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評 斷想]국세납부 카드론은 의창(義倉)이어야 한다

2000.06.29 00:00:00

○…고구려 고국천왕 때 진대법이 있었다. 고려에서는 이창으로 출발 성종 대에 의창(義倉)이란 제도로 발전시켰다. 조선시대에는 환상(還上)법을 만들어 시행했었다. 나라는 곤궁한 백성에게 봄에 싼 값으로 식량을 빌려주고 가을에 되돌려 받았다. 백성들의 어려움을 덜어 주고 나라의 재정에 도움이 되게 하려는 좋은 뜻에서 나왔다. 국세청은 오는 7월3일부터 돈이 없어 제때 세금내기 어려운 납세자를 위해 신용카드 대출 납부를 시행키로 했다.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병의원들로부터 신용카드 사용 허락(?)을 받아 내기까지 장구한 기간이 걸렸다. 이젠 세금 납부도 신용카드를 이용해 사실상 분할 납부가 가능해진 셈이다. 변해도 많이 변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두고 볼 일이다. 조선시대 환상이 가진 폐해로 백성들의 원성을 샀고 결국 조정과 백성간의 대립으로 몰고 가는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국세청이 내놓은 신용카드 대출 납부제는 분명 선의가 담겨져 있다. 개인 납세자가 카드사로부터 이자와 수수료를 물고 돈을 빌려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다. 국세청의 뜻이야 세금을 밀리는 것보다 대출을 받아 제때 세금을 내는 편이 납세자에게 유리할 게 아니냐는 배려라고 하겠다. 옛 제도는 나라가 직접 돈을 빌려 주어 싼 이자만을 붙여 다시 거둬들였다. 내달 3일부터 시행되는 신용카드 대출 납부제는 나라가 돈을 빌려 주는 것이 아니다. 의창(義倉)이 아니라 사창(社倉)인 셈이다. 어려운 납세자들의 처지를 궁휼히 여겨 제도를 입안한 국세청의 의지와는 달리 신용카드사들은 시행을 앞두고 극히 조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별 실익이 없어 보인다는 어두운 전망이다.

○…“세금을 낼 돈이 없다! 빚을 내서라도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오죽하면 빚을 내 세금을 내야 한다는 말인가?” 이 정도의 납세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납세자의 날에 성실 납세자로 상을 당연히 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그러나 국세납부 카드론은 국세청의 의지와 납세자들의 성실납세 이행에 대한 충분한 가치와 대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카드사들의 목전 이익 탓이다. 제때 낸 세금이 나라살림을 제대로 꾸려나가고 공적자금 투자 등 사회 재투자 재원으로 쓰여진다는 점은 모를 리 없다. 국세납부를 위한 자금은 정책자금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정부 재정에는 생산적인 효과를 안겨 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세납부 카드론에 대해 이자율과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는 유인책이 곁들여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신용카드사들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 존재 가치와 역할이란 대승적인 면을 깊이 생각한다면 전향적으로 재고해 봄직도 하다. 아울러 재정경제부와 국세청, 그리고 신용카드사 등 금융계가 머리를 맞대고 나라살림과 제때 세금을 내겠다는 납세자의 착하디 착한 심성을 헤아려 이자율과 수수료 인하 협상을 다시 해 볼 필요가 있다. 세금을 제대로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때 내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다. 국세납부 카드론 제도 보완과 신용카드사들의 나라살림에 보탬이 되는 전향적 자세를 기대해 본다.

지형길 출판국 부국장대우 : chg@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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