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화장실에 들어온 여성을 폭행하고 강간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미군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법원은 이 미군에게 알코올 의존증과 반사회적 인격 장애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상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상해)으로 기소된 미군 C(22)씨에게 징역5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3년에 집행유예4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C씨가 불특정 여성을 강제추행할 의도로 건물 내부 여자화장실 용변칸 안에 숨어있다가 화장실에 들어온 피해자를 강제추행하려 하고 반항을 억압하려 강한 폭력을 행사해 상해를 가했다"며 "범죄의 경위와 수법, 위험성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C씨가 알코올 남용 및 반사회적 인격 장애 증상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범행을 깊이 뉘우치고 강제추행 시도가 결과적으로 미수에 그친 점, 국내 범죄전력이 없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C씨를 당장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시키기보다는 형의 집행을 유예함으로써 다시 건전한 사회인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C씨는 2013년 11월11일 오전 8시께 서울 용산구 소재 모 빌딩 여자화장실에서 여성 A씨를 용변칸에 밀어넣고 폭행을 행사하며 강제로 추행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C씨는 범행 3시간여 전에 클럽에서 술을 마신 상태였으며, A씨가 화장실에 들어오기까지 약 40분가량 여자화장실 용변칸에 숨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 당시 강제추행 의도가 없었으며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고 ▲범행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해 왔다.
1심 재판부는 C씨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5년의 실형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C씨에 대한 정신분석 결과에 주목했다.
C씨의 정신분석을 맡은 미군 군의관의 평가서에 따르면 C씨는 임상 사례에 있어서도 흔치 않을 정도의 반사회적 인격 특성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서에는 C씨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점을 비롯해 미국에서 학창시절 싸움이나 흉기 위협 등으로 인해 퇴학처분을 받은 전력과 대마초 흡연 및 반항장애 등으로 정신분석 치료를 받은 전력도 기재됐다. C씨는 퇴학 이후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 이수명령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아 군입대를 하지 않으면 교도소에 입소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해당 군의관은 "C씨가 과거 범행에 대해 죄책감을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인 가책은 거의 느끼지 않을 것"이라며 "C씨가 매우 충동적이고 자해적이거나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기 쉽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