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寸鐵活仁]매 때리는 繼母의 사랑

2001.08.13 00:00:00



장재철(張在鐵) 시인
本紙 論設委員

필자는 얼마전 우연한 기회에 이 지방 女流名士 B씨에게서 다음과 같은 말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녀는 나이 열세살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를 맞는 몸이 되었다. 그녀는 어린 마음에도 그 계모를 무턱대고 敬遠하고 미워했으며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아버지의 사소한 꾸지람에도 반발을 하고 노여워 했다.

이렇게 성품이 뒤틀리는 동안 좋았던 학업성적도 형편없이 떨어졌다.

`저엔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해서 끝까지 가르쳐서 훌륭한 사람 만들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이렇게 장탄식을 하던 다음날의 일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와 책가방을 현관에 내던지고 밖으로 나가려는 그녀를 계모가 집안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공부 잘해서 아버지의 바람을 꼭 이루도록 하라'고 타이르는 말을 듣지 않자 회초리가 부러지도록 매질을 했다. 평소에는 그저 인자하고 너그럽기만 해서 모진 말 한마디 않던 계모였는데……. 그녀는 제 방에서 한참을 울고나서 마을 뒷산에 있는 생모의 묘를 찾아갔다. 하소연을 하기 위해서 였다. 그런데 그 묘앞에 엎드려 우는 한 여인이 있었다. 계모 바로 그분이었다. 계모 안씨는 딸이 등뒤에 서 있는 줄도 모르고 딸에게 매질을 한 것을 눈물로 사과(?)를 하면서 딸의 장래에 加護를 빌고 있었다. 조금도 가식이 없는 그 진실하고 선의에 찬 얼굴…….

“남달리 감수성이 강한 저는 그만 `엄마'하고 계모의 가슴팍에 매달려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그녀는 그때의 감회를 되새기듯 이렇게 말하면서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돌아가신 어머님의 앞에 두 무릎을 꿇은 계모님의 공손한 태도에서 일종의 흐뭇한 승리감 같은 것을 느끼신 게 아닙니까?”

필자가 이렇게 짓궂은 질문을 하고 웃자 “아니었어요. 그건 `나에게도 이런 어머니가 계셨구나' 하는 뿌뜻한 희열만이 제 가슴에 `쏴' 밀려들데요. 그때부터 전 거짓말처럼 順良해졌고 제가 오늘 있는 것은 오직 그분의 자애와 훈육의 덕이라 생각해요.”

그녀는 이렇게 말을 맺으면서 눈시울을 적시는 것이었다.

책임을 느끼기 때문에 전실자식에게 `싫은 매질'을 했고 그러다보니 마음이 아프고 미안해서(生母에게) 누구나 다 꺼리는 전실묘앞을 찾아가 우는 계모의 애절한 심정.

그 깊고 따뜻한 사람이 한 인간의 차디 차게 얼어붙은 영혼을 훈훈하게 녹여 놓지 않았는가.

필자는 이 세상 전실자식이 있는 모든 여인들에게 이처럼 `사랑의 매'를 들고 `쓰라림에 우는 마음'을 갖도록 빌고 싶은 것이다.


문영재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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