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접종으로 4종류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4가(價) 독감(인플루엔자)백신으로 독감백신 시장이 진화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출시된 4가 독감 백신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플루아릭스 테트라', 녹십자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 SK케미칼 '스카이셀플루4가', 한국백신 '코박스플루4가PF', 보령바이오파마 '보령플루V테트라백신' 등 5종이다.
세계보건기구(WH0)에 따르면 매년 독감 바이러스로 10억명이 감염되고 30만명이 사망한다.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A형, B형, C형 세가지로 구분되는데 A형 2종과 B형 2종이 사람 사이에서 주로 유행한다.
지난해까지 독감백신은 3가 백신 위주로 공급이 이뤄졌으나 올해 녹십자와 SK케미칼 등이 4가 백신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4가 백신으로 시장이 이동하고 있다.
'4가 독감백신'은 기존 '3가 독감백신'에 B형 바이러스주 1종이 추가돼 한번의 접종으로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2종(H1N1, H3N2)과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2종(야마가타, 빅토리아) 등 네가지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를 모두 예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2월 그해 유행할 것으로 예상한 A형 2종과 B형 1종 등 독감바이러스 3종을 예측해 각 국가별 제조업체는 3종의 바이러스를 포함한 백신을 생산해 그 해 접종 시즌에 공급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3가 백신의 예측이 빗나가는 등 미스매치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10년 동안 WHO에서 예측한 B형 바이러스는 약 50% 정도 빗나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WHO와 유럽의약품안전청(EMA) 등은 이런 이유로 4가 독감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호주의 경우, 노년층, 임신부, 영유아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사업에 가장 먼저 4가 독감백신을 도입했고 올해는 4가 독감백신만 채택해 접종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4가 독감백신이 NIP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독감백신은 유정란 방식과 세포배양 방식 두 가지가 있다. SK케미칼의 '스카이셀플루4가'만 세포배양 방식이고, 나머지는 모두 유정란 방식 백신이다.
SK케미칼은 지난 8월 세계최초 세포 배양 4가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4가'를 출시하고 전국 병·의원에서 본격적인 접종을 시작했다.
SK케미칼에 따르면 세포배양 독감백신은 달걀을 사용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무균 배양기를 통해 생산해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도 접종이 가능하다. 항생제나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아 항생제에 대한 과민반응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 6개월 이상 걸리던 생산기간도 절반 이하 수준인 2~3개월로 줄었다. 대량생산이 가능해 신종플루처럼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 변종 독감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스카이셀플루4가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4가 독감백신 가운데 유일하게 만 3세 이상의 전 연령층이 접종할 수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소아에서 성인까지 모든 세대에서 차세대 백신인 세포배양 4가 백신으로 독감 예방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녹십자는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먼저 4가 독감백신을 프리필드시린지 제형으로 허가받았다. 지난 8월 4가 독감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멀티주'를 출시해 현재 전국 병·의원에서 접종중이다.
녹십자는 올 초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출용으로 싱글도즈와 성인 10회 투여분에 해당하는 멀티도즈(다인용) 제형으로도 4가 독감백신 허가를 받았다.
녹십자는 올해 내수시장 공략 뿐 아니라 수출 주력 제형으로 4가 독감백신의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획득해 글로벌 독감백신 시장 점유율 확대해 나설 계획이다.
녹십자는 독감백신을 전통 방식인 유정란 배양방식으로 생산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유정란 방식은 1930년대 개발된 최초의 독감백신부터 지금까지 지난 70여년 동안 이어지면서 생산이 최적화된 안정성을 확보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GSK는 지난달 초 4가 독감백신 '플루아릭스TM 테트라'의 병·의원 접종을 시작했다.
'플루아릭스TM 테트라'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영국 의약품·의료제품 규제청(MHRA), 독일 연방 생물의약품평가원(PEI)에서 승인 받은 4가 인플루엔자 백신이다.
독일에서 생산돼 미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호주 등 전세계 34개국에서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1억도즈 이상 공급됐다.
GSK 관계자는 "'플루아릭스TM테트라'는 인플루엔자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당뇨병, 만성폐질환, 만성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한 대규모 글로벌 임상에서 우월한 면역원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관련 업계는 4가백신 접종을 통해 인플루엔자B의 미스매치로 인한 독감 감염 위험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플루엔자B와 A의 사망률은 유사한데 반해 인플루엔자B의 미스매치로 인한 독감 감염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4가백신이 권고되고 있다"며 "미국 데이터를 기준으로 B형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비율이 29%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B형 바이러스 2가지를 커버하는 4가 독감백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