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격동기 국세청 30년, 담담히 꺼내본 일기장(29)

2014.12.26 09:48:50

‘견문발검’…청와대 진두지휘 씁쓸

 빠칭코업소, 전광석화 전면 폐쇄

 

김영삼 문민정부 시절은 초기부터 청와대 비서실 중에서 국세청을 관할하는 경제비서실 보다는 민정비서실 김무성 비서관과 연관되는 일이 유난히 많았다.

 

민정비서관실은 국세청이 마치 청와대의 계선조직에 직접 속해 있는 소속부대처럼 직접 지시하고 직접 보고받고 직접 조치하는 형식을 취했다.

 

93년 4월 청와대 민정2비서관실은 국세청에 전국 360여개 투전기(속칭 빠칭코) 업자에 대한 세원관리현황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사행성 조장 퇴폐문화를 근절하려는 문민정부의 의도가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해 4월부터 이들 업종에 대한 여러가지 특별관리 방안을 작성해 청와대에 수차례 직접 보고했다. 같은 해 6월 1일 청와대 민정비서실은 투전기업소에 대한 향후 조치계획을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시달하였다. 
제1안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보완하여 규제하는 방안, 제 2안은 공익기관에서 운영하는 방안, 제 3안은 전면 폐지하는 방안 중에서 제3안을 채택하기로 하였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투전기 사업에 대한 신규 또는 갱신 허가기관인 경찰 등 관계기관에서는 그 후속조치를 강구하도록 지시가 내려졌다. 이렇게 전광석화식으로 정부가 허가하는 빠칭코업소는 역사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그 후 인터넷 게임 등 은밀하고 다양한 도박게임이 어둠속에서 여전히 성행하고 있고 도박수입은 과세망에 포착되지 않은 소위 대표적인 지하경제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될 바에야 차라리 빠칭코업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 그 운영을 공익성 공공기관이 맡는 방안을 채택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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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2월25일 출범한 문민정부는 청와대에서 국세행정을 직접 챙기는 일이 많았다. 94년 2월에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지시에 따라 국세청은 경찰과 합동으로 수도권에 아지트를 형성하고 있는 주류 무자료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일제단속을 벌였다. 무자료시장 단속에서는 주류 등 실물이 현장에서 압수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위)은 당시 영등포 시장에서 건재하던 무자료상을 덮친 국세청 및 경찰 요원들이 무자료주류를 트럭에 옮겨 싣기 위해 운반하는 모습과, 사진<아래>부정주류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한 세무서가 부정주류 단속 휘장을 두르고 운행한 자동차. <세정신문DB>

 



무자료시장 합동단속, 청와대 진두지휘

 

 

 

93년7월9일 밤
청와대 민정비서실 지시로 강남세무서(당시 서장 최명해, 후에 서울청장 역임), 서초세무서와 관할 경찰에 지시하여 강남구 논현동 Hiltop관광호텔 Night Club과 서초구 서초동 디스코텍 ‘지프’를 불시에 덮쳐 입회단속을 실시했다.

 

명분은 가짜 양주를 무자료로 구입하여 폭리를 취하면서 탈세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단속 결과 추징세액이 상당한 금액으로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행정력 투입은 단속을 위한 단속일 뿐이지, 근본적으로 무자료 거래를 근절하는 대책이 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은 어디까지나 국가의 최고수준의 정치, 정책기관이지 개별업무의 세부적 집행을 총괄 지휘하는 사령탑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상과 같은 업무 추진방식은 국가운영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이런 일은 계속 이어졌다.

 

94년2월3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의 지시 하에 국세청과 경찰 합동으로 수도권에 아지트를 형성하고 있는 주류 등 무자료 시장에 대한 일제단속이 거행됐다.

 

영등포시장 ○○주류 등에 대해선 순조롭게 단속이 진행돼 무자료 주류와 생필품을 무사히 트럭에 실었으나 5개 업소 중 2개 업소는 폐문 부재하여 더 잠복 대기하였다가 단속을 하였고 청량리시장 무자료 업소에 대해서도 새벽부터 군사작전과 같은 방식으로 단속을 실시하였다.

 

94년2월4일 김영수(金榮秀) 민정수석(후에 문체부 장관 역임)은 김영삼 대통령께 무자료시장 합동단속 결과와 함께 자료상 처벌 강화 방침을 보고했다. 나는 이런 종류의 일에 과연 청와대가 나서야 하는지 여전히 회의적이었다.

 

-매주 月·木 연재-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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