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신임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김현웅(56·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검장은 검찰 안팎에서 황교안(58·13기) 국무총리 라인으로 분류된다. 김진태(63·14기) 검찰총장보다 기수가 낮음에도 전격 내정된 배경에는 황 총리의 입김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황 총리의 강력한 검찰 장악력을 바탕으로 한 정부의 사정(司正) 기조가 한층 강화될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최경환(60) 경제부총리가 민생과 경제를 지휘하고 있는 만큼 공안검사 출신인 황 총리가 김 내정자와 함께 사정에 박차를 가할 거라는 전망이다.
지난 2013년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법무부 차관을 지내면서 황 총리와 15개월 동안 손발을 맞춰본 경험이 있는 김 내정자는 특별수사 분야 경험이 많고 기획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튀려고 하기보다는 조직의 안정적 운영을 중시하는 업무 스타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인사검증동의서 작성 과정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황 총리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앞둔 지난달 중순께부터 후임 법무부장관으로 급부상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지역 안배와 전관예우 논란 등을 피해갈 적임자로 전남 고흥 출신이자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김 내정자를 발탁했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황 총리가 법무부장관 시절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처리할 당시 차관으로서 호흡을 잘 맞춘 '근무연'이 이번 인사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황 총리가 사정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줄 적임자로 김 내정자를 적극 지지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황 총리의 검찰 장악력이 법무부장관 시절보다 더 짙어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 내정자가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긍정적 평가와 우유부단하다는 부정적 평가를 동시에 받는 만큼 법무·검찰 조직의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현재 검찰에서 진행 중인 포스코그룹 수사와 부실 해외자원외교 수사 등 각종 사정 수사에 사실상 청와대의 뜻이 반영됐다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이번 인사로 검찰의 권력 예속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번 '기수 역전' 인사는 김 총장의 임기가 반년밖에 남지 않은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총장 교체설이 제기되는 와중에도 김 총장이 '용퇴' 가능성을 일축하고 나선 것도 사전에 청와대와의 교감을 바탕으로 조직이 어수선해지는 것을 막고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