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가 출시 닷새 만에 사용자 700만명을 육박하면서 부주의에 따른 사고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와 반대로 서울시가 지난해 강남역 등에 설치한 '스마트폰 사용주의' 부착물을 모두 회수하기로 했다.
그나마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사고를 예방했던 장치가 사라져 보행자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경찰청과 시범사업으로 부착한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주의' 보도부착물 250개를 다음달까지 전량 제거할 계획이다.
시는 지난해 6월 스마트폰 사용 보행자가 많고 교통사고가 잦은 강남역과 잠실역, 서울시청 앞, 연대 앞, 홍대 앞 등 5개 지역에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을 알리는 교통안전표지 50개와 부착물 250개를 각각 설치한 바 있다.
부착물은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모습과 함께 '걸을 때는 안전하게'라는 문구를 적고 빨간색으로 금지 표시를 강조한 형태로 제작됐다.
이와관련, 시 관계자는 "가장 좋은 재질인 알루미늄 재질의 스티커로 제작했는데 유동인구가 많다보니 색이 낡아 없어지고 오토바이 등이 보도를 지나면서 찢어지는 경우가 발생했다"며 "3개월 이상 지나자 기능을 상실해 이미 절반가량은 지난해 뗐다"고 설명했다.
시는 현재 남아있는 부착물들도 빨간색이 사라지고 흰색만 남아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설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전량 회수를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 포켓몬고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보행 중 사고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포켓몬고는 닌텐도의 '포켓몬'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AR 기반의 모바일게임이다. 애플리케이션(앱)을 켠 뒤 스마트폰 화면에 포켓몬이 나타나면 이를 잡는 방식이다. 보행 중 스마트폰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7월 출시 3일 만에 교통사고가 36건, 교통위반이 71건 적발된 바 있다.
이같은 우려에 시 관계자는 "보행자 안전을 위한 다른 방법을 검토해볼 생각"이라면서도 "기존 보도부착물처럼 바닥에 붙이는 방식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한편 신호등과 가로등에 설치한 교통안전표지 50개와 관련, 시는 경찰청과 협의해 정식 시설물 판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