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마포세무서 국세체납관리단 구연근·김지원씨
"현장 가보고 막연히 가졌던 편견 반성"…소통·지원에 집중
"세무서장님의 세심한 배려와 선배들의 조언이 큰 힘 돼요"
"전문성·공정성, 적극성·공익성 갖춘 세무공무원 되고파"
9급 공채 합격해 내년에 국세공무원 정식 임용 예정
9급 공채 합격 후 임용을 앞둔 예비 국세공무원들이 미리 세무 현장에서 납세자를 직접 만나며 공직자로서의 각오를 다지고 있어 화제다. 마포세무서 국세체납관리단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하고 있는 구연근, 김지원씨가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올해 9급 공채에 합격해 내년 정식 공무원 임용을 앞두고 있으며, 공직자가 되기 전 실무를 경험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기 위해 체납관리단에 지원했다.
"임용 전 시간을 편하게 보내기보단, 제가 앞으로 할 일을 직접 부딪혀보고 몸으로 익히고 싶었습니다. 세금이 걷히는 과정과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사정을 미리 경험해보면 훨씬 좋을 것 같아 체납관리단에 지원했습니다.(구연근)"
"세무직 공무원 면접을 준비하면서 국세청의 다양한 업무를 알아보던 중 체납관리단을 알게 됐습니다. 체납 현황 확인, 현장 방문, 납세자 안내 등 실제 세정 업무를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이 생겨 지원하게 됐습니다.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에 세정 현장을 미리 직접 경험하면서 앞으로 제가 어떤 자세로 공직생활을 해야 할지 배워보고 싶었습니다.(김지원)"
정식 임용까지 남은 시간을 여행 등 다른 활동으로 보내기보다는 공무원이 되기 전 실제 세무현장에서 행정을 직접 체험하며 '앞으로 어떤 공직자가 돼야 할지' 생각해 보는 기회로 삼았다는 두 사람을 지난 24일 마포세무서에서 만났다.
국세체납관리단의 하루는 생각보다 바쁘게 돌아간다. 마포세무서의 국세체납관리단은 4개조로 나눠져 있으며, 출근하면 그날 방문할 체납자 명단과 체납 내역을 점검하고 팀 미팅에서 동선과 주의사항을 공유한다. 이후 현장을 방문해 체납자의 생활실태를 확인하고, 우편 전달하는 경우에는 우편함에 넣거나 문을 열어주는 경우 직접 전달한다. 일정을 마친 후에는 그날 있었던 상담이나 특이사항을 팀원들과 공유하고, 방문 내용을 정리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체납자 생활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처음으로 현장을 방문했을 때 두 사람이 마주친 현실은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고 한다. 세금 납부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이들보다, 형편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체납한 이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그분들의 사정을 직접 듣고 나니, 제가 막연히 갖고 있던 편견을 반성하게 됐습니다.(구연근)" "체납에도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면서,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살피는 체납관리단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김지원)
현장에서 마주하는 체납자들의 경계와 격앙된 반응은 큰 숙제였다. 이들은 세금을 강제로 걷으러 온 사람이 아니라 체납자의 사정을 듣고 세금 납부절차를 안내하러 왔다는 점을 진심으로 설명하는데 주력했다.
"한 80대 체납자는 난청이 있으신데다 연세도 많으셔서 세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고 계셨습니다. 직접 찾아 뵙고 체납 사실과 납부 방법을 설명드리니, 세금은 꼭 내야겠다고 하시며 아드님께 부탁해 분할납부를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김지원)
"분납 제도를 몰라 막막해하며 체납액을 방치하던 체납자가 상담을 받은 후 납부 계획을 세워 성실히 납부를 시작한 경우가 있었습니다."(구연근)
이들은 분납 제도나 유예 제도를 알지 못해 막막해하던 체납자들이 설명을 듣고 납부계획을 세울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체납액 납부의무 소멸특례 제도로 힘든 납세자를 지원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보람 중 하나라고 말했다.
"현장 방문 나갔을 때 에어컨도 없이 중앙복도에 켜둔 선풍기 바람에 의지하며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65세 체납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고시원 방세를 지원받고 있었고 남은 식비 40만원으로 겨우 생활을 이어가고 계셨죠. 자녀가 둘 있었지만 15년전 연락이 끊겨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체납액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두통과 거동 불편으로 세무서 방문조차 힘들어 하셨습니다. 이에 현장에서 직접 소멸특례신청서를 작성해 세무서에 전달해 드렸습니다."(김지원)
"저 역시 납세의무 소멸특례를 지원한 사례가 있습니다. 예전에 사업장 화재로 폐업한 분이었는데요. 건물 화재보험금으로 세금을 납부하려 했으나, 건물주랑 보험사간 소송에서 보험사가 승소하면서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셨습니다. 결국 폐업전 발생했던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만 체납으로 남은 거죠. 아직 나이도 젊으신 분이 새로 일어서려고 노력 중이었지만, 너무나 큰 세금이 남아 있어 재기에 힘들어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화재 피해 상황과 어려운 생계 상태를 철저히 검토한 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납부의무 소멸 특례 신청을 도와드렸습니다.(구연근)"
체납관리단 활동과정에서 세무서 선배 직원들과의 동행은 소중한 배움의 기회가 됐다. 언성을 높이는 체납자에게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규정과 절차를 하나씩 설명하며, 결국 분납 절차를 안내해 납부를 약속하도록 마음을 돌리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회상했다.
최병구 마포세무서장의 세심한 배려도 체납관리단의 큰 힘이다. 현재 마포세무서 체납관리단은 3층에 국세체납관리단원 15명과 공무원 2명, 지하 1층에 국세외수입체납관리단원 22명과 공무원 4명 등 총 43명이 근무하고 있다.
최 서장은 조명과 환기시설이 취약한 지하 1층 사무실에 조명 공사를 추가로 진행하고 환기를 위한 출입문도 새로 설치했다. 또한, 3층 사무실도 공사로 인한 냄새가 한동안 빠지지 않았는데 탈취제까지 설치하는 등 쾌적한 근무환경을 만드는데 신경을 썼다. 체납관리단원들이 간단한 간식거리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무더위 속 현장 방문에 따른 손풍기와 팔토시 지급도 최 서장의 세심한 배려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두 예비공무원은 높은 업무만족도와 끈끈한 소속감을 느낀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서장을 비롯해 각 과장들과 선배직원들의 격의없는 대화와 끊임없는 격려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구연근씨는 "실태확인을 마치고 돌아오면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특이사항은 없었는지 꼭 먼저 물어봐 주신다"며 "매주 열리는 국세·국세외수입 체납관리단 업무협의체 역시 실적이나 성과를 점검하는 자리가 아닌, 무엇이 힘들었는지를 먼저 물어보는 분위기라 부담 없이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작은 부분까지도 직원들의 근무 여건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려운 점은 없는지 먼저 물어보고 필요한 부분은 바로바로 채워주려 하니 짧은 기간을 근무함에도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구연근씨는 현재 마포세무서 직원들의 '줌바 동아리'에도 참여해 선배직원들과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국세체납관리단 회장을 맡아 단원들의 업무 분담을 조율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그는 "국세체납관리단은 나이대가 다양한 편인데도 세대 간 이질감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며 "업무 외에도 따로 회식 자리를 마련해 서로의 사정과 고민을 편하게 나누다 보니 현장에서도 손발이 더 잘 맞고 팀워크가 자연스럽게 다져지는 걸 느낀다"고 했다.
김지원씨는 "전체적으로 서로 배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편안하고 즐겁게 활동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이번 체납관리단 활동을 통해 좋은 업무 경험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까지 얻을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두 예비공무원은 이번 체납관리단 현장 경험을 통해 향후 공직자로서 가져야 할 가치관을 명확히 확립하는데 중요한 시간이 됐다고 강조했다.
구연근씨는 "전문성과 공정성이 가장 중요하며 두 가지가 별개가 아니라는 점을 배웠다"며 "정확히 설명해 신뢰를 주는 전문성을 꾸준히 기르고, 공정하게 일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원씨는 "정해진 업무만 수행하기보다 먼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 안내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며 "국민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이고,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적극성과 공익성을 갖춘 공무원이 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