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최순실' 사태로 최측근 문고리 3인방(정호성·안봉근·이재만 비서관)을 경질했다. 1998년 4월 박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부터 근거리에서 보좌한 이들 3인방이 18년만에 박 대통령 곁을 떠난 것이다.
이들은 정계 입문부터 박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해온 '복심' 비서관이란 점에서 현정부 들어 각종 '비선' 의혹에 연루됐다. '정윤회 동향 보고'의 작성자인 박관천 전 행정관은 "문고리 3인방은 박 대통령의 피부"라며 "옷(다른 참모진)은 벗어버리면 되지만 피부가 상하면 수술을 해야 한다. 몸(박 대통령)이 다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3인방은 지난 박 대통령의 정계 입문부터 박 대통령의 의원실에서 비서실장으로 근무한 정윤회씨가 이들을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은 1998년 당시 쌍용그룹 회장이자 대구 달성군 의원이었던 김석원 전 의원의 비서 출신으로 당시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로 보궐선거가 치러지자 박 대통령 달성군 지구당에 소속돼 선거운동을 도우며 인연을 맺었다. 안 비서관은 특히 3인방 중에서도 박 대통령을 근거리 수행하며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까지 모든 외부 일정의 수행을 맡았다.
정호성 부속비서관과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보궐선거 직후 의원실 보좌관을 맡게 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 비서관은 연설문 작성, 정무기획 업무를 담당했고 이 비서관은 각종 총무 역할을 담당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간 후 정 비서관과 안 비서관이 대통령 일정 등을 챙기는 제1, 2부속비서관에 임명됐다. 이 비서관은 총무비서관으로 청와대 내 크고 작은 살림을 관장했다.
지난 2014년 11월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문건 유출 파문이 일면서 이들이 박 대통령의 보좌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게 세상에 드러났다. 3인방을 포함한 이른바 '십상시' 10명이 수시로 비밀 회동을 갖고 청와대 인사 등을 논의한다는 폭로가 나온 것이다.
이들에 대한 퇴진 요구가 나왔지만 검찰 수사에서 명확한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하며 자리를 보전하게 됐다. 다만 안 비서관은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복심으로 꼽히던 이들도 '비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를 피하진 못했다. 이번 사태의 결정적인 증거가 된 최씨의 태블릿 PC를 통해 정 비서관이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전달한 길목으로 지목됐다.
이 비서관은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최순실씨에 대해 "대통령의 친분관계, 그런 부분들에 대해 제가 잘 알고 있지 않다"고 답변해 논란을 불렀다.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 최씨와의 친분을 인정한 뒤, 야권에서는 이같은 이 비서관의 답변을 두고 '위증'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안 비서관도 둘과 함께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이번 직간접적으로 연루됐거나 책임을 지게됐다.
최순실 게이트의 의혹이 드러날수록 3인방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용의자 또는 참고인으로서 강도 높은 수사를 가능성이 커져가고 있다. 정치권에서 이번 경질을 계기고 3인의 '18년 복심'들의 결말을 쉽게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이 이렇게 막을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