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비(非)중동산 원유 수입선 다변화 지원방안 발표
공급부족 겪는 나프타 대체품, 관세·비축의무 없애 수입 원활화
이종욱 관세청장 "국내 에너지 수급 안정에 관세행정 역량 집중"
원유 수입선 다변화에 걸림돌로 작용해 온 FTA 직접운송원칙을 완화하는 ‘직접운송특례’가 이달 26일 신설·시행된다.
이번 조치로 여러 국가를 경유해 수입되는 원유도 FTA 특혜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되며, 직접적으로 미국산 원유의 국내 유입 물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공급부족을 겪고 있는 나프타 대체품에 대해서는 관세 없이 낮은 가격으로 수입할 수 있는 길을 여는 동시에 비축의무도 지울 수 있도록 원유가 아닌 천연가스액(NGL)으로 분류된다.
또한 원산지증명서 발급에 평균 6개월 이상이 소요됨에 따라 원유 수입기업들로부터 외면받아 온 말레이시아산 원유의 국내 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원산지증명서 발급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도록 말레이시아 당국과 협의에 착수한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26일 서울세관 10층 대강당에서 이같은 내용의 ‘비(非)중동산 원유 수입선 다변화’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앞서 관세청은 중동상황에 대응해 지난 4월 캐나다산 원유의 국내 무관세 도입을 위한 원산지 입증 특례를 추진한 결과 캐나다산 원유 도입을 연간 최대 3천300만 배럴까지 확대되도록 지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캐나다산 원유는 미국산 경질유 등과 블렌딩을 통해 중동산 중질유와 유사한 특성을 가질 수 있어, 기존 국내 정유사 설비 개조 없이도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는 등 단순한 수입선 다변화를 넘어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공급망 대체 효과까지 기대된다.
이 관세청장은 이날 발표에서 기존의 캐나다산 원유 수입 촉진 방안에 이어, 미국산 원유와 호주산 나프타 대체품 수입을 늘리기 위해 비관세장벽을 과감히 제거하는 것은 물론, 말레이시아산 원유도 국내 수입을 증대시키기 위한 협상에 조속히 착수할 것임을 밝혔다.
우선적으로 미국산 원유의 국내 공급을 늘리기 위해 원유 직접 운송 특례를 신설해 이달 26일부터 시행한다.
현재 FTA 특혜세율은 협정국 간 ‘직접운송’ 시에만 적용 중으로 중동산 원유 수입 시에는 문제가 없으나, 미국 등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시도할 경우 ‘직접운송’ 원칙이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미국산 원유가 국내로 운송되는 과정에 제3국을 경유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전체 운송경로와 경유국 세관이 발급한 입증서류를 구비해야 FTA 특혜를 받을 수 있던 까다로운 절차를 이번 특례를 통해 과감하게 완화했다.
기존 ‘구비 서류’ 중심에서 ‘실질 운송여부’ 확인으로 판단방식 자체를 전환한 것으로, 정유업체들은 새로운 서류를 발급받을 필요 없이 선박 위치정보(AIS)나 원유 계측 데이터 등 이미 보유한 자료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직접운송을 입증할 수 있게 됐다.
○원유 직접운송 특례 적용 사례
정유 업계는 관세청의 이번 조치를 매우 반기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H사 관계자는 “직접운송 입증부담으로 인해 놓치는 원유가 많았는데, 이번 특례로 미국산 원유 도입을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S사 또한 작년에 미국산 원유를 도입하면서 4건(400만 배럴)은 직접운송을 입증할 수 없어 FTA관세혜택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국내 정유사 전체로 확대하면 이런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미국산 원유수입 비중은 S사(38%), G사(35.8%), H사(24.3%), 한국석유공사(1.3%), T사(0.7%) 순으로 집계됐다.
이 관세청장은 “직접운송 특례가 향후 중동 이외 지역으로부터 중질유를 확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일례로 미국산 원유 수송선이 중질유를 생산하는 국가를 경유하면서 중질유를 추가 선적하더라도 미국산 원유에 대한 FTA 특혜세율 적용에 지장이 없게 됨에 따라 중질유에 대한 공급망 다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부족을 겪고 있는 나프타 대체품의 공급물량 확대를 위한 유인 조치도 시행된다.
이 관세청장은 26일 품목분류사전심사 패스트트랙(Fast Track)을 가동해 호주산 나프타 대체품의 품목분류를 원유(HS 제2709호)가 아닌 석유제품(HS 제2710호)으로 신속하게 품목분류 결정했다고 밝혔다.
나프타 대체품의 경우 세계관세기구(WCO)의 품목분류 기준이 불명확해 주로 원유로 분류돼 왔으며, 원유로 분류되면 관세율 3% 및 비축의무가 발생해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수입을 꺼려 왔다.
나프타 대체품을 석유제품으로 품목분류 결정함에 따라, 나프타 대체품이 관세 없이 낮은 가격으로 수입됨과 더불어 비축의무까지 면제되면서 수입 즉시 공정에 투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나프타 대체품 품목분류 지정 사례
이를 통해 종량제 쓰레기봉투, 주사기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석유화학 제품을 한층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며, 그간 중동에 크게 의존해 온 수입선도 새롭게 개척하는 파급효과를 낳게 됐다.
특히, 호주산 나프타 대체품은 품질 면에서 나프타 함량이 80~90%에 달해 타국산 대비 수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이번 선제적 조치로 작년 석유화학업계 전체 나프타 수입량의 약 16%에 달하는 연간 약 250만 톤의 고품질 대체 원료를 대규모로 확보해, 석유화학 핵심 원료의 수입선 다변화라는 국가적 과제 달성을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말레이시아산 원유 수입기업들의 오랜 애로사항이었던 원산지증명서(CO, Certificate of Origin) 발급 지연 문제도 관세청이 해결하기 위해 적극 지원에 나선다.
말레이시아산 원유는 원산지증명서 발급에 평균 6개월 이상 소요됨에 따라, 해당 수입업체는 원유 수입 시에 관세를 먼저 납부하고 원산지증명서를 사후에 발급받은 다음에야 FTA 특혜관세를 적용(납부 관세의 환급)받고 있다.
이처럼 수입통관 이후 관세 환급 시까지 장기간 해당 자금을 활용할 수 없는 문제로, 원유 수입업체들은 말레이시아산 구매에 있어 부담을 가져왔다.
관세청 관계자는 “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원유 수급을 촉진하기 위해 CO 발급 지연의 원인 확인과 발급기간을 단축시킬수 있는 방안을 말레이시아 당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관세청장은 이날 발표에서 지난 3월초 중동상황 비상대응 T/F를 통해 직·간접 피해기업에게 △납기연장·분할납부·담보생략 △운임 상승분 과세가격에서 제외 △원유 등 경제안보품목에 대한 입항전 수입신고 허용으로 신속통관을 지원하는 등 우리 수출입기업의 관세·물류 전반의 긴급지원책을 시행한 바 있음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경제안보품목 공급망 전반에 걸친 규제혁신을 지속해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국내 에너지 수급 안정에 행정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