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일부터 26일까지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 제66회 칸영화제는 유독 사건 사고로 얼룩졌다. 도난, 노출, 유명인 사칭 등은 세계적인 영화 축제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첫 시작은 도난 사고였다. 개막식 다음날인 16일 스위스 유명 보석 브랜드 쇼파드가 호텔방에서 사라졌다. 호텔방에 침입한 도둑이 금고를 뜯고 레드카펫에 서는 스타들의 협찬을 위해 가져온 100만 달러(약 11억 원) 상당의 보석을 훔쳐 달아났다.
20일에는 중국 최대 규모의 투자배급사인 '차이나 필름 그룹' 부사장이 묵는 호텔에 도둑이 들어 숙소에 둔 짐을 몽땅 들고 도망갔다. 그는 "프랑스의 보안은 형편없었다. 이 영화제는 더 이상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비난했다. 또 21일에는 금융업체 CIT그룹 상무이사와 실버 픽쳐스 CEO의 숙소에서 현금, 아이패드, 노트북, 보석 등이 사라지기도 했다.
이밖에도 23일에는 스위스 명품 보석 브랜드 그리소고노의 파티장에서 창사 20주년 콜렉션으로 제작된 200만 유로(약 29억원)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장 큰 화제가 된 사건은 17일 프랑스 칸에 울려 퍼진 총성소리였다. 17일 칸 시네 마르티네스 호텔에 설치된 '까날플러스' 방송의 무대 세트 위로 한 남자가 공포탄 두 발을 쏘며 들이닥쳤다. 당시 무대에는 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독일 출신 할리우드 스타 크리스토프 왈츠(57)와 프랑스 배우 다니엘 오떼유(63)가 인터뷰 중이었다.
이 남자는 현장에서 곧바로 체포됐으며 부상자는 없었다. 체포 당시에는 가짜 수류탄을 손에 쥐고 있었다.
칸 영화제 출몰한 월드스타 가짜 싸이(36)도 이슈가 됐다. 싸이스타일의 선글라스, 헤어스타일, 양복차림에 경호원 3명까지 대동하고 나타난 가짜 싸이는 고급파티를 찾아다니며 진짜 행세를 했다. 클럽 VIP룸에서 크리스털 로제 와인을 공짜로 마시며 무전취식은 물론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는 대범한 모습도 보였다.
일부 외신이 "싸이가 칸에 나타낫다"고 오보를 낼 만큼 싸이와 닮은 이 남자는 3세 때 프랑스로 입양된 한국인 입양아 드니 재완 카레(33)씨로 밝혀졌다. "싸이가 나의 인생을 바꿔 놨다. 지난해 클럽에 놀러갔을 때 싸이와 닮았다는 말을 듣고 가짜 싸이로 활동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미국 스타 에바 롱고리아(38)는 레드카펫에서 은밀한 부위를 노출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18일 민트색 베르사체 드레스를 입고 빗속에 레드카펫 행사를 진행하다 빚어진 사고였다. 롱고리아는 비에 드레스가 젖을까봐 옷자락을 들어 올리다 속옷을 입지 않은 하의를 그대로 드러냈다.
또 개막식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와 강하게 부는 바람 등도 올해 세계 최대 영화 축제의 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