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법학회, 국제조세법 현안 주제 학술대회 성료
입증책임·국제용역거래 공급장소 등 주요 쟁점 점검
한국세법학회(회장·양승종)는 지난 10일 강원 원주 오크밸리 리조트 밸리 빌리지에서 ‘국제조세법의 현안과 쟁점’을 대주제로 제32회 하계학술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국제조세 분야에서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입증책임과 국제용역거래의 공급장소 등 주요 쟁점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승종 한국세법학회장은 개회사에서 “국제거래가 복잡해질수록 입증책임과 용역의 공급 장소를 둘러싼 다툼도 늘고 있다”며 “이번 논의가 과세권 행사와 납세자 보호가 조화를 이루는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축사에 나선 김지훈 중부지방국세청장은 “오늘 다루는 쟁점들은 과세실무의 최전선에 놓인 현안”이라며 “학계의 깊이 있는 연구가 국세행정의 예측가능성과 신뢰를 높이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학술행사는 △제1주제 국제조세 영역에서의 입증책임: 국내 미등록특허 사건과 관련하여(좌장 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2주제 국제용역거래의 공급 장소: 판례 동향과 과제(좌장 김석환 강원대 교수)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제1주제 첫 발표자로 나선 송동진 법무법인 더위즈 변호사는 ‘미국 세법 및 판례상 국내원천소득의 증명책임과 상호주의’ 발제에서 “미국 세법과 판례는 국세청의 세액결정을 정확한 것으로 추정하고 이를 다투는 납세자에게 증명책임을 지운다”고 짚었다.
송 변호사는 “상호주의 관점에서 볼 때, 법인세법상 과세대상으로 인정된 소득 중 한·미 조세조약에 따라 비과세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납세자에게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이 타당하다”며 “국외원천소득에 관한 증거가 외국법인 측에 편재돼 있는 만큼, 그 증명의 부담을 납세자에게 지울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장성두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국제조세 분야의 증명책임에 관한 국내 판례의 동향 및 시사점’을 발제했다.
장 변호사는 “특허기술이 국내에서 사용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비과세·감면 요건이 아니라 과세요건사실 자체를 다투는 것”이라며 “특허기술의 국내 사용 여부와 국내원천소득의 범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게 증명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허 사용료가 포괄적 라이선스의 일괄 대가로 지급되는 경우가 많고 관련 정보가 영업비밀에 속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납세자에게 국내 사용분의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합토론에서 이승준 법무법인 가온 변호사는 “미등록 특허 사안에서 증명의 곤란은 과세관청에게 더욱 심하게 존재한다”며 “라이선스 계약의 당사자로서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외국법인과 달리, 계약에 관여하지 않고 국내 사업장도 없는 외국법인에 대한 조사권마저 없는 과세관청에게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증명을 요구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승영 국립창원대 교수는 ”한·미 조세조약의 무차별 조항을 고려하면 외국법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일반화는 오히려 조약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며 “상호주의로 일반화하기보다 해당 사안에서 증명강도를 완화하거나 증명의 필요를 전환하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제2주제 ‘국제용역거래의 공급 장소: 판례 동향과 과제’ 발표자로 나선 김범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위프트 판결과 비자 판결을 중심으로 부가가치세법상 용역의 공급장소 판단기준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 “두 판결이 제시한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과 ‘협력행위’ 기준은 추상적이어서 거래당사자에게 예측가능성을 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자 판결이 도입한 ‘협력행위’ 기준은 본래 민사법상 채권자의 협력의무에서 비롯된 것으로, 과세요건 판단에 그대로 옮겨 오면 기준이 오히려 불명확해질 수 있다”며 “EU·영국·일본 등과 같이 거래 유형에 맞춰 용역의 공급 장소에 관한 규정을 두는 입법적 정비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최정희 건양대 교수는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이라는 판단 기준이 추상적이어서 예측가능성을 주기 어렵다”며 “판례가 실제로는 용역이 공급받는 자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어 경제적 효용이 실현되는 지점을 고려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우선 B2B 전자적 용역에 대해서는 공급받는 자의 소재지를 기준으로 하는 소비지국 과세원칙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은총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공급받는 자의 관점에서 중요·본질성을 판단하면 물리적 접점이 늘 국내에 있어 거의 모든 사안에서 공급 장소가 국내로 인정되는 편향이 생길 수 있다”며 “민사법상 협력행위 개념을 과세요건 판단에 끌어들이는 것은 예측가능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만큼, 비대칭성을 해소하려면 공급받는 자 소재지를 기준으로 하는 소비지국 과세원칙을 명문화하는 편이 더 간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표와 토론에 이어 서보국 한국세법학회 연구윤리위원장(충남대 교수)의 연구윤리교육이 진행됐다. 이날 교육은 생성형 AI의 활용이 확산되는 연구 환경에서 표절을 예방하고 연구윤리를 확립하는 방안을 주제로 다뤘다.
한국세법학회는 지난 1986년 한국세법연구회로 창립된 이래 40여년 동안 세법분야를 연구해 온 학술단체로, 교수·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 등 2천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