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兵法 공격편에 지상매괴(指桑罵槐)라는 4자 성어가 나온다. 이 `지상매괴'란 뽕나무를 가리키며 회나무 흉을 본다는 말이다. 즉 직접적으로 상대를 비판하지 않고 제삼자를 비판함으로써 자기가 뜻하는 바를 간접적으로 상대에게 전하는 방법이다. 강자가 약자를 굴복시키는 방법 중에 경고의 방법이 있다. 웬만한 강경책이면 상대의 지지를 얻을 것이고, 과감한 수단을 쓰면 상대를 굴복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직접 본인에게 명령하는 대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자기 의사와의 일치를 꾀하는 것이다. 국세청이 고액세금 체납자 금융제재 방안에 대한 설문 조사를 마쳤다. 고액세금 체납자의 정보를 신용정보 기관에 제공해 금융상의 불이익을 받도록 하면 납부 촉진 효과가 클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금융제재 조치의 목적을 빌린 세금을 제때 받겠다는 것이고 또 신용사회 정착에도 기여하도록 한다는 게 국세청 생각이다. 임도 보고 뽕도 따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 제도를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세액 1천만원이상을 1년이 넘도록 내지 않거나 5백만원이상 결손처리 된 사람이라면 인적사항들이 신용정보기관에 통보돼 결국 각종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러나 국세청의 이같은 의도와는 달리 전국은행연합회는 현행 신용불량거래처에 대한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규제제도를 오는 9월부터는 자율제재로 전환할 계획이다. 비록 신용불량자라고 하여도 신용도가 회복될 수 있다고 금융기관 나름대로 판단되면 여신지원도 해 준다는 방침이다. 신용불량자에 대한 제재가 사실 완화된 셈이다. 뭔가 국세청의 그것과는 다르게 가는 것처럼 보여진다.
○…국세청이 의도하는 금융제재 목적은 조세채권 확보가 아니라 제때 납부토록 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은행연합회의 신용정보관리규약안은 국세청 처방전의 약효를 떨어트리게 할 요인들이 잠복돼 있다고 보여진다. 금융기관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여신 지원과 거래의 계속적인 지원, 기록 정보의 보존기간 단축 등등이 이뤄진다면 국세청이 통보해 준 정보는 솜방망이로 전락할 우려도 없지 않다. 게다가 징세행정이 거둬들이는 데 강력하거나 물샐 틈 없이 메마른 갖가지 규제 수단을 지나치게 행사한다면 납세자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지상매괴는 공격적 전략에서 나온 발상이다. 세정은 국민과 함께 가야 하는 동반세정이어야 하고 납세협력을 받기 위한 서비스여야 한다. 조세채권 확보를 위한 법규는 엄격하면서도 어떤 법률보다도 철저하게 짜여져 있다. 그것이면 족하다. 앙케이트 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가 궁금하다. 경고를 조용히 할 수 없을까? 체납자도 어엿비 생각할 수 없을까? 맨 마지막 설문은 “이로 인해 금융상 불이익을 받는다면?”이었다. “세금을 끝까지 납부하지 않겠다”는 감정적 응답이 나올 법했다.
지형길 출판국 부국장대우 chg@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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