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연이은 조사 감축 기조로 납세의식 약화 우려
HDC현대산업개발 등 기업 세무조사 본격화
'본격적인 기업 압박' 지적도 제기
국세청이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 올해초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로 논란의 중심에 선 대형 건설회사다.
이번 조사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청 조사4국은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며 심층세무조사(특별세무조사)를 담당하는 곳이다.
정해진 기간에 사전 통지를 거쳐 실시하는 정기조사와 달리 예고 없이 비정기적으로 조사를 실시하며, 각종 재무·회계장부도 일정기간 예치함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조사 방식이다.
세정가에서는 건설사 중 작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선 HDC현산이 조사대상이 됐다는 점보다 조사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HDC현산을 비롯해 인텔코리아, 한국가스공사, 서울우유, 아모레퍼시픽, 현대모비스, 코빗 등에 대한 세무조사도 최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대선 과정에서 친(親)시장적인 인식을 드러낸 윤석열정부 출범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 논란의 중심에 선 대형 건설사를 비롯해 주요 기업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자 업계에서는 배경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국세청은 매년 1월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그해 세무조사의 전체적인 방향과 총 조사건수 등을 예고한다.
2020~2021년엔 코로나 확산에 따른 납세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조사 건수를 평년에 비해 20% 축소 운영할 것임을 밝혔으며, 실제로 수입금액 5천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건수의 경우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에는 213건, 코로나 발생 직후인 2020년 171건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전체 조사건수도 공개하지 않는 등 조사 기조의 변화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국세청 조사국 관계자는 지난 1월초 “대내외 경제여건, 단계적 일상 회복, 연이은 세무조사 감축 기조 등을 고려하되, 경제 전반의 성실도를 제고할 수 있도록 세무조사를 신중하면서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본지 취재에 답했다. <관련기사-‘국세청, 올핸 세무조사 늘리나?...2년째 감축으로 성실납세 약화 우려’ 2022.1.28.>
이같은 조사 방향에 대해 세정가에서는 지난해보다는 조사 건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로나 영향으로 다소 유연하게 운영됐던 국세청 조사가 이번 HDC현산을 비롯한 주요 기업의 세무조사를 신호탄으로 본격적인 기업 압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2년 동안 계속된 세무조사 감축 기조에 따라 납세의식의 약화가 우려되고 있는 시점, 중점관리분야인 대기업·대재산가는 상시 검증을 펼친다는 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시점 등을 감안할 때 조사행정력이 본격적으로 강화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국세청은 대기업 등 중점관리분야와 코로나19 이후 성장한 신산업의 탈세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증유의 국가적 감염 확산 사태와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의 경영환경 악화를 우려해 국세청이 2020~2021년까지 두해 연속 세무조사 축소 기조를 이어갔으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가시화되는 경기상승 여건을 반영해 세무조사 또한 정상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경제계에서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