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6.10.05. (월)

설탕부담금 도입 "역진성·숨은 증세 우려, 신중해야"

한국조세정책학회·한국납세자연합회, 공동 세미나 개최

저소득층·청소년에 부담 집중…가당음료 소비 감소세 지적

전문가들 "가격 규제보다 정보제공·교육 등 '비가격정책' 우선"

 

 

 

가당음료에 대한 ‘설탕부담금’ 도입을 둘러싸고, 조세·재정관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소득·연령별 부담 역진성이 심각한 데다 건강 개선 효과 역시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따라서 가격 규제보다 정보·교육·인센티브 등 비가격정책이 우선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조세정책학회와 한국납세자연합회는 7일 여의도 FKI TOWER 컨퍼런스센터 2층 토파즈룸에서 공동 조세정책세미나를 열고 ‘가당음료 설탕부담금 도입, 무엇을 따져야 하는가?’를 주제로 제도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종합 점검했다.

 

설탕세 논의는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의료강화에 재투자…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라며 언급한 이후 본격화됐다. 현재 김선민, 이수진, 허성무 의원이 발의한 안이 국회 게류 중이다. 법안들은 세금 형태가 아닌 특정기금에 귀속되는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노정란 명지대 교수는 설탕부담금 등 가격규제 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소득 역진성’을 지목했다.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동일 금액이 부과돼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고소득층보다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330㎖에 99원을 부과하는 법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소득 1분위의 부담률이 5분위의 8.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청년층에 부담 편중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가당음료의 섭취는 청소년·청년층에 집중돼 있어 청소년이 노년층보다 높은 부담을 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청년(19~29세)과 청소년(12~18세)이 최저부담층(50~64세) 대비 각각 3.7배, 3.4배로 부담하는 등 특정 연령대에 극단적으로 편중되는 현상이 발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노 교수는 일반회계를 우회하는 기금 확대가 예산심의나 재정통제범위 밖에서 재정을 확장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세보다 정치적 저항이 낮아 ‘숨은 증세’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조세체계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이미 국내 가당음료 소비가 자연 감소세에 있다는 점도 신중론의 배경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섭취량은 2016년 116.9g에서 2024년 87g으로 25.6% 감소했으며, 섭취자 비율 역시 58.3%에서 44.6%로 13.7%p 낮아졌다. 설탕부담금이 비만율 감소나 당뇨 예방·의료비 절감 등 건강 개선과 연결되는지도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노 교수는 가격규제에 앞서 △설탕부담금 신중한 검토 △소비자 선택권을 존중하는 정보 기반 정책 △청소년 표적형 정책 △시장의 자율적 조정 활용(소비 감소·저당화)을 우선과제로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전문가들의 신중한 접근 주문이 이어졌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설탕부담금 도입에 앞서 설탕부담금이 국민의 총열량 섭취를 실제로 줄이는지, 비만과 만성질환을 낮춘다는 직접적 근거가 있는지, 저소득층과 중소식품기업에 미칠 부작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혜정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는 영국 설탕세(SDIL)의 사례를 언급하며 “영국은 SDIL 도입 이후 과세대상 음료의 설탕 함량이 평균 47% 감소했으며. 고당음료의 65%가 성분을 조정했다”며 “초등학생 대상 관찰연구에서 비만을 감소와 긍정적인 연관성을 확인했으며. 감소폭은 취약계층 아동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형 사례처럼 비교적 부작용이 적었던 설계방식을 바탕으로 대안적 설계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실제로 시장 실패가 존재하는지, 가격 규제가 문제를 해결한다는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됐는지, 저소득층과 청년층에 대한 역진적 부담보다는 건강편익이 더 큰 지, 조세가 아닌 부담금 방식이 합리적인 선택인지를 짚어보고 결론이 확실하게 났을 때 제도를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가당음료 설탕부담금은 대체소비(풍선효과), 저소득층·청년층 역진성, 재정통제를 우회하는 준조세화라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섣부른 일률적 가격규제에 앞서 영양성분 표시 제도 강화, 경고 문구 삽입 등 담배와 유사한 홍보 등 다양한 비가격 규제를 우선 시행하고, 청소년·청년층을 대상으로 학교 기반 건강교육 등 타깃형 개입 정책을 모색하는 한편, 기업이 선도하는 제로 음료·저당화 추세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조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