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소득세 신고기간 맞아 일선세무서 신고창구서 벌어진 행태
국세청 직원보호전담변호팀, 고소장 작성·기관 고발 등 강력 대응
'납세의무 돕는 선의에 왜 찬물 끼얹나'…일선 직원들 허탈
2025년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납부기간이 지난 1일 종료됐다. 업종별 귀속 수입금액이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라면 세무대리인이 작성한 성실신고확인서를 첨부해 이달 30일까지 신고하는 절차가 남아 있으나, 종합소득이 있는 개인 대다수는 사실상 1일까지 종합소득세 신고를 마친 셈이다.
지난 5월 한달 동안 전국 133개 일선 세무서에서 운영 중인 신고창구에선 종합소득세 신고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와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세무서 직원들과 수습세무사 등이 신고도우미를 자처하며 신고서 작성을 전력 지원했으나, 세무서 직원이나 신고도우미를 향한 폭언·협박과 신체적 폭행 등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납세자의 세무서 직원 폭언·폭행은 국세청 개청 이래 횟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세무조사나 세금징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언과 협박 등은 비일비재하다.
다만, 앞서처럼 납세자를 도와 신고서 작성을 돕는 직원들을 향한 폭언과 폭행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대목이다.
이번 종소세 신고기간 중 발생한 민원인에 의한 직원 폭행 사례로는 지난달 11일 대전청 관내 C세무서에서 발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취재 결과, 당일 C세무서를 찾은 민원인은 종소세 신고서를 작성하던 중 생각과 달리 납부 세금이 많아지자 신고서 작성을 돕던 여직원에게 고성을 내며 세금을 낮춰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납세자가 세금을 낮추기 위해 주문한 것은 각종 경비를 신고서에 넣는 것. 신고서 작성을 돕던 여직원은 증빙이 없는 경비이기에 그럴 수 없음을 밝혔으나, 막무가내로 거듭해 요구했다.
결국 당시 현장에서 신고도우미 역할을 수행 중이던 수습세무사가 여직원을 대신해 상담을 진행했으나, 납세자는 거듭해 불만을 제기하던 중 수습세무사의 얼굴 및 가슴 부위 등을 가격하는 등 총 4차례에 걸쳐 신체적 접촉을 가한 것이 세무서 CCTV 영상에서 드러났다.
이같은 장면을 지켜본 C세무서 직원들은 지체없이 관내 경찰서에 연락했으며, 경찰이 세무서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수습세무사는 해당 민원인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으나 민원인은 오히려 자기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일절 사과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이 세무관서에 도착하자 민원인은 수습세무사에게 "30만원을 줄 테니 퉁치자"고 사과가 아닌 협상(?)을 제시했으나, 수습세무사는 정중한 사과 한마디면 끝날 일인데 돈으로 해결하려는 민원인의 행태에 실망해 강력하게 처벌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종소세 신고가 한창인 지난달 20일, 대구청 관내 S세무서에서도 납세자가 직원을 폭행한 사례가 발생했다.
당시 S세무서를 찾은 납세자는 한 시간여 동안 신고서 창구에 머무르면서 자신의 요구대로 신고서 작성을 도와주지 않은 여직원에게 불만을 표시했으며, 보다 못한 남직원이 여직원을 대신해 신고서 작성 상담에 나섰다.
이후 거듭된 무리한 요구를 남직원이 거절하자, 해당 납세자는 주변에 있는 필기구로 남직원을 위협하려다 제지당했으며, 다시금 책을 들어 팔을 내리치는 등 폭행과 협박을 이어갔다.
자칫 생명의 위험까지 발생할 수 있었던 이번 폭행사건은 직원들이 강력하게 제지하면서 그쳤으나, 선의로 나선 도움이 폭행으로 되돌아온 것을 체험한 직원은 납세자를 종전처럼 응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이번 사건을 접한 국세청 직원보호전담변호팀에서는 C세무서와 S세무서를 즉시 찾아 현장을 목격한 직원들로부터 사실관계를 확인했으며, 해당 수습세무사와 직원에게 처벌 의지를 물은 후 법적 절차에 착수한 상황이다.
다만, C세무서에서 발생한 폭행 피해자는 공무원이 아닌 수습세무사로서 민간인 신분이기에 고소장 작성을 돕는 등 법률지원 서비스를 진행했으며, S세무서에 발생한 폭행·협박의 경우 직원이 직접 수사기관에 진술하는 것과 별개로 국세청 기관 차원의 고발이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Y세무서, W세무서, U세무서, B세무서에서도 신고창구에서 도움을 주고 있던 직원을 향해 납세자의 고성과 폭언으로 인해 경찰이 출동했으나, 피해를 입은 직원이 처벌을 희망하지 않음에 따라 고소·고발 없이 종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세청은 이번 종소세 신고기간을 맞아 신고 대상자 1천333만명에게 지난 4월 24일부터 순차적으로 신고안내문을 모바일(카카오톡, 네이버 전자문서, 문자메시지)로 발송했으며, 모바일 안내문을 수령하지 못한 납세자에게는 서면 안내문을 발송했다.
국세청은 납세자 중심의 신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홈택스, 손택스, ARS 등 신고시스템 전반을 고도화하고 신고안내문을 대폭 개선해, 납세자들은 이해하기 쉬워진 모두채움 안내문과 간편하게 개편된 홈택스(손택스)에서 ‘이대로 신고하기’를 통해 보다 편리하게 소득세 신고를 마칠 수 있었다.
이마저도 신고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와 장애인 등을 위해 국세청은 전국 133개 세무서에서 종합소득세 신고창구(신고서 자기작성교실)를 한시적으로 운영했으며, 신고서 창구에 몰린 납세자들을 위해 세무서 직원·신고도우미 등이 최대한 쉽고 간편하게 신고서 작성을 도왔다.
앞선 두 사건 모두 납세자가 자기 주도하에 신고서를 작성해야 함에도 납세의무를 돕기 위해 세무서 직원과 수습세무사가 선의로 작성을 돕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로, 이번 일이 알려지자 일선 직원들 사이에선 그렇지 않아도 힘들고 어려운 5월 종합소득세 신고창구 지원 업무에 대한 회의감 등을 토로하고 있다.
일선 모 직원은 “신고서 자기작성교실이 고령자와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일반 납세자가 내방할 경우 도움을 주지 않을 수 없다”며, “세금이 자신의 생각과 달리 높게 나올 경우 터져 나오는 폭언은 고스란히 직원 몫”이라고 허탈해 했다.
또 다른 직원은 “매년 신고기간 중 세무서에 가니 다 해준다는 의식이 남아 있는 한 세무사사무실이 아닌 세무서를 찾아 신고서 작성을 사실상 의뢰하는 모습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고령자와 장애인 등 정보 소외계층에 한해 예외적으로 신고창구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납세자를 위한 신고창구 개설이 국세청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으로 되돌아오는 악습을 끊기 위해선 모두채움 고도화를 통한 내방 민원인 축소와 함께, 세무서에서 발생하는 악성민원·민원인에 대해선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선에서 번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