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아궁이도 토해낸 악성 ‘꼼수’”

2015.11.27 17:01:06

최근 지역의 한 전원주택 아궁이에서 쏟아져 나온 5만원권과 달러 등 현금 6억원의 돈뭉치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지난 9월 대구지방국세청 소속 조사반원이 양도소득세 등 9억원의 세금을 체납한 뒤 행방을 감춘 서모씨가 경북의 전원주택에 살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현장에 들이닥쳤다.

 

서씨는 국세청 직원들에게 세금 낼 돈이 없다며 버텼고, 국세청 조사반원은 경찰과 함께 집 안 곳곳을 수색한 끝에 한 직원의 예리한 감으로 우연히 가마솥 아궁이 속에 놓인 검은색 가방을 발견했다. 잿더미 속에서 끄집어낸 가방 안에선 5만원권 지폐 5억원과 1억원 상당의 100달러 지폐 다발 등 총 6억원의 돈다발이 쏟아져 나왔다.

 

이외에도 고의체납자들의 재산 은닉 수법은 천태만상이다. 골프장 금고나 차 트렁크, 화장실에 돈을 숨겨 놓기도 하고, 김치냉장고나 김칫독에 비닐로 싸서 현금 수억원을 마당에다가 묻어놓고 표시를 해 놓는 등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는 게 경찰관계자의 설명이다.

 

국세청은 지난 25일 세금 고액ㆍ상습 체납자 2,216명(개인 1,526명ㆍ법인 700개)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들이 체납한 세금은 모두 3조7,832억원, 인당 평균 17억원으로 집계됐다. 명단 공개는 국세기본법에 따르게 돼 있는데 체납 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나도 5억원 이상의 체납액을 납부하지 않은 납세자가 대상이다.

 

공개된 이들 고액 체납자 대부분은 고가의 사치품을 소유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누려온 것으로 드러나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부뚜막 아궁이에서 나온 거액의 돈다발과 세금 안내기 백태가 가관이다. 사회정의를 해치고 부의 양극화를 초래하는 이러한 양심불량 세태 속에서 꼬박꼬박 세금을 잘 내는 선량한 납세자의 상대적 박탈감과 비애만 커지는 현실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지 않는다.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해 재산을 은닉하는 고액 상습체납자들의 숙지지 않는 악성 '꼼수'. 공정과세 및 조세정의를 세워나갈 국세청의 은닉재산 추적 ‘징수’는 끝까지 가야한다. 되풀이되는 고액체납자의 반사회적 행태는 곧 사회정의를 허무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구=최규열 기자 echoi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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