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4월부터 시행' 정부에 요청…민주당도 의총서 한시 유예 중론으로 채택
현 정부서 지연돼도 시간문제일 뿐 새 정부 출범 직후 본격 시행 예고
참여연대 "다주택 자산가 감세 약속하는 양극화 심화정책" 철회 요청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달 31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을 4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청와대 등 정부 측은 물론 참여연대 등 진보시민단체와 갈등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인수위가 추진하는 양도세 중과배제 시기가 윤석열정부가 출범하기 이전인 4월부터인 만큼, 문재인정부의 임기 중 실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는 지난 2014년 폐지됐으나, 문재인정부에서 다시 부활해 유예기간을 거쳐 2021년 6월1일부터 보유기간 및 소유 주택 여부에 따른 중과세율이 시행 중이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라 주택을 1년 미만 보유하다가 거래하면 양도세가 기존 40%에서 70%로, 2년 미만의 경우 60%로 상향됐다. 여기에 더해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p, 3주택자는 30%p 중과되면서 양도세 최고세율은 75%까지 높아졌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최대 82.5%까지 올라간다.
20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조치가 부동산 매물 잠김 현상을 부채질하기에 집권과 동시에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본원적으로는 지금의 부동산 관련세제를 손질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같은 공약을 이어받아 지난달 31일 인수위 경제1분과 최상목 간사는 업무브리핑을 통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4월부터 1년간 한시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며, 지난 3일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조치를 한시적으로 배제해 줄 것을 정부에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사항의 경우 정부가 단독 처리할 수 있는 만큼, 청와대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4월부터 소급적용도 가능하다.
문제는 고강도 부동산정책을 주도해 온 문재인정부 임기 내에 인수위가 요청한 양도세 중과세율 한시 배제조치의 실현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문재인정부가 5년 동안 유지해 온 부동산정책을 임기 한달여를 앞두고 후퇴할 경우, 집권기간 내내 추진해 온 부동산정책에 대한 철학과 명분마저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청와대와 관련부처 내에서 읽히고 있다.
다만, 5월10일 이후 집권여당에서 야당으로 위상이 바뀌는 더불어민주당은 인수위의 부동산 정책에 상당부문 궤를 함께 하고 있는 점이 변수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정책의총을 열고 부동산세제와 정치개혁 등 두가지 안건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인 결과, 부동산세제 가운데 양도소득에 대한 중과세율을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키로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매물 잠김 현상이 완화되면 공급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 의원들의 중론이었다”며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부동산 공약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주택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추가적인 세제 완화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를 막론하고 단기적으론 양도세 한시적 중과배제에 이어, 장기적으론 부동산세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앞다퉈 발표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부동산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 국회에서는 각론은 다를지라도 거대 담론에선 의견의 합이 이미 이뤄진 상태이며, 당장 4월부터 적용해야 하는 양도세 한시적 중과배제만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인수위는 청와대와 민주당의 상반된 분위기를 충분히 예상했기에 현 정부에서 양도세 중과 배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윤석열정부 출범 다음날인 5월11일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조치는 길게는 한 달여 시간 문제일 뿐 시행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편으론, 인수위가 주도하는 다주택 양도세 중과 배제조치에 대해 진보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4일 논평을 통해 인수위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 한시 배제 발표는 시장상황에 따라 매도시점을 간보게 하는 등 투기수요를 부채질하고, 향후 선거가 있을 때마다 부동산 세제를 완화해 줄 것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어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배제 조치가 부동산 매물 잠김현상을 해소할 것이라는 인수위의 해명 또한 반박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2020년 이미 문재인정부는 중과세 시행까지 약 11개월의 시행유예 조취를 취했으나, 이 기간동안 매출 출회는 없었다”며, “주택가격을 정상화하려면 다주택자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해 줄 것이 아니라 급매물이 출회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참여연대는 인수위를 향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 배제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기여하지도 못할 뿐더러 투기를 조장하고, 다주택 자산가에게 감세를 약속하는 양극화 심화정책”이라고 비판한 뒤 “인수위는 주거불안을 가중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조치를 지금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