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22만원 VS 한국 0원…"전기차에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시급"

2026.05.14 18:05:53

한국조세정책학회,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세미나

국내 생산 직접지원체계 '세제 공백'…글로벌 인센티브 경쟁서 소외

오문성 교수 "국내 생산·고용·부품생태계와 밀접…사수해야"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ITC)에 편중된 현행 우리나라 세제 지원체계를 생산단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에서 물건을 만들수록 세금을 깎아주는 ‘생산세액공제(PTC)’를 도입해 국내 생산거점을 유지하고 국내 고용과 부품 생태계를 사수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국내생산촉진세제는 정액(일본형) 또는 정률(미국·호주형) 납세자가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해 정책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구체적인 제안이 나왔다.

 

오문성 경희대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장)는 1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홀 2층 오팔룸에서 열린 한국조세정책학회 조세정책세미나에서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의 필요성과 그 효과-한국 국가전략기술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세제 전환’ 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정부는 국내생산촉진세제에 대해 세액공제와 직접 재정 지원을 병행하는 ‘투 트랙’ 지원 체계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3일 울산에서 연 ‘K조선 미래 비전 간담회’에서 “국내생산촉진세제는 초기 단계에서 이익이 나지 않는 기업에는 세금 감면 효과가 없다”라며 “기획예산처와 초기 단계에는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도 방식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개발·설비투자에 편중된 세제, 국내 생산단계로 확대 필요

 

최근 산업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근 50년간 제조업 생산능력(지수)은 약 27배 성장했으나, 실제 가동률은 2011년 이후 15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경우 수출 호조 속에서도 국내 생산기반 위기가 현격하다. 2023년 424만대였던 국내생산 자동차 대수는 2024년 413만대로 줄었으며, 2025년은 400만대(추정) 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내수시장은 중국차의 공습으로 잠식되고 있다. 2022년 75%에 달했던 국산전기차 점유율은 2025년 57.2%까지 하락한 반면, 수입전기차 점유율은 42.8%(중국산 112.4% 급증)까지 치솟았다.

 

오 교수는 “현행 세제지원체계는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ITC)에만 지원할 뿐, 실제 공장을 돌려 물건을 ‘만드는 것’(국내 생산)에 대한 직접 지원체계는 전무하다”고 ‘세제 공백’을 지적했다.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1회성으로 지원되는 투자세액공제(ITC)만으로는 실제 공장 가동과 고용 유지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수출이 호조를 보여도 국내 생산기지가 위축되면 국내 생산·고용·부품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미국·일본·호주·캐나다·EU 등 글로벌 경쟁국들은 이미 특정 산업의 자국 내 생산 활동과 연계된 파격적인 조세지원 제도를 운영 중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미국 내 생산·판매 친환경 부품·핵심광물을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하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등을 시행 중이다. 일본은 전기차와 반도체, 지속가능항공원료(SAF), 그린스틸(수소환원제철), 그린케미컬(친환경화학) 등 5대 전략 산업을 대상으로 국내생산촉진세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기차 1대당 생산 인센티브를 비교하면 미국은 약 442만원, 일본은 약 400만원을 지원하지만 우리나라는 0원이다.

 

◆2027년부터 5년 한시 도입…정액·정률 방식 중 선택 허용, 공제한도 법인세액 10%~20%

 

오문성 교수는 우리나라도 2027년부터 5년간 한시적으로 국내생산촉진세제(PTC)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정액(일본형)·정률(미국·호주형) 방식 중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해 정책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원대상은 국내생산·판매 BEV(순수전기차)·FCEV(수소차)로,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2단계 확대시 검토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공제한도는 법인세액의 10%(중소기업 20%)로 하고, 3년 이월공제를 허용하되 적자기업도 흑자전환 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ITC(투자세액공제)와 택일토록 하고 R&D 세액공제와 중복 허용하는 방식이다.

 

정액 방식(일본형)은 전기차(BEV) 대당 400만원, 수소차(FCEV) 500만원을 공제하는 방식이다. 절차가 간편하고 예측 가능성이 높아 초기도입 및 중소 부품사에 유리하다.

 

생산 비용의 10%를 공제하는 정률 방식(미국·호주형)은 고부가가치 차량 생산을 유도할 수 있고 물가 상승분이 자동으로 반영되는 장점이 있다. 다만 비용 산정이 복잡한 것이 단점이다.

 

분석 결과, 정액공제 도입시, 3년간 약 2조7천800억원의 세수 감소(비용)가 예상되나, 고용·부가가치 파급효과를 고려한 재정기여(편익)도는 3조4천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창출효과도 3년간 10만5천843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정률 방식(10%) 도입 시 3년간 약 4조1천6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나, 고용 창출과 부가가치 파급 효과를 고려한 재정 기여도는 5조1천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창출 효과 역시 정률 방식 기준 3년간 약 15만9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오 교수는 국내생산촉진세제(PTC)의 전기차 포함이 “단순 조세감면이 아니라 국내생산기반 유지 및 공급망 안정 정책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산업은 부품·배터리 등 협력업체, 지역 제조업 생태계와 직접 연결된 산업으로, 다른 산업들의 물량 확보와 고용 유지로 이어지는 ‘연쇄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그는 “생산 거점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 유지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없다면 기업들의 해외 이전 가속화는 막기 힘들 것”이라며 “국내 생산 기반과 공급망 안정을 위해 PTC 도입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조세전문가들 "재정영향 등 면밀한 설계 뒷받침돼야"

 

이날 현장에선 국내 생산·판매를 기반으로 한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정교한 제도 설계 필요성을 역설했다.

 

좌장을 맡은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이를 청년 고용과 연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만 의존해서는 우리의 기술을 승계하기 어렵다”며 “생산촉진세제를 적용할 때 규제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식 등 청년고용과 연결하면 더욱 좋은 아이디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이 실질적인 고용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데 공감하면서도 세수 결손과 특정산업 편중을 우려했다. 그는 “반도체와 같이 세수 비중이 막대한 분야에 혜택이 집중될 경우, 해당 기업이 초과 이윤을 내더라도 법인세가 0원이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가재정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적자 상태인 기업도 보조금을 받는 해외사례를 고려해 세액공제 한도를 없애도록 설계해야 실질적인 지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만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품계열사나 소비자에 혜택이 분산되지 않으면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몰 기간이 다가오면 혜택을 받기 위해 막바지 생산 과잉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제도 도입시 발생할 수 있는 과잉생산 문제를 짚었다. 기업 기밀인 생산비용을 과세당국이 어떻게 검증할지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김경하 한양사이버대 재무·회계·세무학과 교수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현 상황에서 국내생산촉진세제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할 필수과제”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글로벌 최저한세(필러2)와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방향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액공제로 인해 실효세율이 15%으로 떨어지면 추가과세부담이 발생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적격환급가능세액 공제’ 형태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유리 기자 kyr@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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