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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6.07.21. (화)

오문성 교수의 '라이프 Pick'

실패 앞에서 현명해지는 힘, 심리적 복원력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한다. 어떤 실패는 준비 부족이나 노력 부족에서 비롯된다. 더 많이 공부했더라면, 더 치밀하게 준비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 이런 실패는 아프지만 비교적 받아들이기 쉽다. 원인을 찾을 수 있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다음에는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실패가 그런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나의 노력과 관계없이 결과가 정해지는 경우가 있다. 선택하는 주체의 성향, 조직의 내부 사정, 이미 정해진 방향, 우연한 분위기와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겉으로는 공정한 절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요인이 결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때의 실패를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현명한 대응이 아니다.

 

최근 젊은 세대는 취업 과정에서 면접을 자주 경험한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을 통과해도 마지막 관문으로 면접이 기다린다. 물론 면접 준비는 필요하다.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장점을 표현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면접만으로 지원자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는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면접은 면접관과 지원자가 짧은 시간 마주 앉아 이루어지는 평가다. 그 시간 안에 사람의 능력, 성실성, 잠재력, 조직 적합성 등을 모두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 면접관의 경험과 안목도 중요하지만, 면접관의 선호와 편견, 당일의 분위기도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필기시험 성적만으로 합격자를 정하지 않고 일정 배수를 선발한 뒤 면접에서 다시 탈락시키는 방식도 흔하다. 이 경우 필기시험은 비교적 객관적인 기준을 제공하지만 최종 결과는 다시 사람의 판단에 맡겨진다. 어떤 지원자는 필기 성적이 좋았는데도 면접에서 탈락하고, 어떤 지원자는 성적이 다소 부족했지만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합격하기도 한다. 이것이 반드시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결과를 자신의 능력이나 존재 가치에 대한 평가로까지 확대해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살다 보면 “나는 어떤 시험에서도 떨어져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다. 그런 말을 들으면 참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말로 어려운 관문을 아직 만나지 않았거나, 운이 좋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인생의 모든 관문을 노력만으로 통과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비슷한 실력을 갖추고도 어떤 사람은 선택되고 어떤 사람은 선택되지 않는다. 그 차이는 때로 아주 작고, 때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학창 시절 시험이나 국가시험처럼 객관적 기준으로 평가되는 시험은 그나마 결과에 승복하기 쉽다. 물론 그런 시험에도 운은 작용한다. 그러나 적어도 채점자가 응시자의 얼굴이나 배경을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비교적 공정한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인생의 많은 기회는 그렇게만 주어지지 않는다. 직장, 승진, 보직, 프로젝트, 외부 기회, 사회적 역할은 대부분 사람의 선택을 통해 주어진다. 이때는 능력만이 아니라 관계, 이미지, 조직의 필요, 타이밍, 이해관계가 함께 작용한다. 때로는 이미 정해진 사람이 있는데 형식적으로 절차가 진행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그 절차에서 들러리가 된다. 당사자는 그 사실을 뒤늦게 짐작하지만 명백한 위법이나 부당함이 입증되지 않는 한 대개는 받아들이고 지나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선택받지 못한 사람이 그 결과를 자신의 전부로 받아들이는 순간 마음의 상처는 커진다. “내가 부족해서 그런가”, “나는 왜 늘 안 되는가”라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물론 자기 성찰은 필요하다. 그러나 성찰과 자책은 다르다. 성찰은 다음 길을 찾기 위한 것이지만, 자책은 자신을 그 자리에 묶어두는 것이다. 특히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 때문에 선택받지 못한 경우라면, 지나친 자책은 의미 없는 되새김에 그칠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리학에서는 통제할 수 없는 부정적 경험이 반복될 때 사람이 시도 자체를 줄이거나 포기하게 되는 현상을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설명한다. 이 개념은 1967년 오버마이어와 셀리그먼, 셀리그먼과 마이어의 연구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피할 수 없는 전기충격을 경험한 개들이 이후에는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도피 반응을 잘 보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출발점이었다. 이 연구는 이후 인간의 실패 경험, 우울감, 동기 저하를 설명하는 틀로 확장되었다.

 

우리 삶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내가 노력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경험이 반복되면 사람은 어느 순간 “어차피 안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특히 면접, 승진, 선발, 추천처럼 타인의 선택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계속 선택받지 못하면 자신의 능력 전체를 의심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모든 실패를 자기 탓으로 돌리지 않는 것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과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 그래야 실패가 무기력으로 굳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는 개구리가 어느 쪽으로 튈지에 따라 내 기분이 좌우되는 상황과도 비슷하다. 개구리가 어디로 튈지는 내가 정할 수 없다. 그런데도 그 결과에 내 감정 전체를 맡긴다면, 결국 나는 내 마음의 주도권을 통제할 수 없는 대상에게 고스란히 내어주는 것과 다름없다.

 

필자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오래전 고위공무원단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할 뻔한 일이 있었다. 3~4개월의 면접과 평가를 거쳤고, 소속기관으로부터 출근 일자까지 통보받았다. 학교에는 휴직 절차를 준비하고 있었고, 전임자와 인수인계를 하라는 말도 소속기관의 공식 경로를 통해 들었다. 주변에서는 축하 인사까지 오갔다. 그런데 출근 며칠 전 갑자기 연락이 와서 갈 사람이 바뀌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황당했지만 그 순간 이런 일은 바로 털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래 마음속에 둘수록 아무 의미가 없었다. 나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가지 않게 되었다고 먼저 알렸고, 곧바로 마음을 정리했다. 자책할 일도 아니고, 그 정도 일에 내 마음을 오래 묶어둘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패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나의 준비와 노력이 부족해서 생긴 실패다. 이 경우에는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다시 준비하면 된다. 실력을 쌓고, 방법을 바꾸고, 경험을 축적하면 다음에는 더 나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다른 하나는 나의 노력과 무관하게, 의사결정권자의 의도나 선택으로 결과가 정해지는 실패다. 이 경우에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내가 최선을 다했고 결과가 오롯이 상대방의 선택에 달린 문제였다면, 필요한 것은 지나친 복기가 아니라 과감한 생각의 전환이다. 그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툭툭 털고 일어서야 한다.

 

이때 필요한 핵심적인 심리 자산이 바로 ‘심리적 복원력(Psychological Resilience)’이다.

 

결국 심리적 복원력이란 실패를 겪지 않거나, 실망과 상처를 전혀 받지 않는 초연함이 아니다. 실망하고 속상해하며 며칠 동안 기운이 빠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반응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감정에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는 힘,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 다른 기회를 바라보는 힘이 바로 심리적 복원력이다.

 

심리적 복원력이 강한 사람은 실패를 분리해서 본다. 내가 부족해서 실패한 부분은 고치고, 내가 통제할 수 없었던 부분은 내려놓는다. 모든 실패를 자신의 무능으로 해석하지 않고, 모든 선택받지 못함을 자신의 결함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분리 능력이 중요하다.

 

우리는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하지만 실패의 감정 안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실패는 지나가는 장소이지 머물러야 할 집이 아니다. 내가 준비할 수 있는 만큼 준비했고 성실하게 임했다면 그다음은 선택과 우연의 영역이다. 그 선택이 나에게 오지 않았다고 해서 내 삶 전체가 흔들릴 이유는 없다.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한 번도 떨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떨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속도다. 세상에는 노력으로 통과할 수 있는 문도 있지만, 노력만으로는 열리지 않는 문도 있다. 그럴 때는 문 앞에서 자신을 탓하며 오래 서 있을 것이 아니라 다른 길을 찾거나 새로운 기회를 보아야 한다. 때로는 그 다른 길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기도 한다.

 

삶은 한 번의 성공이나 한 번의 실패로 결정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다음 기회를 향해 다시 몸을 일으키는 힘이다. 실패 앞에서 오래 자책할 필요가 없다.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면 더더욱 그렇다. 개구리가 어느 쪽으로 튀었는지에 내 마음 전체를 맡길 필요가 없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타인의 결정에 에너지를 소모하는 대신, 다시 스스로의 삶을 주도해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갖춰야 할 진정한 심리적 복원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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