회담이 시사하는 관세전쟁의 새로운 단계

2026년 9월 24일 워싱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미·중 경제 관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번 회담에서는 긴장이 다소 완화됐다. 양국은 2025.10.30. 부산 정상회담에서 추가 관세와 일부 보복 관세부과를 1년간 유예하기로 한 합의를 이번 정상회담에서 2027.1. 10일까지 두 달간 연장하기로 했고, 2026년 5월 합의에 따라 만든 양국 무역 이사회를 통하여 서로 약 300억 달러 규모의 비민감 품목에 대해 관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품 가운데 농산물·수산물·목재·화장품·의료기기 등이 포함됐고, 중국산 대미국 수출품에는 소형 가전제품·완구·생활용품 등이 관세 인하 대상에 포함됐다.

 

백악관은 중국이 미국산 석탄을 향후 2년간 1천만톤 수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농산물 시장 접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별도 작업반도 설치했다고 발표했으나 중국 측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문제는 최종 합의가 나오지 않았고, AI 문제에 대하여 시진핑은 인간의 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트럼프도 대화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AI 기술에 대한 미국의 수출통제 체계에 대한 근본적 합의는 발표되지 않았다.

 

이번 회담을 단순히 미·중 관세전쟁의 완화라고 해석해서는 그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번 회담에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어떤 품목에서는 관세를 낮추기로 했고, 어떤 분야에서는 기존의 장벽을 그대로 남겨두었는가 하는 점이다.

 

관세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선별적 관세전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모든 상품의 관세를 일괄적으로 낮추지 않았다.

 

관세 인하의 중심은 이른바 ‘비민감 품목’이었다. 반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과 희토류·핵심 광물 등 경제 안보와 직결된 분야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국 정부 역시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이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다. 과거의 관세 협상이 “관세를 얼마나 낮출 것인가”를 둘러싼 협상이었다면, 이제는 “어떤 산업은 시장에 맡기고 어떤 산업은 국가가 보호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협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미·중 양국은 모든 상품을 똑같이 취급하지 않는다.

완구와 생활용품에서는 관세를 낮출 수 있다. 농산물과 수산물에서도 거래를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첨단기술·희토류와 같이 국가안보와 산업 주도권에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쉽게 양보하지 않는다. 관세전쟁의 전선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미국도 관세만으로 중국을 압박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특히 눈여겨볼 분야가 희토류와 핵심 광물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와 기술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역시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백악관은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희토류와 핵심 광물의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최종 해결책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 사실은 미·중 경제전쟁의 구조가 과거와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미국이 관세를 올리고 중국이 이에 대응하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

 

미국에는 관세·첨단기술·반도체·금융·투자규제라는 수단이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핵심 광물·거대한 내수시장·제조 공급망이라는 수단이 있다. 따라서 양국의 경쟁은 이제 관세율 몇 퍼센트를 올리고 내리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가 가지고 있는 경제적 지렛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경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농산물과 에너지는 새로운 협상카드가 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농산물과 에너지 거래도 중요한 협상 수단으로 등장했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2027년과 2028년에 각각 최소 1천만 톤의 미국산 석탄을 수입하기로 했다. 양국은 농업 분야의 시장 접근 장벽을 논의하는 별도의 실무그룹도 가동하기로 했다. 미국 농산물 문제 역시 계속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 있다.

다만, 정상회담 직후까지도 미국 농업계가 기대했던 모든 품목에 대한 포괄적인 구매 확대나 관세 철폐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것 역시 중요한 변화다. 과거에는 농산물 교역을 주로 시장가격과 수급의 문제로 바라보았다. 이제는 대두·곡물·에너지까지 정상 간 협상에서 전략적 교환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무역과 산업과 안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관세는 이제 협상의 ‘결과’가 아니라 ‘지렛대’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관세의 역할이다.

전통적인 무역 협상에서는 관세 인하 자체가 목표였다. GATT와 WTO 체제가 추구했던 기본 방향도 각국이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낮추고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의 관세정책은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관세를 먼저 부과하고, 상대국으로부터 시장개방이나 구매 확대, 공급망 안정과 같은 양보를 얻어낸 뒤 일부 관세를 조정하는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전체적인 관세 체계를 원상 복귀시키기보다 특정 비민감 품목에 한해 관세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 선택됐다. 동시에 전략산업과 관련된 주요 제한은 상당 부분 협상 대상으로 남았다.

 

따라서 앞으로 관세는 단순히 수입품 가격을 높이는 세금이 아니라 시장 접근·투자·기술·자원·공급망을 협상하기 위한 국가전략의 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

 

미·중 관계는 ‘디커플링’보다 ‘관리된 경쟁’으로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완전히 결별하기도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양국은 무역·투자를 논의할 제도적 채널을 가동하고, 비민감 품목에서는 관세를 낮추면서 교역을 계속하려 하고 있다. 동시에 첨단기술과 핵심 자원에서는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양국은 AI 관련 대화 채널과 군사적 위기관리 체계도 마련하기로 했다.

 

따라서 앞으로의 미·중 관계를 단순한 ‘디커플링’, 즉 경제적 단절이라고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경쟁해야 할 분야와 거래할 분야를 구분하는 ‘관리된 전략경쟁’에 가까워지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정상회담이 보여준 관세전쟁의 새로운 단계도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상품에 장벽을 세우는 시대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상품에 더 높은 장벽을 세우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에는 더 어려운 시대가 시작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 특히 중요하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모두와 깊은 무역·투자 관계를 맺고 있으며 반도체·배터리·자동차·철강·화학 등 상당수 주력산업이 미·중 공급망과 연결돼 있다.

앞으로 기업이 확인해야 할 것은 단순한 미국의 관세율만이 아니다. 제품이 어디에서 생산됐는지, 핵심 부품은 어느 국가에서 조달했는지, 원재료의 원산지는 어디인지, 중국 기업과 어떤 거래관계가 있는지, 미국의 수출통제나 투자규제 대상에 해당하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기업의 통상전략도 ‘얼마의 관세를 내는가?’에서 ‘어떤 공급망에 들어가 있는가?’로 중심축이 이동하게 된다.

 

관세 전문가의 역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품목분류와 관세율, 원산지를 확인하는 전통적인 업무를 넘어 공급망과 경제 안보 규제를 함께 살펴보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관세전쟁의 다음 단계는 ‘경제영토’를 둘러싼 경쟁이다.

 

2026년 9월 미·중 정상회담은 관세전쟁의 종전을 선언한 회담이 아니었다. 오히려 양국은 경쟁을 계속하면서도 그 경쟁이 통제 불가능한 충돌로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장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비민감 상품에서는 관세를 낮추고 교역을 확대한다. 농산물과 에너지는 협상카드로 활용한다. 그러나 반도체·첨단기술·희토류·핵심 광물과 같은 전략 분야에서는 쉽게 양보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번 정상회담이 보여준 새로운 질서다.

 

앞으로 세계 무역을 움직이는 질문도 달라질 것이다.

“어느 나라 상품인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누가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 누가 핵심 광물을 공급하는가?. 어디에서 생산하는가?. 어느 국가의 부품을 사용하는가?.

그리고 어느 공급망에 속해 있는가?. 이 질문들이 기업의 시장 접근과 관세 부담을 결정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중 관세전쟁은 끝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관세전쟁은 이제 무역전쟁을 넘어 기술·자원·산업·공급망을 둘러싼 ‘경제영토 경쟁’의 새로운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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