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한 공인회계사

2001.10.22 00:00:00



“여러 회계법인에 원서를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연락이 없습니다.”

“회계사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당시엔 본인의 의사대로 진로가 결정됐다고 하는데…….”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다름 아닌 회계사업계에 갓 들어온 수습공인회계사의 말이다.

올해초 금융감독원은 공인회계사시험 선발인원을 지난해보다 2백50명 가량 증원된 7백50명으로 높게 책정했으나 정책은 곧 수정돼 예상보다 1년 빨리 공인회계사 1천명 배출시대를 맞았다.

금융감독원측은 “공인회계사 부족에 따른 서비스 비용 증가와 함께 회계전문인력 부족으로 인한 상시 외부감사시스템 구축이 지연되는 등의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인회계사수의 연차적 확대의 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일견 맞는 말이다. 실제 지난해말 현재 등록한 공인회계사는 5천3백9명으로 이 가운데 회계감사인으로 개업중인 공인회계사는 3천9백25명에 불과하다. 또 세무업무 등의 종사자를 제외하면 실제 외부감사업무 종사자는 이보다 훨씬 적은 실정으로 외국과 비교할 때 현저히 적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환위기이후 민간 및 공공부문의 공인회계사 수요가 대폭 증가하고 있는 반면 수요를 채워줄 공급은 절대 부족한 상황”이라며 “민간부문에서의 자산 실사 및 경영컨설팅을 위한 업무가 확대되고 대학의 외부감사 의무화 등 공공부문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회계사 증가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공인회계사의 입장은 많이 다른 것 같다. 강남의 某 회계사는 “공인회계사를 자동차 운전면허증과 동일하게 볼 셈인가?”라고 반문하며 “국가의 우수한 인력인 이들 자격사들에 대해 정부가 수급 조절을 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양적인 증가만을 추구한다면 정부가 원하는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아니라 오히려 전문성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회계전문가는 “많은 시간과 높은 비용을 들여 생산된 인재들이 제대로 기회도 가져보지 못한 채 사장돼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선 제13기 수습공인회계사들의 1년차 연수가 한창이다. 현재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향후 진로문제다.

“기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공인회계사의 충원도 필요하지만 이들에 대한 전문성 강화와 상시 감독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한 한 회계전문가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문영재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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