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전적부심사 결정에 법률적 기속력 인정 필요
소득금액변동통지, 과세예고통지·과세전적부심사청구 대상 규정
임재혁 교수, 한국세법학회 추계학술대회서 주장
과세전적부심사제도에서 과세관청과 납세자가 법제화된 틀 내에서 협의과세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과세전적부심사청구의 채택결정에 대한 법률상의 구속력(기속력)을 부여해 납세자의 법적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소득금액변동통지를 과세예고통지 및 과세전적부심사청구의 대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처분유보의무의 범위에 포함토록 법과 시행령 정비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임재혁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세법학회가 지난 20일 개최한 2023년 추계학술대회에서 ‘과세전적부심사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주제발표에서 국세청의 대표적인 사전 권리구제 절차인 과세전적부심사제도를 이용하는 납세자가 해마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과세전적부심사제도 개선방안으로 △협의과세제도 도입 △기속력 부여 △과세전적부심사 및 소득금액변동통지의 관계에 관한 규정의 정비 △청구배제 사유의 법제화를 꼽았다.
우선 사전적 구제수단인 과세전적부심사청구 단계에서 협의절차를 법제화하면 향후의 분쟁해결절차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뿐더러 조세불복 사건이 지속적으로 증가히는 현실서 과세전적부심사청구제도가 실질적인 사전심사(필터링)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실무적으로 세무조사 등 과세 전 단계에서 과세관청과 납세자들 사이에 ‘사실상의 협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만큼 과세전적부심사제도 절차에서의 공식적인 ‘협의절차’로 격상한다면 적법성 및 공정성에 대한 시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과세처분이 이뤄지기 전 단계에서도 폭넓게 협의과세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임 교수는 또한 현행 과세전적부심사제도의 대표적 문제점으로 과세전적부심사의 결정에 법률적인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하지 않고 이의신청 또는 심사·심판청구를 통해 인용결정을 받은 납세자는 그 권리를 종국적으로 구제받는 반면 과세전적부심사절차 단계에서 채택결정을 받은 납세자는 향후 감사원의 시정요구 등에 따라 재차 과세처분을 받을 수 있는 위험에 놓이는 불균형한 결과가 발생하게 됐다는 것.
따라서 납세자의 권리 구제라는 과세전적부심사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볼 때 과세전적부심사의 결정에 법적인 구속력(기속력)을 부여하는 방안으로 입법이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과세전적부심사청구 결정의 기속력 부여에 대한 파급효과가 우려된다면 절충적인 방안으로 최소한 국세청 본청의 과세전적부심사결정에 한정해 기속력을 부여하는 대안을 제안했다.
과세전적부심사 및 소득금액변동통지의 관계에 관한 규정의 정비 필요성도 제기했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제1항제3호의 ‘납부고지’에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포함하도록 개선해 소득금액변동통지는 과세예고통지 및 과세전적부심사청구의 대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63조의15제4항의 처분유보의무의 범위에 '과세표준 및 세액의 결정이나 경정결정' 뿐만 아니라 '소득금액변동통지'까지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특히 국세기본법 제63조의15 제4항의 처분유보의무 조항의 개정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법제에 따르면 납세자가 법인세 부과처분은 제외하고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대하여서만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경우에는 법인소득금액에 대한 결정 또는 경정일부터 15일 내에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도록 규정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제192조 제1항의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감사원의 시정요구에 관한 내용을 적법한 청구배제 사유로 규율하기 위해서는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63조의15 제3호에 이를 열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판례는 과세전적부심사청구제도와 관련된 법령 규정들은 그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하며, 합리적인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납세자 및 과세관청 모두에게 있어서 합목적적인 확장(축소)해석을 허용하지 않는 입장을 취한다.
장성두 변호사 "조세심판원, 절차상 하자 지적…대법원도 합리적·실질적 해석해야"
박국진 서기관 "특정 쟁점·사실관계에 대해 합의하는게 현실적"
토론에 나선 장성두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과세전적부심사 청구에서 채택 결정이 있었음에도 추후 다시 과세되는 경우는 예외적이어서 이를 이유로 활용도가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납세자의 과세전적부심사 청구에 대한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과세처분이 취소된 경우 새로운 처분을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조세심판원은 처분청이 소명요구 등 장기간 처리하지 않다가 부과제척기간 만료일이 임박해 과세처분한데 대해 납세자의 과세전적부심사청구권 행사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취지의 결정을 여러차례 한 바 있다”며 “대법원도 단순히 문리해석에만 충실할 것이 아니라 제도 취지 및 납세자의 권리구제 필요성 등을 고려한 합리적·실질적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국진 인천지방국세청 서기관은 개인적 입장을 전제로 “현재 조세불복 체계는 연혁적 사유 등으로 지나치게 복잡하게 설계돼 있다”며 “유사한 제도의 중복은 신속, 경제와 양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과세전적부심사는 다른 행정심판 제도인 심판청구, 심사청구와 같은 준사법적인 형식(납세자와 과세관청 양 담당자의 대심구조)를 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세처분 전에 이뤄지는 유연함을 극대화 시키기에는 준사법적인 절차의 심사위원회는 지나치게 경직돼 있는 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ADR(대안적 분쟁해결,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절차가 과세처분적 절차로 더 적합하다”면서도 “국민적 정서 등을 감안해 장기적 과제로 남기고, 당장은 독일과 같이 특정 쟁점이나 사실관계에 대해 납세자와 과세관청이 합의하고 확정시키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봤다.
아울러 과세전적부심사의 흠결이라는 절차적 하자가 과세처분 자체를 당연무효로 판단할 만한 중대한 사유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