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로또대박 사건의 주인공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12일 로또복권 전문업체인 ㈜리치커뮤니케이션즈(리치컴즈)에 따르면 회사로부터 제공받은 번호를 친구 2명에게 나눠준 뒤 3명이 한꺼번에 1등에 당첨된 일명 '부산 로또대박 사건'의 주인공들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당첨자들은 박모(28·회사원)씨와 박씨에게 로또 예상번호를 받은 김모(31)씨 등 2명이다.
입사 2년차인 박씨는 지난 4일 밤 리치컴즈(옛 로또리치) 직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까무러칠 뻔 했다. "귀하에게 배달된 예상번호가 1등으로 당첨됐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정작 자신은 너무 바쁜 나머지 로또를 구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그러나 평소에도 로또번호가 오면 어머니에게 부탁했던 게 생각나 전화를 끊은 뒤 급히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로또 구입 여부를 확인한 뒤 "구입했다"는 얘기를 듣고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외부에 있던 어머니를 급히 불러 당첨번호를 확인한 박씨는 자신에게 번호를 나눠준 직장선배 김씨와 이모(30)에게 연이어 전화를 걸어 "보내준 번호대로 로또를 구입했다"는 대답을 듣고 즉시 1등 당첨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형들은 '거짓말 하지 말라'며 한동안 믿지를 않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부산 로또대박 사건은 이렇게 완성됐다.
박씨는 "죽마고우인 친구 한 명이 어렵게 사는 게 안타까워 우선 1000만원을 주겠다"고 했고, 김씨는 "형편이 어려운 고교 동창이 내달 결혼하는데 축의금으로 1000만원을 건네겠다"고 말했다.
당첨금 사용처에 대해서 박씨는 "세금 33%를 떼고 남은 돈 7억4000여 만원으로 어머니에게 아파트를 사 드렸고, 남은 돈은 결혼자금 및 신혼산림집 마련에 쓰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마이너스통장 대출금과 아파트 잔금 처리하고 남은 돈은 대부분 아내와 아이들 명의로 연금보험(일시납)을 가입하는데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의 심경과 당첨금 수령과정을 묻은 질문에 박씨는 "지금은 담담하다. 앞으로도 직장생활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에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지난 6일 당첨금을 수령하러 서울 농협본부를 찾아갈 때는 복권을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하지 않기 위해 기차나 항공편 대신 승용차를 직접 몰고 5시간 넘게 서울로 올라갔다. 달리는 시간이 너무 지루했다"고 말해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들은 앞으로도 리치컴즈에 골드회원으로 가입해 매주 로또를 계속 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씨는 "사실 이번에 당첨 예상번호를 주려다 깜빡잊고 번호를 못 보낸 죽마고우를 포함시켜 앞으로는 3명에게 번호를 주겠다"며 "저도 친구들에게 번호를 받아 4명이 서로 번호를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생활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이들은 "앞으로 로또번호 공유로 당첨이 된다면 공동으로 건물을 사는데 투자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