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우스(맷 데이먼 분)의 실종과 이타카의 곳간 - 부재자 재산관리부터 상속세까지
2026년 개봉한 영화 오디세이, 오디세우스가 전쟁에 나갔다가 소식이 끊겼습니다. 죽었다는 소식도, 살아 있다는 소식도 없습니다. 그런데 집에는 구혼자들이 몰려와 매일 곳간을 열고 소를 잡아먹습니다. 페넬로페(앤 해서웨이 분)는 낮에 짠 베를 밤마다 몰래 풀면서 20년을 버텼습니다.
영화 속 그녀에게는 베틀 뿐이었지만, 지금이라면 선택지가 다릅니다. 남편을 사망한 사람으로 만들지 않고도 재산을 지키는 제도가 있고, 시간이 더 흘러 정리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밟는 절차가 따로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오디세우스가 돌아온다면 이미 낸 세금을 어떻게 되돌리는지까지 규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흔한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연락이 끊긴 가족의 재산이 방치돼 있거나, 상속인 중 한 명이 행방불명이어서 상속 절차가 멈춰 있는 경우는 실무에서 종종 마주칩니다. 그럴 때 무엇을 먼저 해야 하고 세금은 어느 시점에 어떻게 매겨지는지, 페넬로페의 20년을 따라가며 순서대로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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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 "남편이 올 때까지, 우선 재산부터 지킵시다" |
연락이 끊겼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페넬로페는 남편 명의의 땅을 팔 수도, 상속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이때 꺼내는 첫 번째 카드가 민법의 부재자 재산관리인 제도입니다(민법 제22조 이하).
부재자란 원래 살던 곳을 떠나 쉽게 돌아올 가망이 없고, 스스로 자기 재산을 관리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사람을 말합니다. 바다에서 소식이 끊긴 오디세우스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재자가 살아 있는 사람으로 취급된다는 점입니다. 소재를 모를 뿐이지, 권리를 잃은 것이 아닙니다. 이타카의 땅도, 곳간도, 궁전도 여전히 오디세우스의 것입니다.
부재자 재산관리인은 법원이 알아서 챙겨주지 않습니다. 배우자인 페넬로페나 아들 텔레마코스(톰 홀랜드 분) 같은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가 청구해야 합니다(민법 제22조 제1항). 텔레마코스가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필로스와 스파르타로 떠났던 그 여정이, 오늘날로 치면 소재 확인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 해당합니다. 실무에서는 출입국 기록, 건강보험 진료 내역, 통신사 가입 여부, 경찰의 소재수사 결과 같은 자료로 "정말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소명합니다.
절차 자체는 실종선고보다 훨씬 간명합니다. 뒤에서 볼 실종선고는 6개월 이상의 공시최고*(생존을 아는 사람은 신고하라는 법원의 공개적인 안내)*를 반드시 거쳐야 하지만, 재산관리인 선임에는 그런 절차가 없습니다. 다만 법원이 소재 조사와 재산 목록 확인을 거치므로 몇 달은 잡아야 합니다. 페넬로페가 청구인이면서 본인이 관리인으로 선임되는 경우도 많고, 이해가 상반될 여지가 있으면 변호사 같은 제3자가 선임되기도 합니다. 페넬로페처럼 본인이 상속인 지위에 설 사람이라면 이 점을 미리 고려해야 합니다.
재산관리인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재산관리인은 재산의 현상을 유지하는 보존행위, 그리고 성질을 바꾸지 않는 범위의 이용·개량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25조, 제118조). 구혼자들을 궁 밖으로 내보내고, 그들이 축낸 가축과 포도주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고, 무너진 담을 고치고, 에우마이오스(돼지치기)에게 돼지우리를 계속 맡기고, 오디세우스 앞으로 나오는 세금을 대신 처리하는 일. 여기까지가 관리인의 권한 안입니다.
반면 라에르테스(오디세우스 아버지)의 과수원을 팔거나 궁전을 담보로 잡히는 일은 법원의 허가 없이는 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25조). 허가 없이 한 처분은 무효입니다. 주의할 것은 임대도 안심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민법 제118조 제2호가 허용하는 이용행위에는 한계가 있어서, 단기임대차 기간을 넘는 장기 임대는 권한을 넘는 행위로 볼 여지가 큽니다. 곳간의 곡식을 내다 파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는 것을 처분해 관리비용에 충당하는 정도인지, 재산의 실질을 축내는 처분인지에 따라 판단이 갈립니다. 애매하면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세법의 시선: 오디세우스는 여전히 살아 있는 납세의무자입니다
재산관리인이 선임돼도, 실종선고가 확정되기 전까지 세법은 오디세우스를 납세의무자로 봅니다.
재산세부터 보겠습니다. 재산세의 납세의무자는 과세기준일 현재 재산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자이고(지방세법 제107조 제1항), 그 과세기준일은 매년 6월 1일입니다(같은 법 제114조). 여기서 흔히 오해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납세의무자인 이유는 등기부에 그의 이름이 남아 있어서가 아닙니다. 세법이 보는 기준은 어디까지나 '사실상 소유자'이고, 공부상 소유자*(등기부 등 공적 장부에 적힌 소유자)*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소유권이 변동됐는데 신고가 없어 사실상 소유자를 알 수 없는 경우 같은 예외에 한합니다(같은 조 제2항). 오디세우스가 납세의무자인 진짜 이유는, 그가 살아 있는 사람으로 취급되어 소유권 자체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페넬로페는 관리권을 가질 뿐 소유권을 취득하지 않습니다.
임대료 수입에 대한 종합소득세도 오디세우스 명의로 신고합니다. 페넬로페가 관리인이라 해도 그 소득이 페넬로페의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소득은 부재자에게 귀속되고, 세금도 부재자의 재산에서 나갑니다.
곳간의 곡식은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우리 소득세법은 곡물 및 기타 식량작물 재배업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아예 사업소득에서 빼두었습니다(소득세법 제19조 제1항 제1호 괄호). 그 밖의 작물재배업 소득도 연간 수입금액이 10억원 이하면 비과세입니다(같은 법 제12조 제2호 바목). 구혼자들이 축내던 그 보리와 밀은, 팔아도 소득세가 붙지 않습니다. 반면 소와 돼지를 내다 판다면 이는 축산업이라 사정이 달라집니다. 농가부업 규모의 축산소득은 일정 금액까지 비과세되지만(같은 법 제12조 제2호 다목), 이타카 왕가 정도의 규모라면 과세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여기서 꼭 챙겨야 할 실무 하나 - 고지서는 어디로 갑니까?
재산관리인이 되었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세무서와 구청에 각각 납세관리인 신고를 하는 것입니다(국세기본법 제82조, 지방세기본법 제139조). 납세관리인으로 등록해 두면 오디세우스 앞으로 나오는 고지서와 독촉장이 페넬로페에게 송달됩니다(국세기본법 제8조 제4항, 지방세기본법 제28조 제4항).
두 가지를 기억하십시오. 첫째, 법원이 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해 줬다고 해서 과세관청에 자동으로 등록되는 것은 아닙니다. 별도로 신고해야 합니다. 둘째, 국세와 지방세는 신고할 곳이 다릅니다. 종합소득세는 관할 세무서에, 재산세는 재산 소재지 시청이나 구청에 각각 신고해야 합니다. 세무서에만 신고하면 재산세 고지서는 여전히 오지 않습니다.
이 서류 한 장을 빠뜨리면 고지서가 갈 곳을 잃습니다. 그러면 관청 게시판에 공고하는 것만으로 송달된 것으로 처리될 수 있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납기가 지나 가산세가 붙고 결국 압류로 이어집니다. 20년을 버텨 지켜낸 곳간이 서류 한 장 때문에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안심해도 좋은 점은, 납세관리인이 되어도 자기 돈으로 세금을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납세관리인은 신고서류를 대신 제출하고 고지서와 환급금을 수령하는 지위일 뿐, 납부의무 자체를 떠안지 않습니다. 세금은 부재자의 재산에서 납부합니다.
| 2막 - "이제는 정리하려 합니다" 실종선고판결과 상속세 |
20년이 흐르고 오디세우스가 더는 돌아올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면, 페넬로페는 재산을 직접 처분하거나 재혼을 고려하기 위해 남편의 법적 상태를 정리하려 할 것입니다. 이때 밟는 절차가 실종선고입니다.
생사불명이 5년 지속되면 보통실종입니다. 전쟁에 임했거나 선박이 침몰하는 등 사망 가능성이 높은 위난을 당한 경우에는 그 위난이 끝난 후 1년이면 됩니다(민법 제27조 제2항). 이를 특별실종이라 합니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참전했고 귀향길에 배가 난파했으니 특별실종의 전형입니다. 전쟁이 끝나고 1년이 지난 시점, 그러니까 그가 아직 오귀기아 섬에 붙들려 있던 무렵에 이미 실종선고를 청구할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페넬로페가 20년을 기다린 것은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다리기로 선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청구가 들어오면 법원은 "생존을 아는 사람은 신고하라"는 공시최고 절차를 밟습니다. 공시최고 기일은 공고 종료일부터 6개월 이후로 정해야 하므로(가사소송규칙 제53조, 제54조), 청구부터 선고까지 최소 반년 이상이 걸립니다.
사망일은 판결일이 아니라 실종기간 만료일로 소급합니다
실종선고 심판을 20년 뒤에 받았더라도, 사망한 것으로 보는 시점은 심판일이 아니라 실종기간이 끝난 과거의 그 시점입니다(민법 제28조). 오디세우스라면 전쟁 종료 후 1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상속인이 누구인지, 상속분이 얼마인지도 그 과거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만약 그 사이에 상속인 중 누군가가 사망했다면 그 사람 몫이 다시 상속되는 등 관계가 한층 복잡해집니다. 이 경우 실종기간 만료일 당시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가 상속인이 됩니다. 오디세우스의 아버지 라에르테스는 직계비속인 텔레마코스가 있으므로 상속인이 아닙니다.
세법의 시선: 상속세 시계는 판결일부터 돌아갑니다. 여기서 민법과 세법이 갈라집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실종선고로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 상속개시일을 '실종선고일'로 봅니다(같은 법 제2조 제2호 단서). 민법은 실종기간 만료일에 사망한 것으로 보는데, 세법은 심판을 받은 날을 기준으로 삼는 것입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 두 법이 서로 다른 날짜를 부릅니다.
따라서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는 실종선고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세를 신고·납부해야 합니다(상증법 제67조 제1항). 상속으로 인한 부동산 취득세도 같은 구조로, 실종선고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입니다(지방세법 제20조 제1항).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함정
상속개시일이 실종선고일이라는 말은, 상속재산의 평가액도 실종선고일 시점의 시가로 계산된다는 뜻입니다(상증법 제60조 제1항).
숫자로 옮겨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오디세우스가 2004년에 전쟁터에서 연락이 끊겼고 2026년에 특별실종 선고를 받았다고 합시다. 민법상 사망일은 2005년이지만, 상속재산은 2026년 시가로 평가됩니다. 20년 동안 오른 땅값이 고스란히 과세표준에 반영됩니다. 이미 오래전에 사망한 것으로 정리된 사람의 재산에, 오늘의 가격표가 붙는 셈입니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국면이라면 선고가 늦어질수록 상속세 부담이 커집니다. 다만 단순히 "서두르는 게 유리하다"고 정리하기는 어렵습니다. 평가액이 낮으면 상속세는 줄지만, 그 평가액이 나중에 그 부동산을 팔 때의 취득가액이 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가 늘어납니다. 상속세율과 양도소득세율, 실제로 팔 계획이 있는지를 함께 놓고 따져야 합니다. 게다가 공시최고에만 6개월 이상이 걸리므로 선고일을 원하는 시점에 맞추기도 쉽지 않습니다.
| 3막 - "그런데 오디세우스가 돌아왔습니다" |
거지 행색의 사내가 활을 들어 열두 개의 도끼 자루를 꿰뚫습니다. 오디세우스의 극적인 귀환입니다. 영화에서는 여기서 바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법에서는 절차가 하나 더 필요합니다. 생존 사실을 증명해 실종선고 취소를 청구하는 것입니다(민법 제29조 제1항). 심판이 확정되면 사망 간주의 효과가 소급해 사라지고, 오디세우스는 처음부터 죽지 않았던 사람이 됩니다.
다만 소급의 범위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실종선고 후 취소 전에 선의로 한 행위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되고(민법 제29조 제1항 단서), 실종선고를 직접 원인으로 재산을 취득한 사람이 선의*(오디세우스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상태)라면 현존이익(이미 써버린 돈은 갚을 필요 없이 남아 있는 재산)* 한도에서만 반환하면 됩니다(같은 조 제2항). 페넬로페가 상속받은 재산을 이미 써버렸다면 남아 있는 만큼만 돌려주면 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페넬로페가 이미 재혼했다면 그 혼인의 운명을 두고는 지금도 학설이 갈립니다. 신화에서는 활 시험이 그 문제를 해결했지만, 법정에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상속세는 돌려받아야 합니다 - 다만 자동으로 환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디세우스가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는 세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가정법원이 실종선고를 취소하는 심판을 하고 그것이 확정되어야(민법 제29조) 비로소 사망 간주가 법적으로 지워지고, 상속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사실, 즉 경정청구*(과다 납부한 세액을 바로잡아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것)*를 할 수 있는 '원인'이 생깁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보통 경정청구는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뒤 5년 안에 하면 됩니다(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1항). 넉넉해 보이지만 오디세우스에게는 그 5년이 이미 지난 지 오래입니다. 20년 만에 돌아왔으니까요. 그래서 기대야 하는 것이 예외인 후발적 경정청구입니다(같은 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25조의2). 이 예외는 5년이 지나도 청구할 길을 열어 주는 대신,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접수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 사건에서 그 기산점은 실종선고 취소 심판이 확정된 날입니다. 일반 경정청구의 5년에 비하면 스무 배나 짧습니다. 20년을 떠돌다 돌아온 사람이 집안 정리하랴 재산 되찾으랴 사람들 만나랴 정신없을 텐데, 세법이 주는 여유는 석 달뿐입니다. "일단 재산부터 되찾고 세금은 나중에" 하고 미루면 이 기한이 먼저 지나가고, 한 번 지나가면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심판이 확정되는 날 법원에서 확정증명원부터 떼고, 그길로 세무서에 경정청구서를 접수해야 합니다.
취득세는 어떻게 될까요?
페넬로페 등 상속인은 오디세우스의 자산을 상속받으면서 취득세를 납부했을 겁니다. 그런데 상속재산을 다시 반환해야 한다면 이미 납부한 취득세도 돌려받아야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취득세는 재화가 이전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담세력을 인정하는 유통세이기 때문에, 계약을 해제해도 이미 낸 취득세는 돌려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 돌려받는 것이 어렵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취득이 없었던 것으로 되는 원인무효*(법률 행위의 원인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아 무효가 되는 것)*의 경우는 다릅니다. 실종선고 취소로 상속등기가 말소되고 소유권이 오디세우스에게 되돌아간다면, 상속인의 취득 자체가 소급해 없어지므로 다퉈볼 여지는 있습니다.
지방세의 경정청구 기한은 사유를 안 날부터 90일입니다(지방세기본법 제50조 제2항). 국세의 3개월과 실질적으로는 비슷하지만 달의 길이에 따라 며칠 짧아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재산세는 어떻게 될까요?
원칙은 명확합니다. 재산세는 매년 6월1일 현재 그 재산을 사실상 소유한 사람에게 부과됩니다. 그날의 상태로 딱 끊어서 판단하는 세금이라, 그 뒤에 소유관계가 바뀌었다는 사정만으로 이미 확정된 과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실종선고 취소는 소유권이 소급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경우라서, 단순한 소유권 변동과는 결이 다릅니다. 조세심판원의 사례 중에는 등기 자체가 처음부터 무효(원인무효)가 된 경우를 다룬 건이 있습니다. 이 사안에서 심판원은 서류상 명의자가 아니라 판결로 확인된 '실제 소유자'에게 재산세를 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조심 2021지0983 등). 이 논리를 따르면 실종선고가 취소된 기간의 재산세도 다시 따져볼 여지가 생깁니다. 반대로 그 기간에 상속인이 실제로 그 재산을 사용·수익하고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점을 들어 상속인을 사실상 소유자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지점은 확정된 답이 없고 다툼의 여지가 있는 영역입니다. 실무적으로는 돌려받기 어려울 가능성을 염두에 두되, 사안에 따라 90일의 경정청구 기간 안에 다퉈볼 만합니다.
| 페넬로페(오디세우스 아내)에게 건네는 조언 |
돌아올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실종선고를 서두르지 마십시오. 부재자 재산관리인 제도로 재산을 지키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상속세도 취득세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세금 이벤트를 일으키지 않은 채로 곳간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이 제도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되돌리기 어려운 절차보다 되돌릴 수 있는 절차를 먼저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관리인이 되었다면 세무서와 구청 두 곳에 납세관리인 신고를 하십시오. 고지서가 어디로 가는지를 정하는 일이고, 이것을 놓치면 공시송달로 처리돼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가산세와 압류가 진행됩니다. 재산을 지키려고 밟은 절차가 재산을 잃는 통로가 돼서는 안 됩니다.
실종선고로 넘어가기로 했다면 시점을 계산해 보십시오. 상속재산은 실종선고일 시가로 평가됩니다. 자산 가격이 오르는 국면인지, 상속받은 재산을 팔 계획이 있는지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므로, 청구 전에 한 번은 계산기를 두드려볼 가치가 있습니다.
그가 돌아온다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3개월과 90일(국세인 상속세는 3개월, 지방세인 취득세 등은 90일)입니다. 20년을 기다린 사람에게 세법이 허락한 시간은 그것뿐입니다.
영화 속 페넬로페에게 베틀이 시간을 버는 도구였다면, 우리에게는 부재자 재산관리인 제도가 그 베틀입니다. 낮에 짜고 밤에 풀면서 버틴 20년. 지금이라면 법원의 선임 결정문 한 장으로 훨씬 덜 외롭게 버틸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민법과 세법이 같은 날짜를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은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민법은 그가 20년 전에 죽었다고 말하고, 세법은 오늘의 가격표를 내밉니다. 그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는 것이, 베를 다시 푸는 것보다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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