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로 기부를 했는데, 억대의 증여세가 돌아온다면? 이처럼 억울한 경우를 구제할 수 있도록 상증세법에 근거규정을 마련하고 형평면제처분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김하중)는 29일 발간한 ‘공익 기부 과세에 대한 입법과제’ 보고서에서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문제점과 개선사항을 논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세회피 목적이 없는 공익 기부에 대해서도 상속·증여세가 과세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난해한 세법의 특성상 기부자가 비과세 규정을 잘 알지 못하면 뜻하지 않은 과세처분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불복하더라도 구제방안은 온전히 사법부에 맡겨져 있다. 그러나 소송 절차에는 오랜 시간과 복잡한 절차가 소요될 뿐 아니라, 확립된 판례가 부족한 점 등 법리적 한계를 가진다.
보고서는 해결방안으로 먼저 독일 국세기본법상의 형평면제처분제도에 대해 소개했다.
형평면제처분제도는 과세관청이 형평에 반하는 과세가 초래됐을 때 이를 면제할 수 있는 제도다.
독일에서는 과세가 불형평한 경우 조세채권의 ‘확정’과 ‘징수’ 두 단계에서 과세관청이 직접 조세감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권규정을 국세기본법에 둠으로써 불형평한 과세처분이 일어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아울러 형평면제처분의 자의적 처리를 막기 위해 관할권을 세액에 따라 세무서, 국세청 및 연방재정부 등 각급 기관별로 차등화해 심사하고, 형평면제를 적용할 때는 사건과 처분 이유를 모두 공개토록 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적법하지만 형평에 반하는 과세처분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 입법방안이 필요하다”며 “독일의 사례를 참고해 납세자가 조세회피 목적이 없는 공익 기부임을 입증할 경우 과세처분 단계에서 상속·증여세를 비과세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상증세법상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형평면제처분제도를 도입한다면 과세관청의 재량권에 대한 견제장치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